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에 비해 다소 따스했던 10월 말, 융프라우에 가려면 패딩을 하나씩 챙겨가야 하니 그냥 입고 가기로 하고 새벽에 길을 나섰다. (이 선택은 나중에 무지무지 후회했다. 공항 안이 너무 더워서 ㅎㅎ) 우리 집은 충북 진천군. 인천공항까지는 차로 2시간 30분. 아침 10시 비행기니 대략 '새벽 5시에 떠나면 늦지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조금 서두른 이유는 요즘 출국인파가 많아서 공항 터미널과 주차장이 매우 혼잡하다고 들었고 나는 천천히 하지 뭐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주차장을 미리 예약해두지 않아서였다. 비행 스케줄이 나왔다면 장기주차장부터 예약하고 자녀가 2명 이상이라면 다자녀 50% 할인도 미리 신청해 두시라. 저처럼 예약을 하지 못한 분들은 네이버에 '인천공항 주차장' 검색하면 실시간 상황을 볼 수 있으니 도착할 때 즈음 검색해 보고 빈 곳으로 가시길.
다행히 도로는 한산했고 일찍 도착해서 모든 짐과 딸 둘, 나를 내려두고 남편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출국 편이나 도착 편 모두 공항 바로 앞에 5분은 주정차가 가능하니 짐과 나머지 인원은 내려주고 운전자만 움직이는 것이 여러모로 편하다. 또한 공항에서는 복잡한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분들이 많으니 몇 가지 팁을 남기자면 온라인 체크인으로 미리 보딩패스를 받고 (항공사에 따라 온라인 체크인 가능유무가 다르고 취항지에 따라 미성년은 온라인 체크인이 불가능할 수 있다) 스마트 패스도 준비해 두자. (스마트 패스가 궁금하신 분들은 링크 참조 : https://www.airport.kr/ap_ko/889/subview.do) 보안검색대에서는 모든 스마트 기기(핸드폰, 태블릿, 노트북, e북 리더 등)를 가방에서 꺼내놔야 하기 때문에 짐을 쌀 때부터 깊은 곳에 들어가지 않도록 꺼내기 편한 곳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짐 싸는 요령은 되도록이면 무겁고 짐이 될만한 것은 모두 위탁수하물에 넣고 기내에 들고 탈 가방은 가볍고 주머니가 많은 것으로 챙긴다. 물론, 무게도 미리 재봐야 한다. 100ml가 넘는 액체 및 위험한 물건들은 모두 위탁수하물에 넣어야 하고 면세점 인도장에서 받은 물건도 밀봉된 상태로 받았다면 최종 도착지까지 개봉하면 안 된다. 또한 보조배터리는 위탁수하물로 보낼 수 없으니 꼭 기내수하물에 넣어야 한다. (자세한 수하물 관련 설명 : https://www.airport.kr/ap_ko/906/subview.do)
일찍 서둘렀으니 시간이 많이 남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공항에서의 시간은 어찌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가볍게 편의점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면세품 인도장으로 가서 온라인 면세점에서 쇼핑한 물건을 받고 나니 탑승할 시간이었다.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상공을 지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트까지 직항이어도 14시간 30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비행기에 갇혀 있어야 했는데 가장 걱정되는 것은 188cm에 가까운 남편이었다. 나도 175cm이니 쉽지는 않을 테지만 남편 앞에서는 절대 불평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신혼여행으로 몰디브를 갈 때 남편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가 떠올라 최대한 그의 편의를 보장할 수 있는 물건들로 기내가방을 싸주고 잠을 많이 잘 수 있기만을 바랐다. 아이들은 몸이 작고 혈액순환이 잘 되어서인지 생각보다 기내에서 잘 버티기에 별로 걱정하지 않았고 실제로도 아이들은 지겨워하긴 했지만 간식과 태블릿으로 비행을 잘 버텨냈다. 나는 아이들이 우리가 어디를 가는지, 무엇을 볼 건지 여행 전에 알기를 원했기에 우리 가족만의 여행 가이드 북을 만들어서 태블릿으로 기내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생성형 AI Gamma(https://gamma.app/)가 톡톡히 내 조수 역할을 해줘서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이드 북도 공유해 보도록 하겠다. (지금 링크를 공유하면서 다시 보니 님펜부르크 성 빼고는 가이드 북에 계획한 모든 일정을 다 소화했다. ㅎㅎ)
두근두근, 이제 비행기 타러 간다. 연착이 잦은 티웨이 항공이라 조금 걱정했지만 1시간 정도의 가벼운(?) 딜레이 후에 탑승이 시작되었고 나는 2008년 독일에서 유학을 마치고 16년 만에 독일을 간다는 것이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앞에 앉았던 아리따운 독일여성과 간단히 스몰톡을 나누기도 하였는데 귀국 후 단 한마디 쓸 일이 없었던 독일어가 나름 술술(?)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남편은 어떻게 독일인인 줄 알았냐며 놀랐는데 왜냐면 처음에 그녀가 나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는데 내가 독일어로 대답했기 때문이다. ㅎㅎ 한국인이 하는 영어, 일본인이 하는 영어, 중국인이 하는 영어가 구분이 가듯이 독일인이 하는 영어도 독특한 악센트가 있다. 여하튼, 이제 14시간 30분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