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푸른 숲 속을 조용히 거닐고 싶다면
오늘은 단양을 4번이나 다녀온 제가 손에 꼽는 가장 좋았던 숙소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소백산 자연휴양림은 충북 단양군 영춘면에 위치해 있습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자연휴양림들이 그렇듯 이곳도 예약이 치열합니다. 저도 예약을 오픈하는 날에 핸드폰에 알람을 맞춰놓고 간신히 성공하였는데요, 정말 만족했던 숙소라서 여러분께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소백산 자연휴양림은 숲 속의 집, 산림문화휴양관, 화전민촌, 정감록 명당 체험마을 이렇게 총 4가지의 숙박시설이 있고 단양승마장, 네트 어드벤처, 정감록 명당 체험관과 같은 부대시설과 소백산 자락길도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정감록 명당 체험마을은 옛 예언서인 [정감록]에 나오는 십승지(十勝地) 중 하나로, 난세를 피할 수 있는 명당으로 알려진 지역에 조성되었습니다. 이 마을에는 총 15동의 숙박동이 있고 각 숙소는 별자리 이름을 따서 지어졌습니다. 저는 이 마을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있는 4인실 염소자리에 묶었습니다. 노을이 질 무렵 숙소 테라스에서 바라본 소백산 자락이 어찌나 부드럽고 포근하던지 엄마의 품에 안긴 듯 편안했습니다. 이곳이 왜 명당이라 불리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죠.
정감록의 숙소 내부에는 TV와 와이파이가 없습니다. 디지털 기기들로부터 잠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고, 가족이나 동료들과 더 깊은 소통의 시간을 가지라는 취지에서 마련된 정책이라고 합니다. 방에 TV도 없고 와이파이도 없으니 심심하지 않냐고요? 전혀요! ^^
저희는 아이들과 마을입구에 있는 명당체험관에 가서 정감록과 풍수지리에 대한 전시를 보았습니다. 저는 청도 김 씨로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 님의 후손이라 대동여지도를 보자마자 아버지가 생각나 사진을 찍어 아버지께 보냈지요. 그리고 2층 북카페에 가서 멋진 경치를 보며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간간히 눈을 들어 창밖 풍경을 보는 순간이 정말 행복했는데 지금은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ㅠㅠ
방에 돌아와서는 비치되어 있는 민속놀이세트로 아이들과 신나게 윷놀이를 하고 장기도 두고 그러다 잠시 아이들은 구경시장에서 사 온 간식을 먹으며 쉬라고 하고 남편과 자락길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소백산 자연휴양림으로 소백산 자락길 6구간 온달평강로맨스길이 이어지는데 로맨스라면 또 빠질 수 없죠♡ 남편과 둘이서 손잡고 오붓하게 걷다 보니 쉽게 보기 힘든 산진달래가 가득 피어있는데 어찌나 곱고 예쁘던지.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 이렇게 부부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참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정감록의 디지털 기기가 없는 환경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누게 되고 바로 가까이 곁에 있는 자연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와이파이가 없어도 핸드폰을 할 수는 있지만 이왕 소백산 산자락에 들어온 거 '디지털 디톡스'를 마음먹고 맑은 공기와 신선한 흙내음, 새소리, 바람소리, 꽃향기 끝없이 내어주는 자연의 품에서 잠시나마 쉴 수 있었지요.
다음 날 아침에는 혼자 조용히 일어나 길을 나섰습니다. 저는 평소에는 올빼미형 인간인데 여행만 가면 아침형 인간이 되거든요. ^^; 식구들이 깨지 않게 조심조심 복층을 내려와서 문을 열고 아직 새벽의 이슬이 채 가시지 않은 촉촉한 숲으로의 아침 산책을 갔습니다. 새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혼자서 사뿐사뿐 조용히 걸었어요. 자연이 주인인 곳에 제가 잠시 머물다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음악영상 하나 첨부합니다. 마스네가 작곡한 오페라 타이스에 나오는 명상곡 Meditation입니다.
소백산 자연휴양림도 다양한 할인정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번 체크해 보시고 알뜰하게 가족여행 계획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