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쇼핑리스트 1편
쇼핑리스트 1편이라는 건 2편도 준비되어 있다는 뜻. 후훗 이런 건 또 우리 전문이지.
글로벌 시대가 맞긴 맞는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중 하나가 가방 무겁게 네스프레소 캡슐과 Läderach 초콜릿을 한국에 바리바리 싸왔는데, 현대백화점 지하에.. 어... 다 있었던 것이구나.. 할 때이다.
몇 번이고 이런 허탈한 경험을 하고는 에잇, 아무것도 안 사갈래. 하던 시기를 거쳐
그래도 어떻게 빈손으로 가. 한국에 있어도 받으면 기분 좋을 아이템으로 공략하다가
스위스생활 약 12년 만에 선물하면 좋을 스위스에만 있는, 한국에서 접할 수 없는 스위스산 상품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미제 아줌마에 이어 나는 스제 아줌마인가? ㅎㅎ
먼저 나의 소비 스타일을 말하자면, 사업하는 우리 남편에게
나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 지갑 열게 하는 거 힘들지 않을 거야. 나를 설득해 봐.
라고 가끔 말하는데, 그렇다. 나는 쓸 때 쓰고 안 쓸 때 절대 안 쓰는 쓸 쓸 안 안 소비요정의 스멜이 나는 듯하지만 정작 이 돈을 쓸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100원도 지불하지 않을 자신 있는
나의 소비요정 친구 진박사님이 자기의 뽐뿌에 안 넘어가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랬다.
주차비 내기 싫어서 이왕이면 주차비 안내는 쇼핑몰을 맘속에 새겨두고 있고, 장 볼 시에는 집에 항상 떨어지지 않는 쌀, 파스타, 파스타 소스 등은 세일할 때 쟁여놔서 정가로는 사 본 적 없는 알뜰함을 자랑하지만, 또 반대로 맘에 쏙 드는 캐시미어 스웨터는 주저 없이 몇십만 원 주고 결제하는 좀 일관성 없는 아줌마이다.
집에 물건이 넘쳐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꼭 필요한 게 아니면 물건을 잘 들이지 않는데, 일단 필요한 물건은 좋은 걸로 사서 몇 년이고 주구장창 그것만 쓴다.
자, 나의 소비 패턴에 공감이 좀 가는가? 그렇다면 이제 나열할 스위스 쇼핑리스트가 꽤 흡족할지도.
1. Soeder
https://www.soeder.ch/en/pages/about-us
취리히의 가족이 시작한 공장도 스위스에 있는, 진정 Made in Switzerland 인 내추럴 손비누. Hand wash로 시작해서 바디 워시, 로션, 손 살균제.. 등등으로 많이 넓혀갔다. 코로나 때 모든 가게에 손살균제를 비치하는 게 의무화되었던 때 보이기 시작해 스위스 전역으로 퍼졌다. 화학성분을 일절 쓰지 않고 자연의 성분으로 만들어 깐깐한 스위스인들 좋아하는 진한 허브향이 매우 고급짐.
Aesop이나 La Bruket 좋아하는 이라면 좋아할 스위스 밖에서는 본 적 없는 물건.
2. Kuhn Rikon의 Ursli 세라믹 식기
스위스 Engadin이라는 지역의 작은 도시 Guarda를 배경으로 한 동화책 Ursli를 모티브로 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도자기 식기. 손으로 그린 그림이라 상품 하나하나가 유니크한 것이 아주 맘에 들고(그래서인지 가격은 조금 못됐음. 사악까지는 아니고 좀 싸가지가 없다. 정도?)
여기서 나오는 퐁듀세트가 참 이쁜데, 워워. 한국인의 인생에서 집에서 퐁듀를 몇 번이나 해 먹겠는가?를 생각하면 그보다는 물병, 앞접시, 샐러드 그릇 등을 사는 게 나은 선택임.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면 더 고급지고 이쁨. 이것도 스위스의 백화점 Globus 위층, 주방용품 파는 곳에 가면 구입할 수 있다.
3.Trauffer 목각 기념품
인테리어 소품으로 창틀에 얼룩소 몇 마리 줄 세워 놓으면 귀엽다. 스위스를 추억하며 몇 마리 집에 놔둬도, 아이들 장난감으로도 좋다. 공항에서도 시내의 기념품점에서도 많이 보이니, 맘에 드는 소 한놈 데려가세요.
4. Cuboro 장난감
정작 우리 애들은 안 사줬었는데, 이걸 보니 이번 크리스마스 때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슬이 지나가는, 혹은 못 지나가는 나무 조각들을 이리저리 조립해서 구슬이 지나갈 수 있게 하는 머리를 써야 하는 놀이도구인데, 공대의 나라 스위스답게 어린이집에서부터 애들이 이걸 가지고 그렇게 놀았었다. 조카의 선물로 매우 좋고, 애들 뿐만 아니라 내가 요즘 깜빡깜빡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저요) 이거 가지고 좀 노시길. 무겁다는 단점이 있음. 한국에도 들어와 있는지는 솔직히 저도 몰라요.
5.Puralpina 도마
웬 도마를 선물로.. 생각하시려나? 스위스 백화점에 가면 이 회사뿐만 아니라 스위스에서 만든 나무 도마가 꼭 있는데 좋은 나무에 향도 좋고 알프스산을 새겨놓은 도마, 이름을 새길 수 있는 도마, 등등 무언가 스위스의 나무 한 조각을 합법적으로 한국에 가져간다는 발상이 맘에 든다. 가져간 이 도마는 요리할 때 쓸 수도 있지만 손님 초대 시에 치즈나 살라미등을 올려 대접하는 용도로 쓰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까지 추천한 것 한두 개씩 장바구니에 집어넣으면 합계 400프랑(24년 11월 현재 대략 63만 6천 원) 정도 나올 것이니, 갑자기 지출이 크네. 총알 재장전 해서 다음에 또 이어가는 걸로. 저는 그럼 바빠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