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작 '어머니가 내게 가르쳐준 노래들'
드보르작(Antonín Dvořák, 1841~1904)은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민속 선율과 서정적인 감성을 서양 고전음악의 틀 안에 아름답게 녹여낸 작곡가입니다. 목수였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가난한 시골 소년으로 자랐지만 바이올린과 비올라 연주 실력을 인정받아 음악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평생 고향의 민요와 전통 리듬을 사랑했고 이를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가곡에 담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렸습니다. 특히 따뜻하고 인간적인 선율 덕분에 그의 음악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내게 가르쳐준 노래들 Songs My Mother Taught Me'는 1880년 작곡된 집시의 노래 Gypsy Songs Op. 55 중 네 번째 곡입니다. 드보르작은 체코 시인 아돌프 하이둑의 시에 곡을 붙였는데 그 가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Songs my mother taught me in the days long vanished
오래전에 사라져 버린 날들 속, 어머니가 내게 가르쳐준 노래들
Seldom from her eyelids were the tear drops banished
어머니의 눈가에서 눈물이 사라진 적은 거의 없었네
Now I teach my children each melodious measure
이제 나의 아이들에게 그 아름다운 가락을 가르치네
Oft the tears are flowing from my memory’s treasure
그러나 그 노래를 부를 때마다, 기억 속 보물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이 번지네
이 노래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품에서 배운 노래를 회상하며 세월이 흘러 자신의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피아노 반주는 잔잔한 물결처럼 흐르고 성악 선율은 회상하듯 부드럽게 이어지죠. 가사 속에 담긴 ‘어머니의 눈물’과 ‘기억 속의 노래’라는 이미지는 듣는 사람마다 각자의 추억과 그리움을 꺼내오게 합니다.
1880년, 이 곡을 쓸 당시 드보르작은 아내 안나와 함께 첫 세 자녀를 무사히 키우며 비교적 평온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 년 뒤, 그의 삶에는 깊은 상실이 찾아옵니다. 1882년, 두 살이 채 안 된 둘째 아들 루지에를 폐렴으로 잃었고 1883년에는 갓 태어난 막내딸 오티리에마저 세상과 작별했습니다. 당시 유럽의 열악한 위생 환경과 의료 수준은 어린 생명을 지키기에 너무나 부족했고 그는 그저 무력하게 아이들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훗날 많은 이들이 이 곡을 들으며 ‘잃어버린 자식을 향한 추모의 노래’로 느꼈습니다. 사실 이 곡은 그 비극이 일어나기 전, 어머니와의 추억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지만 드보르작이 훗날 겪은 상실의 그림자가 자연스레 이 노래 위로 드리워진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 곡을 들을 때, 두 가지를 함께 느끼게 됩니다. 하나는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 그리고 또 하나는 상실이 남긴 깊은 슬픔.
드보르작은 삶이 그에게 가져다준 큰 상실, 그 아픔을 음악 속에 녹여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민속 선율과 어머니의 노래, 그리고 신앙심이 그의 버팀목이 되었죠. 그는 슬픔을 억누르기보다 그것을 멜로디로 흘려보냈습니다. 밝고 경쾌한 춤곡에도, 장엄한 교향곡에도, 조용한 가곡에도 그리움과 눈물이 함께 묻어났습니다. 아마도 음악은 그에게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상실을 견디고 다시 살아가게 하는 숨결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됩니다. 아니면 내가 먼저 그들을 떠나거나요. 하지만 그 사랑을 잊지는 않습니다. 드보르작이 그 사랑을 음악에 담아 세상에 남겼고 그 노래들은 지금까지도 듣는 이들의 마음을 감싸며 위로를 전합니다. 우리도 그 사랑을 어딘가에 담아 세상에 남긴다면 어떨까요? 저는 그것이 아마도 상실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