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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아픔을 음악으로, 드보르작과 피아졸라 ②

피아졸라 '아디오스 노니노'

by 에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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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를 이야기할 때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 1921~1992)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전통 탱고를 재해석해 ‘누에보 탱고(Nuevo Tango)’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작곡가이자 반도네온 연주자입니다. 클래식과 재즈, 아르헨티나의 전통 음악을 결합해 탱고를 현대적 예술로 끌어올린 그는 평생 탱고를 통해 감정과 삶의 깊이를 표현했습니다.


피아졸라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었습니다. 이 때문에 아버지 비센테 피아졸라는 아들이 위축되거나 소극적으로 살아갈까 걱정했습니다. 어린 피아졸라가 자신감을 얻고 세상을 향해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자 아버지는 그에게 반도네온을 사주었습니다. 이 악기는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어린 피아졸라의 삶을 바꿀 열쇠이자 후일 세계적인 음악을 탄생시키는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피아졸라는 반도네온을 통해 음악적 세계를 넓히며 자신만의 독창적 목소리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1959년, 피아졸라는 뉴욕에서 연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아버지가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충격과 슬픔 속에서 그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단숨에 한 곡을 써 내려갔습니다. 그 곡이 바로 '아디오스 노니노(Adiós Nonino)'입니다. 곡 제목 속 ‘아디오스’는 스페인어로 ‘안녕, 잘 가요’라는 작별의 의미이고 ‘노니노’는 피아졸라가 아버지를 애정 어린 애칭으로 부르던 말입니다. ‘노노’는 이탈리아어로 친근하게 아버지나 할아버지를 부를 때 쓰이는 말이고 여기에 축소형 접미사 ‘-ino’를 붙여 ‘노니노’가 되었습니다. 즉, ‘노니노’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가족 안에서만 통용되던 다정한 호칭으로 곡 제목 전체는 '안녕, 사랑하는 아버지'라는 뜻을 지니게 됩니다.



비장하게 시작하는 선율은 아버지의 부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충격을 담고 곡 전체에 흐르는 불안정한 리듬과 격렬한 전개는 내면의 울부짖음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후반부에 이르면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이 나타나며 이는 아버지와 함께했던 기억, 감사와 사랑의 감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단순한 비탄의 음악이 아니라 상실과 그리움, 그리고 남은 자의 사랑과 회복이 함께 녹아 있는 음악인 것입니다.


209545655_10159328590759866_5191674107505652001_n.jpg 피아졸라와 아버지 노니노 (ca.1927)


그래서 '아디오스 노니노'는 피아졸라의 가장 개인적인 고백이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음악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의 언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까지도 이 곡은 전 세계 무대에서 가장 자주 연주되는 피아졸라의 대표작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이 곡의 멜로디가 무대 위에 울려 퍼질 때마다 우리는 피아졸라가 아버지를 부르던 다정한 호칭 '노니노'를 함께 떠올리며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의 겪어온 상실과 그 존재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이 음악으로 되살아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ADIOS NONINO Live in Utrecht (1984) 라이브 버전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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