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간 30분. 길고 긴 비행이 끝나고 노을이 조금씩 질 무렵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나는 긴 비행으로 인한 피로와 곧 어두워질 도착 시간을 고려해서 내일 오전에 차를 렌트하기로 하고 공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마이닝거 호텔을 조식을 포함하여 예약해 두었다. 마이닝거 호텔은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성비 호텔 체인 중 하나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의 경우 할인도 해준다. 하지만 지점마다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으니 리뷰를 살펴보고 선택하시길 바란다. 1 터미널의 경우 셔틀버스가 있고 2 터미널에서는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공항 1 터미널->호텔로는 무료로 셔틀탑승이 가능하고 호텔->공항은 유료이다. 도착 터미널이 2 터미널이라면 충분히 걸어갈만하니 도보로 이동하는 걸 추천한다. 우리는 더블침대 + 2층침대의 4인실(quadruple room)에 묶었는데 정말 발 디딜 틈 없이 좁았다. 살짝 내 선택을 후회할 뻔했는데 청소상태가 좋았고 무엇보다도 침대가 너무 편하고 좋았으며 옆방이나 윗방에서 들리는 소음도 없었다. 또한 근처에 걸어갈 수 있는 마트 REWE가 있어서 편리하다. 우리 부부는 체크인하고 아이들이 씻는 동안 얼른 간단히 저녁으로 먹을 음식을 사러 다녀왔는데 그 사이 아이들은 벌써 씻고 각자 자기 침대에서 잠들어 있었다. 저녁도 거르고 아이들은 그렇게 잠들고 ㅎㅎ 우리도 간단히 샌드위치에 독일 맥주 한잔하고 얼른 씻고 잠이 들었다.
이 글에서는 독일의 마트 이용법을 살짝 덧붙여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건 없지만 가장 다른 점은 Pfand라고 음료용기에 보증금이 있다. 용기의 종류에 따라 유리병은 좀 더 저렴하고 플라스틱병은 더 비싸다. 예를 들어, 생수의 가격표에 1유로가 쓰여있어도 Pfand 25센트가 붙기 때문에 우리는 1.25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6개짜리 생수 묶음을 산다면 총 Pfand 금액만 1.25유로가 된다. 따라서 들고 다닐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 독일 마트에서 산 음료용기들은 모두 모았다가 어느 마트에든 들어가서 반납기계에 빈병을 넣고 영수증을 받으면 된다. 마트의 브랜드는 상관없이 어디서든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보통은 내가 넣은 빈병만큼 영수증에 금액이 찍혀 나오고 쇼핑을 한 후 그 금액만큼 차감한 뒤 계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행자가 빈병을 들고 다니는 것은 힘든 일이긴 하다. 나도 2주간의 여행동안 딱 한번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독일의 마트 중 하나 Edeka에 있는 빈병반납기계
공병 보증금 제도 말고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것은 탄산수와 생수를 구분하는 법이다. 탄산이 없는 생수를 사고 싶다면 ohne kohlensäure라고 쓰여있는 생수(Wasser)를 골라야 한다. mit kohlensäure는 탄산수이니 잘 구분하시길. 독일뿐만 아니라 스위스나 프랑스의 마트에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영어로 설명이 쓰여있지 않기 때문에 구글번역기가 필수다. 구글렌즈로 물건을 비추면 바로 번역이 되기 때문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구글렌즈 : https://lens.google/intl/ko/) 그리고 독일은 물이 맛이 없다. 니글니글하다고 해야 할까. 특히 물 맛이 좋은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정말 맛이 없는데 그나마 먹을만한 브랜드가 volvic이다.
마지막으로 여행 첫날 마트에 가서 구입하면 좋을 몇 가지 추천템을 열거하자면 들고 다니면서 피곤할 때 쉽게 먹을 수 있는 초콜릿, 젤리, 간단한 간식들을 구입하는 게 좋다. 유통기한이 좀 긴 포장된 빵들도 맛있으니 아이들이 식간에 배고파할 때 얼른 줄 수 있게 무겁지 않게 몇 개만 구입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