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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Dec 06. 2024

유럽 렌터카 여행 7 - 나의 20대를 돌아보다

2일 차 10월 30일 ①

  2일 차 아침이 밝았다. 아직은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서 가족 모두 새벽부터 뒤척이다 1등으로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다. 마이닝거 호텔 프랑크푸르트 공항지점(https://maps.app.goo.gl/yDcFPrz5fwYxNZbCA)의 조식은 소박하지만 빠짐없는 구성으로 만족스러웠다. 정말 오랜만에 호텔의 유럽식 아침뷔페를 먹으니 이제야 '아, 정말 내가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독일에 왔구나.'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소박하게 차려진 그 조식은 20대 시절 혼자 여행을 다니며 이용했었던 독일의 유스호스텔과 매우 닮아있었다.



  이쯤에서 잠시 나의 과거로 플래시백을 해보자면 나는 2001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죽어라 피아노를 연습했고 잠을 줄여가며 치열하게 노력했다. 그리고 그 시절의 보상으로 나에게 던져진 명함이 서울대학교 신입생이라는 것이었는데 정작 목표를 이룬 나는 1학년 내내 공허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습관처럼 늘 모범생이었으니 해야 하는 공부와 피아노 연습은 하고 있었지만 내 삶에 드라이브를 걸어 줄 무언가가 없으니 그렇게 공허하고 허무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독일어 수업을 교양으로 들으며 유학의 꿈을 꾸게 되었다. 그래. 베토벤의 나라, 바흐의 나라, 브람스의 나라 독일로 가자.


  다시 목표가 생긴 나는 남산에 있는 독일문화원을 열심히 다니며 독일어를 배우고 4학년 때는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아 여름방학 동안 독일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남은 기간 동안 자유롭게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그게 나의 최초의 해외여행이었다! 어학연수를 마치고 혼자서 한 달 정도 독일을 여행하면서 장학금을 쪼개 쓰느라 넉넉하지 못했던 주머니 사정 때문에 항상 숙소로 유스호스텔을 이용했고 조식을 먹으면서 샌드위치를 하나 더 싸서 챙겨 나오곤 했다. 샤워시설이 방 밖에 있고 모르는 사람과 함께 방을 써야 하긴 하지만 모두 비슷한 나이의 20대들이 대부분이었고 서로 죽이 맞으면 즉흥으로 함께 하루 같이 다니기도 하고 재밌는 추억을 많이 만들었던 여행이었다.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해 독일을 경험하고 나니 더욱더 유학이 가고 싶어졌다. 그때 갔었던 도시는 쾰른, 베를린, 드레스덴, 라이프치히, 뮌헨, 슈투트가르트, 하이델베르크, 뤼데스하임, 프랑크푸르트였다. 독일은 우리가 이름을 알만한 거의 모든 도시에 유스호스텔이 있고 유스호스텔 회원증을 미리 준비하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뮌헨과 같은 대도시에는 사설 호스텔도 많은데 이왕이면 국제유스호스텔연맹에 속한 곳들을 이용하는 게 좋다. (아래 링크 참조)


독일 유스호스텔 홈페이지 https://www.jugendherberge.de/

유스호스텔증 & 국제학생증 https://www.youthhostel.or.kr/membership/


  그 시절에는 인터넷에 정보가 많은 게 아니었기에 가이드북의 낱장이 다 떨어질 정도로 읽고 또 읽고 준비해서 스마트폰도 없이 가이드북 하나 들고 혈혈단신으로 용감하게 여행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참 용감하지만 나의 부모님이 더 용감하셨던 것 같다. 스마트폰이 있어서 바로 연락을 할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해외여행이라고는 머리 털나고 처음인데 어떻게 공항에서 웃으며 나를 전송해 주실 수 있었을까. 나에게 가져주신 그 믿음이 지금 부모가 된 나로서 생각해 보면 참 대단하고 감사하다.

 

  그렇게 2004년 어학연수&여행을 마치고 2005년 2월에 졸업하고 바로 4월 학기부터 나는 프랑크푸르트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만하임'이라는 도시에서 유학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 프랑크푸르트의 마인강 다리 위에서 '꼭 돌아올 거야. 기다려, 독일!' 마음속으로 외쳤던 게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2004년 베를린 대성당,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다.


  배부르게 호텔 조식을 먹고 나서 우리는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오케이모빌리티 카운터로 가서 차를 빌리고 (자세한 내용은 https://brunch.co.kr/@pfminji/11) 운행을 시작하기 전에 차를 살펴보고 계기판의 운행거리 사진을 찍어두고 조심조심 공항을 빠져나와 만하임으로 향했다. 운전은 많은 경험자들이 얘기한 것처럼 어렵지 않았다. 운전석 위치도 우리나라와 같고 차량 통행방향도 일치하고 독일은 톨비도 없기 때문에 고속도로와 국도를 구별하지 않고 그냥 내비게이션이 가르쳐주는 대로 가면 된다. 독일은 운전자들이 고속도로에서 1차선(추월차선)을 항상 비워놓고 추월을 할 때만 빠졌다가 바로 주행차선으로 돌아가서 막힘없이 운전하기 정말 좋았다. 속도가 무제한인 아우토반 구간도 있지만 아닌 구간도 있으니 항상 내비게이션을 주시하길 바란다. (추천 내비게이션 waze :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waze&hl=en 속도 단속 카메라나 신호 단속 카메라의 위치를 알려주고 안내음성도 한국어로 설정이 가능하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출발한 지 1시간이 채 못되어서 만하임에 도착했다. 안전하게 유료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밖에서 보이는 짐이 하나도 없도록 모든 짐은 트렁크에 보관하고 학교로 향했다.  

Hochschule für Musik und Darstellende Kunst Mannheim

  주차장에서 학교로 가는 그 짧은 길을 걸으며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날 것 같고 벅차고... '아, 정말 만감이 교차한다는 게 이럴 때 쓰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열하고 강렬했던 유학시절의 시간이 고스란히 나에게로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워터 타워(https://en.wikipedia.org/wiki/Mannheim_Water_Tower)는 세월이 지나도 그 모습 그대로인데 나는 이제는 40대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만하임에 오게 되었다. 졸업연주를 했던 실내악홀(Kammermusiksaal)은 내 기억 속의 모습보다 작았고 연습실 키를 빌리던 사무실의 위치가 달라져 낯설기도 했다. 내가 살았던 기숙사 앞 놀이터와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니 내 삶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다채로워졌는지 행복해졌는지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정말 벅차고도 고마웠던 시간이었다.

Water Tower / Wasserturm
나선형 계단이 있는 건물이 기숙사

  20대의 나와 재회를 찐하게 마치고 아이들과 시내를 걸으며 내가 즐겨 먹었던 구운 밤, 감자튀김, 아이스크림 같은 군것질을 사서 먹고 두 번째 목적지 검은 숲, 슈바르츠발트로 향했다.

  (Big Pom https://maps.app.goo.gl/tLEp85yKtJ1KWQMy8 이 가게는 16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곳에서 영업 중이었다. 독일의 감자튀김은 맛있기로 유명한데 이렇게 감자튀김만 전문적으로 파는 매장이 있다. 햄버거의 사이드로서가 아니라 감자튀김이 메인메뉴이다. 마요네즈에 찍어먹으면 특히 맛있다. 모두에게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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