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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위스 아주미 Mar 05. 2024

루체른 인싸이더 팁

 내가 사는 루체른은 스위스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세계적인 관광도시이다. 나 여행 좀 했다 하는 사람들은 유럽 여행 중 필수로 거쳐가는 곳이기에 한국에 가서 루체른 산다고 하면, "아, 스위스! 좋은데 사네요."하고 반가워하시는 분들이 많다. 실제로 이곳에 산지 10년이 넘어가지만 가끔 날씨 좋은 날에 시가지를 걸을 때면, 만년설에 뒤덮인 산을 병풍처럼 배경으로 한적하게 흘러가는 호수의 물, 또 그 위의 백조들.. 볼 때마다 새롭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1세 라헬과 그녀의 어머님


이곳은 일 년 내내 한국인 관광객들을 볼 수 있는 곳인데, 10여 년 전만 해도 단체관광객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엔 가족, 연인, 친구, 등등 작은 규모로 그룹 지어 자유여행하는 분들이 대부분인둣하다. 스위스 아줌마(저요^^;) 눈에 보이는 한국인 관광객은 멀리서부터 후광이 비치는 쌔끈한 모습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외모에 신경을 쓰고 가꾸기도 하고, 특히 헤어스타일의 세련됨과 깨끗한 피부로 동양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사실이다. 다르게 말하면, 거꾸로 내가 한국 방문 시에 나의 촌스러워진 모습에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는 슬픈 이야기인데, 고국 방문 하기 전에 나름대로 옷도 사 입고 어설프나마 셀프로 피부관리 들어간 적, 외국에 사는 차도녀 동포님들 다들 한 번은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내 나라 사람들이 멋진 모습으로 해외에 나와서 꿀리지(?) 않는 모습은 해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기분 좋은 일이다. 특히, 이제 아줌마가 되어서 그런지 젊은 세대, 혹은 MZ들이 외국에 나와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면모들이 귀엽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우리 때는 뭔지 모를 외국에 나오면 주눅 드는 게 있었음).


요즘에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오랜 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한국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닐터인데, 루체른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으니, 루체른 기차역 밑 스위스 국민 슈퍼마켓 coop에는 우리나라 라면을 판다. 신라면, 김치라면, 또 컵라면 몇 종류도 있으니 라면을 무겁게 가져올 필요가 없다.

가성비를 따지는 이들이라면, 한국에서 한 봉지에 500원가량 하는 라면이 이곳에서는 한화로 2000원 정도 하니 비싸게 느껴질 것이다. 그런데 스위스는 모든 것이 다 비싸다! 가방의 짐 줄이고 한번 그 돈 주고 사 먹지 하는 분들은 스위스 슈퍼마켓에서 장 봐서 충분히 한식 한 끼 할 수 있는 세상이다.

Coop에서 살 수 있는 삼겹살 및 한국식품


부엌을 사용할 수 있는 여행객은 coop정육 코너에 있는 삼겹살을 사자. 두께도 어쩜 그리 삼겹살 구이 하기에 딱 좋게 썰어놨다. 고추장, 쌈장도 우리나라 샘표 제품들이 들어와 있으니 구입해서 상추, 마늘, 파절임 등등과 함께 한 끼 먹으면 다음 끼니부터 다시 힘내서 스위스의 느끼한 음식들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단짠단짠을 이은 동서동서(동양 음식과 서양 음식의 교차 섭식 플랜) 작전이다.


기차역에 있는 coop은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는 일요일, 또 공휴일에 유일하게 연 슈퍼마켓으로, 우리 집도 일요일에 전날에 미처 사놓지 못한 꼭 필요한 재료가 있으면 한 번씩 애용한다. 그럴 때마다 주로 남편이 가는 편인데 한 번은 남편이 다녀와서는 씩 웃으며 말하기를, 어떤 가족처럼 보이는 한국인 4인이 정육코너 앞에서 삼겹살 팩을 가지고 맞네 아니네 논쟁을 벌이고 있더란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해서 그 뒤에 가서

"그거 삼겹살 맞아요." 했단다. 정확히는 영어로  "You're right. It is 삼겹살."이라고.

당황한 한국인 가족이 어쩔 줄 몰라하며 웃으며 thank you를 연발했다는데 토마쓰는 뭔가 혼자 엄청 흡족해한다. ㅋㅋ

루체른 역 앞과 지하 1층의 스위스 국민 슈퍼마켓 coop

한국인 아내를 둔 덕에 한국인들에게 워낙 내적 친밀감이 있는 데다, 보통은 익살스러운 한국인들에게 당하는 입장이었는데(형부, 보고 계시나요?ㅎㅎ) 뭔가 깜짝 놀라게 한 것이 통쾌한가 보다. 그러니 혹시 루체른 기차역 coop에서 삼겹살 운운하며 간섭하는 외국인을 보시더라도 놀라지 마시고 집에 돌려보내주시길..


유럽을 여행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아주미가 당부의 말씀을 하나 드리자면, 상점 안에 들어가거나 음식점에 웨이터가 주문하러 와서 인사를 건널 때 Hello, 하고 눈 맞춤 정도는 해주자. 우리나라는 모르는 사람과, 더 정확히는 서비스 업종의 분들과 대화할 때 눈을 안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행동이 한국에 갈 때마다 눈에 띄었었다. 아마도 그건 어릴 적부터 몸에 밴 습관 같은 것인듯한데, 거슬러 올라가면 다들 담임선생님의 단골멘트: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봐!" (aka. 눈 깔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


문제는 그런 행동이 서양권에서는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보이기에, 그럴 의도가 아닌데 무례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 유럽 생활을 오래 한 한 한국아줌마(또 저요ㅎㅎ)는 속상하다. (두유노 동방예의지국?)

슈퍼 점원이 됐든, 식당 웨이터든 대화를 시작하는 모든 이와 눈을 마주치고 Hello로 시작해 보자. 그대들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친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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