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를 받고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쯤부터 나의 인생을 돌아보는 글을 적고 싶어 보고 싶었다. 혼자서 적어두고 30년 뒤의 미래에 한 번쯤 꺼내보고 싶었다. 인생을 세 챕터로 나눠본다면 첫 챕터는 나의 타고난 재능을 찾고 그것을 개발하는 시기, 두 번째 챕터는 사회에서 자아실현을 해나가는 시기, 세 번째 챕터는 여유롭게 생을 마감하는 시기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남들보다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내 인생의 첫 챕터의 이야기를 한 번쯤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렇게 글을 적어봐야지 하고 결심한 후에도 차일피일 글쓰기를 미루다가 브런치 스토리라는 것을 알게 되어 남들도 볼 수 있는 공간에 글을 적게 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는 생각이 더 글을 잘 써지게 하기도 했고 또한 혹시나 비슷한 길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브런치북의 글의 제한이 30개라서 다 쓰지 못한 이야기도 많다. 전력전자라는 나의 세부전공에 관에서 더 자세히 적어 보고 싶기도 했고, 박사과정 동안 친하게 지낸 여러 친구들과의 이야기를 더 적고 싶기도 했고, 독일에서 인턴 하던 시절의 이야기들를 더 자세히 적고 싶기도 했다.
내가 내 인생을 잘 살아온 걸까? 지금은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해본다. 나는 나름대로 내가 인생을 잘 살아왔고 지금도 잘 살고 있으며 그리고 앞으로도 잘 살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내가 항상 행복하다거나 가진 게 많아서는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인생에 자부심을 갖는 이유는 내 인생의 이야기가 나에게는 참 재미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대학까지 졸업한 후에 미국에 와서 고군분투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도 재미있으며, 어린 시절부터 수학과 물리학에 빠져들어 결국 남들은 다 기피한다는 이공계를 선택해서 고집스럽게 살아온 이야기도 재미있다. 독일에서 미국에서 인턴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경험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그 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꾸는 것도 재미있다. 나는 내가 이제껏 써온 나의 인생이라는 그 책의 이야기가 좋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볼 생각이다. 인생을 살면서 성공도 실패도 행복도 시련도 있겠지만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아니라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가 되는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남들보다 더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쉽게 "네"라는 답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돌아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나의 인생"이라는 이야기 책을 쓰면서 살아갈 자신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끝없이 도전하면서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쫓아서 살아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이야기는 하나는 세상에 나가는 것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시도해 보지 않고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사는 이야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것을 하면서 타성에 젖어 사는 이야기이다.
나는 엔지니어로 살면서 많은 직장을 경험하고 많은 도전을 해보고 또 많은 것들을 성취해 내면서 살고 싶다. 또한 내가 하는 일에서 계속해서 성장해서 그 끝에서는 실력으로서 최고가 되어보고 싶다. 그래서 내가 나의 능력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번 끝까지 가보고 싶다. 이것이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 이야기의 대략적인 전개가 될 것이다. 물론 자세한 다음 인생 챕터의 내용은 나도 잘 모른다. 자세한 내용을 잘 모르기에 설렘과 기대를 안고 다음 페이지를 넘겨볼 수 있다.
30개의 글을 통해 돌아본 내 인생의 첫 챕터, 참 재미있고 좋았다. 그리고 내 삶을 마무리해야 할 때 즈음 남들에게 돈자랑이나 한때 잘 나갔던 인생을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 인생 한판 참 잘살았다, 참 재미있었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의 다음 챕터들은 더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우기 위해 나는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힘껏 달리며 새로운 도전을 맞닥뜨리면서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