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맛집 소개 편
파리에서 집에 돌아가려고 차를 타고 보니 놀 때는 몰랐는데 다시 7~8시간 걸려 갈 생각에 갑자기 오마이 싶다.
남편에게
"운전 많이 해야 하는데 괜찮아?" 물어보니 하는 말,
"베토벤 피아노 콘체르토 5개 전곡 듣고,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들으면 집인데 뭐. Easy."
ㅎㅎ맞는 말. 그렇게 우리는 함께 음악을 들으며 집에 왔다. 협주곡 1,2번은 옆자리에서 쿨하게 자다 일어나 3, 4번을 다 들을 때쯤 도착한 디종의 휴게소에서 저녁을 해결하고도 3시간 넘게 걸려 집에 오니 또 이렇게 좋은 거 보면 역시 여행은
아, 집이 최고구나 를 느껴주기 위해 떠나는 것?
아. 파리!
파리는 언제 가도 좋고, 아니 갈수록 더 좋고 일면식도 없는 스위스에 사는 파평윤 씨 가문의 애기씨가(이건 나의 측근 중 한 명이 나를 놀리며 부르는 애칭) 나폴레옹 3세에게 감사한 마음 갖게 하는 아름다움을 지닌 도시이다. 프랑스인들, 늬들 진짜 조상한테 잘해라!
제일 처음 엄마와 갔던 파리에서는 파리지앵들의 멋스러움에 감탄+기죽었던 게 기억나고,
두 번째 갔던 남편과의 여행에서는 로맨틱한 도시, 맛있는 음식과 예쁜 옷에 취해 있었고,
세 번째 연주차 갔던 파리에서는 동료들이 박물관 갈 때 나는 현디자인계의 동태를 살피느라 라파예트에 연주비를 다 갖다 바쳤었고,
네 번째 엄마, 이모와 갔던 파리에서는 우리 남편이 머리아포 아스피린을 찾았었고,
다섯 번째 엄마, 아빠와 갔던 파리에서 아빠가 퐁네프 다리를 참 좋아했었고,
여섯 번째 작년 친정 식구들 파리에서 일주일 같이 여행했을 때는 같이 그 공간에 있는 게 꿈만 같았고,
이번에 간 파리..
얼마 전 열렸던 파리 올림픽에서 있었던 논란, 프랑스가 출전하는 자국 선수들의 히잡착용을 금지한 일이 마음에 남았는지 파리에 살고 있는 유색인종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거지가 없는 나라 스위스에서 온 한국아줌마의 눈에 수많은 인종들이 뒤섞여 살아가는 이 도시에서 사회자 약자로 보이는 홈리스들이나 워킹 클래쓰로 살아가는 유색인종들에게도 과연 자유, 평등, 박애가 주어질지 오바스러운 염려가 되었다.
나의 시선의 끝에 있는 이들의 공통점을 찾았는지 남편이 나에게 말한다.
"너의 현실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 저들의 처지에 감정 이입 하지 마. "
음.. 남편은 너무나 나를 잘 안다. 오바스러운 아줌마 또 무슬림들의 인권을 위해 이 연사 외칠 뻔했는데 이 정도에서 끊어준 남편 고마워.
파리에 왔으니 맛있는 것 좀 먹어줘야지?
제일 먼저 이번 여행 내내 아침으로 먹었던 Tartine. 바게트빵에 버터와 잼을 발라 먹는 프랑스인들의 대표 아침인데 바삭하고 쫄깃한 바게트빵이 버터, 쨈과 만나 담백하고도 고소한 풍미가 정말 음~ 프랑스에 왔구나 느껴지는 맛이다. 독일 유학 시절에 2년가량 같이 살았던 프랑스인 스테파니도 아침마다 이렇게 먹었었다. 독일 바게트가 맛없다는 불평도 아침마다 했었다. ㅎㅎ 잘 사니, 스테파니? 오 갱끼 데쓰까!
그 옆의 음식은 90년대~2000년대 나 좀 잘 나간다 하던 이들 많이 가던 베니건스에서 접했던 몬테 크리스토의 원조격인 크로크 무슈. 이게 미국에 건너가 이탈리안 피자가 피자헛이 되었듯이 식빵을 기름에 튀긴다는 엄청난 발상의 몬테 크리스토가 되었다는 예로부터 전해지는 얘기가 있음.
남편이 일하러 간 동안(아, 말 안 했던가? 이 여행은 사실 남편의 출장에 많이 먹고 시끄러운 여자 셋이 따라붙어서 우리 남편 또 아스피린 찾게 한 출장 겸 주말 나들이임) 파리의 명소는 지난해 파리 여행 시에 둘러본 관계로 나와 라헬, 아멜리는 작년에 미처 방문하지 못했던 Le bon Marché 백화점을 둘러보기로 함(입어만 볼게요). 15여 년 전에 파리의 라파옛 백화점을 처음 가봤을 때 충격이 아직도 선명한데 건물의 웅장함, 화려하고도 고급스러운 디스플레이, 눈 돌아가게 했던 처음 보는 브랜드들.. 그 이후로 판교 현대백화점도 생기고 여의도 더 현대.. 요즘엔 우리나라 백화점이 더 눈 돌아가게 잘해놨지만 파리의 백화점은 현시대 트렌드를 감각 있게 진열해 놓은 나에게는 루브르 박물관 못지않게 설레는 곳이다(전시된 작품들 입어만 볼게요).
Amelie in Paris:
이쯤에서 파리 맛집 하나:
https://chezfrancebistrot.com/menu
이곳은 작년에 파리에서 친정식구들과 일주일 동안 만났을 때도 갔던 곳으로 프랑스 가정식을 하는 비스트로이다. 프랑스에서 꼭 먹어야 하는 양파 수프도 있고 달팽이 요리도 있다. 나는 작년에도 양파수프와 오렌지 소스를 곁들인 오리고기를 먹었는데 맛있어서 이번에도 똑같은 걸로. 나는 항상 팬 놈 또 팬다. ㅎㅎ
마침 파리에 와있던 전에 등장한 적 있는 우리의 친구 스티브와 연락이 닿아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스티브 여기 어때? 맛있지?
스티브와의 에피소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https://brunch.co.kr/@swissajumi/40
Amelie in Paris:
파리 맛집 둘:
여기는 처음 가보았는데 저녁 시간이 되니 길게 늘어져 있는 줄에 기대를 하며 들어갔던 곳. 1947년부터 있었던 레스토랑으로 인테리어가 정말 뜨아! 파리! 로맨틱하고 화려하다. 프랑스 전통 요리 중에서도 돼지고기 요리를 주로 하는 곳이긴 한데, 내가 먹은 송아지간 요리도 손에 꼽히게 맛있었음. 이곳에서도 나는 양파수프는 참지 못하고 시켰는데 시키길 잘했음.
마지막 날 집에 가기 전에 갔던 벌써 파리 올 때마다 와서 5번째 오는 파리 맛집 셋:
엄마, 아빠와 파리 왔을 때도 모시고 왔었고, 파리 올 때마다 꼭 들르는데 역시나! 이번 여행에서도 가장 만족스러웠던 식사였다. 이곳은 점심시간에 가면 관광객보다는 그 동네 직장인들이 점심 먹으러 오는 걸 많이 볼 수 있는데, 다들 사장님과 농담 한마디들 주고받는 것이 단골의 스멜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프랑스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는 곳으로 사료됨.
처음 이곳을 갔던 2013년의 사진이 남아 있을까 찾아보니 페이스북에 남아있다! 결혼하자마자 신혼 시절에 갔던 파리에서 지우개를 먹어도 맛있고 행복했겠지만 이 식당에서 정말 행복했었던 기억이 자료로 남아있다는 건 행복한 일. SNS의 수많은 폐해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삭제하지는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 젊은 날의 기록이 있는 페이스북.
Amelie in Paris: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에서 식사 후에 하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해 안 되는 행위가 있는데, 바로 디저트로 치즈 먹기이다. 처음 이 충격적인 장면을 접하고는 허걱! 했었는데 흠.. 어떻게 설명해야 이해가 될까?
이건 마치 우리나라 사람이 식사 후 누룽지에 파김치 하나 올려 한입 하는 거라면 이해하시려나?
뭔가 식사의 마무리로 이렇게 먹어줘야 여한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나 보다.
나는 아직 이 경지에는 이르지 못해서 달콤한 디저트와 에스프레소를 시켰지만 이들이 왜 이러는지는 이제 이해할 수 있다. 아래 사진은 남편의 마무리 김치 한 조각, 치즈 플래터이다.
Amelie in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