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푸드로 배를 든든히 채운 후 우리는 검은 숲으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최종 목적지는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인데 그곳으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바덴바덴에서 시작하는 검은 숲으로 가는 B500번 도로를 타고 검은 숲 속의 신비한 호수 뭄멜제(Mummelsee)에 잠시 들러보기로 했다. 렌터카로 여행경로를 짤 때는 이동할 때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바로 갈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에 있는 매력적인 장소들을 찾아 조금 돌아가면서 둘러보거나 드라이브하기 좋은 유명한 도로가 없는지 미리 검색해 보길 추천한다. '고속도로를 타고 A에서 B로 쏘세요' 식의 경로를 짤 필요가 없다. 우리는 자유로우니까. ^^
옛 추억에 찡해진 코끝을 만하임에 남겨두고 차를 검은 숲으로 몰았다.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많은 곳을 가봤지만 차가 없는 뚜벅이였기에 갈 수 없었던 곳이 바로 검은 숲이었다. 이 숲은 나무가 아주 빽빽하고 울창해서 낮에도 해가 들지 않아 검은 숲이라고 하며 이곳으로 가는 도로는 슈바르츠발트호흐슈트라세(Schwarzwaldhochstraße) / 블랙 포레스트 하이로드(Black Forest High Road)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잘 알려진 테마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다. 남편에 이어 운전대를 잡은 나는 외국에서 하는 첫 운전이었기에 긴장해서 두근두근 울리는 심장을 안고 이 마법과도 같은 도로로 들어섰다. 올라가며 몇 번이나 탄성을 뱉었는지! 운전의 긴장감보다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을 보고 아드레날린이 더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뭄멜제를 향해가면서 손가락 두 개를 내리고 있는 도로 표지판을 엄청 많이 보았는데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서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찾아보니 이 도로에서 오토바이 교통사망사고가 많이 나서 그들을 추모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름다운 도로를 사고 없이 모두가 안전하게 즐기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 사인은 원래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서로의 안녕을 비는 용도로 사용되는 수신호라고 한다.
해가 구름 속을 들락날락하는 와중에 우리는 뭄멜제에 도착했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와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https://maps.app.goo.gl/9ykKc89UxxSLW1ybA 무료주차장) 차에서 내리니 믿기 힘든 풍경이 펼쳐졌다. 도로를 따라 올라오는 동안 해가 나왔다가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낮과 밤이 교차되는 것처럼 조도가 계속 변하였는데 위에 올라와보니 아래에 우리가 통과한 짙은 구름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주차장 바로 앞으로 검은 숲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오른쪽으로 하이킹할 수 있는 길이 나온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볍게 좀 걸어볼까 해서 막 하이킹을 끝내고 도착하는 독일 어르신들께 여쭤보니 1시간 반에서 2시간 이상 시간이 걸리고 아이들이 걷기엔 힘들다고 만류하며 여기 말고 뭄멜제로 가면 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길이 있다며 다른 코스를 추천해 주셨다. 그럼, 호수로 가볼까. 주차장에서 길만 건너면 바로 호수가 나오고 호숫가에 호텔과 기념품샴, 레스토랑이 있다.
이 높은 산속에 이렇게 깊고 넓은 호수가 있다니! 둘레가 800m에 달한다. 고요한 호수에 비치는 숲의 모습이 신비로워 전설 속에 나오는 뭄멜제의 인어들이 저 깊은 곳, 햇빛이 닿지 않는 호수 깊은 곳에서 헤엄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아이들과 가볍게 호수 주변을 돌아보고 호텔 옆 기념품 점에 가서 마그넷도 하나 구매하고 호텔에서 50센트 내고 화장실도 이용하고 프랑스를 향해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