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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댄스 Dec 27. 2024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

사과값이 금값이라던데......

5초 룰을 아는지?


떨어진 음식, 군것질 거리를 5초 이내에 주워 후후 입김으로 털어내 먹으면 안전하다는 미신이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근데 나는 매번 주워 먹는다 ㅋㅋㅋㅋ 없어보이게도 궁상맞은 버릇을 5초 룰로 합리화하기 일쑤다. 


5초 룰을 가장 확실히 적용시킬 수 있는 두 가지 영역을 꼽자면 감사사과다. 급한 성격으로 손해 볼 때보다 남겨먹을 때가 많다고 믿으며 산다. 물론 후다닥 정해버리고 나중에 번복할 때가 적지 않지만, 성정은 절대 변하지 않기에 적절한 때를 기다려 굳이 참거나 견디지 않는다. 특히 무조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가 감사와 사과다.






'웬만하면 잘해주자'가 내 신조다. 특별히 저 사람이 나한테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지 계산하고 잘해주지는 않는다. 셈이 밝지 않은 내게는 그게 훨씬 피곤한 일이기에. 다만, 내가 도움을 준 사람이 언제든 나를 구원해 줄 수도, 나락으로 보낼 수도 있는 일이다. 웬만하면 잘해주는 건 선의가 아닌, 보험에 가깝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누군가의 도움에 기꺼이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은 참 신기하게도 선의를 베풀면 생색을 내고 싶어 한다. 선의를 베푸는 입장에서는 생색을 참아내야 하고, 호의를 받는 입장이라면 즉시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한다. 


감사값은 가장 빨리 해야 가장 싸다. 호의를 받은 즉시 "감사합니다" 말 한마디로 될 것이, 나중에 또 한 번의 선의가 필요해질 때까지 미루다간 값비싼 선물이나 뇌물로도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상대방으로부터


쟤는 필요할 때만 저러네


소리 듣는 건 덤이다.



사과는 감사처럼 가장 빠를 때가 가장 싸지만, 훨씬 난이도가 높은 일이다. 그 알량한 자존심이 문제다. 두 번째 문제는 진정성이다. 미안한 상황 직후, 너무 즉시 사과를 건네면 진정성이 의심받는다. 그래도 3일은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험상 감사값보다 사과값이 훨씬 고금리에 복리다. 사과를 미루고 미뤘다간 감당할 수 없는 원리금 청구서를 받아 들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말 중 하나가 


그땐 정말 미안했습니다


일지도.






빠른 사과가 내 자존심은 굽힐지 모르나, 자존감은 챙겨줄 수 있다. 빠른 감사와 사과의 표현은 결국 나를 향한 일이다. 언제 했는지도 모르는 속도위반으로 받아 드는 과태료 청구서마냥, 나도 모르게 사과와 감사를 스킵하는 일은 엄청난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으려다'간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지'게 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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