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예약
대부분의 여행자들에게 익숙한 유럽 내 교통수단은 기차일 것이다. 나도 독일 유학시절을 생각하며 이번 여행을 위해서 저먼레일 패스, 유레일 패스, 스위스 패스 등 다양한 기차 패스들을 밤새워 공부하다 갑자기 렌터카로 여행을 하면 어떨까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독일, 프랑스, 스위스는 우리나라와 운전석의 위치도 같고 교통규칙도 비슷하며 고속도로의 운전환경은 우리나라보다 더 좋다고 들었었다.
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될 때는 역시나 장단점을 놓고 비교하는 것이 제일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다. 기차는 비용이 저렴하고 (아이들이 미성년이기 때문에 따로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운전의 피로, 사고의 위험을 피할 수 있으며 주차비, 주유비 등 추가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캐리어를 이고 지고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해야 하며 숙소의 선택에도 제약이 따르고 무엇보다도 시간을 지켜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여행 중 생기는 자잘한 문제 상황들에 대처하기가 어렵다. 렌터카는 기차에 비해 비용이 더 들고 운전자는 피로+음주불가 조건으로 여행해야 하며 불시에 일어나는 사고의 위험에도 노출되지만 짐을 트렁크에 싣고 편하게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여행할 수 있으며 아이들은 이동 중 편안하게 쉴 수 있고 무엇보다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숙소 선택지도 늘어나고 시간이나 일정을 자유롭게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바꿀 수 있다.
2주라는 짧은 기간 동안 최대한 스트레스받지 않고 가족 모두가 행복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렌터카가 정답이었다. 일단, 나는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음주불가 조건이 전혀 상관없었고 더불어 남편보다도 더 운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남편에게 당당하게 '우리 렌터카로 여행하자!' 외쳤고 남편도 동의했다.
렌터카 여행을 위해서는 정독해야 할 책이 하나 있다.
이 책 하나만 정독하면 렌터카 회사 선정, 차량 선택, 유럽 운전 팁과 여행기간에 따라 추천하는 유럽 자동차 여행 일정까지 모든 걸 배울 수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보기 전에 모든 일정과 숙소를 정해두고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추천일정과 내가 짠 일정이 매우 흡사해서 놀랐다. ㅎㅎ
렌터카 예약도 비행기 예약과 비슷한 면이 있는데 렌터카 회사 홈페이지나 어플에서 직접 예약하는 방법과 가격비교사이트를 이용하는 방법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기 때문이다. 렌터카 회사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경우 비용이 높지만 보험을 렌터카 회사에서 직접 계약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빨리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비교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는 비용은 저렴하지만 렌터카 회사에서 드는 보험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 바로 보험처리가 빨리 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내가 비용을 지급하고 나중에 보험사에 신청해서 비용을 환급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렌터카 회사 직원들은 손님이 가격비교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보험에 가입했다고 설명하더라도 그건 그거고 자신들이 제공하는 보험에 이중가입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직스트 www.sixt.co.kr
오케이모빌리티 www.okmobility.com
가격비교 사이트 www.rentalcars.com/ko/
나는 사고라는 건 언제든 날 수 있으니 단단히 준비해서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가격비교 사이트는 제외하고 여러 렌터카 회사 홈페이지나 어플을 설치해서 가격 견적을 각각 뽑아보았다. 2주간 숙소는 도시마다 달라지지만 차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와 함께니 제2의 집과 같을 것이기에 중형 이상의 SUV이면서 캐리어 4개가 들어가는 트렁크 용량을 가진 차를 우선적으로 보았다. (유럽에는 자동차 털이가 많아서 차 안에는 어떤 물건도 놓지 말고 모두 트렁크에 두어야 한다고 책이나 여행카페에서 신신당부한다)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으니 하나하나 내가 견적을 내서 확인해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행은 이번 한 번뿐이 아니고 다음에 또 여행할 때를 위해 경험과 지식을 하나씩 쌓아간다는 느낌으로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오케이모빌리티라는 허츠나 유럽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를 선택했는데 어플에서 계약하면 프로모션으로 15~20% 정도 할인이 되고 추가 운전자가 무료여서 비용이 저렴했으며 특히 프랑크푸르트 공항지점은 리뷰도 좋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유럽공항 중 가장 많은 렌터카 회사가 있으며 따라서 가지고 있는 차량의 수도 많다. 물론 내가 선택한 바로 그 모델을 받는다는 보증은 없다. 내가 선택한 모델이 차고에 없다면 그 모델과 같은 카테고리에 있는 차 중에서 하나를 받게 되는데 나는 푸조 3008을 선택했지만 받은 차는 MG 차량이었다. 같은 시간에 차를 빌리던 다른 손님은 MG가 싫다, 예약한 폭스바겐을 달라고 주장했지만 차가 없는 걸 어쩌겠는가. (그들도 결국 MG를 받았고 공항 주차장을 나오며 서로의 안녕을 비는 인사를 나눴다) 나는 다른 손님에게 렌터카 회사 대변인 마냥 우리는 차량의 카테고리만 보증받을 뿐 계약상 렌터카 회사가 내가 예약한 정확한 모델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얘기해 줬고 이런 나의 태도가 맘에 들었는지 렌트회사 직원은 cross-border fee(렌터카로 국경을 넘나들 때 내는 비용, 주로 하루 12유로에서 15유로까지 회사마다 다르다)를 할인해 주고 반납할 때 연료도 반만 채우는 걸로 계약을 해줬다. 차는 푸조가 아닌 MG였지만 14000km 달린 새 차였고 2주 동안 우리의 동반자로 아무 문제 없이 여행을 함께 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이 생기는데 웬만하면 서로의 이익을 많이 해치지 않는 선에서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좋다. 즐거운 여행이지만 처음 며칠은 시차 때문에 피곤하고 편안한 집을 떠나 매일 새로운 잠자리에 생경한 풍경과 경험을 마주하는 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작은 문제는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이해하고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얻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물론 호구가 되라는 건 절대 아니다. 부당한 일에 대해서는 잘 못하는 외국어라도 당당하게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
렌트를 위해서 꼭 갖추어야 할 것은 국내운전면허증과 국제운전면허증이다. (영문운전면허증과 국제운전면허증은 다르다) 여행 전에 미리 국제운전면허증을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등기로 집에서 바로 받아볼 수 있다. 또한 국내운전면허증의 유효기간도 살펴야 한다. 여행날짜를 기준으로 6개월 이상 남아있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자녀와 함께 렌터카 여행을 계획할 때 체크해야 하는 것은 카시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만 6세까지 카시트를 사용해야 하는데 일본은 만 8세, 영국은 만 12세 등 나라마다 카시트 규정이 다르다. 또 나이뿐만 아니라 아이의 키와 체중도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외국에서는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에 미리 체크해서 렌터카 회사에서 예약할 때 선택해서 비용을 지불하고 빌릴 수도 있고 부스터 카시트의 경우는 부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던 것이 있다면 들고 가도 좋다.
총 운행거리, 추가 운전자 유무, 국경통과 유무 등을 선택하고 계약을 진행하는데 우리는 2주간 총 최대 3000km, 추가 운전자 1명, 국경통과 하는 걸로 어플의 15% 프로모션 코드 사용해서 계약금 200유로, 차량 렌트비용 783유로, cross-border fee 150유로 지불했고 계약금의 경우 신용카드로 지불해서 미매입상태로 있다가 여행이 끝난 후 2주 정도가 지나니 승인취소 되었다. (총비용 933유로, 약 138만원)
다음 글에서는 여행 전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