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리카 Dec 31. 2024

패키지 아니에요, 자유여행이에요. (하)

유럽 렌터카 여행기 24 온천, 폭포, 호수, 출렁다리, 그림젤패스

  브리엔츠 호수를 뒤로 하고 알프스 협곡 사이에 위치한 Handeckfallbrücke를 보러 출발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면 출렁다리, 정확히 말하자면 현수교(케이블에 의해 지지되는 형식의 다리)다. 다리길이는 총 70m로 한데크 협곡 위로 70m 높이로 걸려 있으며, 한데크 폭포와 주변 산의 멋진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다리는 호텔 한데크와 겔머반(Gelmerbahn) 푸니쿨라의 시작 지점을 연결하는데 2017년까지는 유럽에서 가장 가파른 푸니쿨라였다고 한다. 이 푸니쿨라 또한 4월에서 10월까지만 운영되기 때문에 우리는 타보지 못했는데 운영 중이라고 해도 나는 탈 수 없었을 것 같다. 체감상 거의 70도가 넘는 기울기로 보였다. 스위스 산악지대에서의 많은 액티비티는 계절에 따라 운행하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에 미리 검색해 보시길 바란다. 


겔머반 https://maps.app.goo.gl/fAF6v27ajNTsVRvH7

한데크팔 다리 https://maps.app.goo.gl/A4PxRpQjTkiZkM517

무료 주차장 https://maps.app.goo.gl/QH6mkwUkQ2vF6d569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조금 걸으니 한데크팔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까마득한 협곡사이에 곳곳에 폭포가 떨어지고 그 한가운데를 연결해 놓은 다리는 바닥이 심지어 나무였다. 양 옆으로 울타리가 있고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폭의 다리는 오금이 저리게 하기 충분했다. 나는 공포와 경탄이 함께 버무려져 한걸음 내딛기가 힘든데 아이들은 벌써 저만치 뛰어가서 다리 한가운데에 있다. 부모라면 공감하실 감정인데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하면 한 순간에 머리카락이 쭈뼛스면서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얘들아, 조심해. 뛰지 마. 흔들려!!" 아무리 소리를 쳐도 신난 아이들은 다리를 왔다 갔다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엄마, 괜찮아요. 이리로 오세요!" 용감한 아이들 덕에 나도 다리 위에 올라 풍경을 둘러보았다. 

  "와아~~~~~" 그저 "와아~~~~~"만 반복적으로 터져 나온다. 아직도 무서운가 보다. ㅎㅎ 간신히 다리 끝까지 건너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날씨도 좋고 기분도 한층 업된 우리는 그림젤패스도 도전하기로 했다. 스위스에는 유명한 3대 드라이브 패스가 있다. 수스텐패스, 푸르카패스, 그림젤패스. 이 3대 패스는 렌터카로 스위스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는 빠질 수 없는 코스인데 눈이 오면 바로 통행이 제한되기 때문에 가을에서 봄 사이 여행하는 분들은 통행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우리가 간 날이 11월 6일이었고 그림젤패스는 11월 11일부터 통행을 제한하였으니 정말 날씨 운이 좋았다. 구글맵에서는 통행금지라고 나왔으나 아래 사이트를 믿고 가보았더니 통행이 가능한 상태였다. 꼭 링크의 사이트를 확인하시길.


https://www.alpen-paesse.ch/en/

사이트에 들어가면 위와 같이 통행여부가 O,X로 표시된다. 12월말 현재는 모두 통행금지 상태다. 

  코스가 코스이니 만큼 운전대를 남편에게 넘기고 긴장된 마음으로 조수석에 앉았다. 구불구불 산을 올라가는 도로는 어디 패인 곳도 없고 포장이 균일하지 않은 부분도 없고 완벽한 컨디션이었다. 처음부터 좋은 재료로 탄탄히 공사한 것이리라. 스위스는 국토의 70% 이상이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으니 물자의 이동이 어려웠을 테고 이런 이동을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도로를 튼튼히 만들지 않았을까. 그림젤 패스의 정상을 향해 올라가면서 정말 커다란 댐도 보고 산속 한가운데 지어진 호텔도 보았다. 이 험악한 산속에 어떻게 이런 시설들을 건축했는지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설산처럼 환상적이거나 푸른 나무가 있는 곳이 아니라 험한 바위 지형들과 회색에 가까운 물빛의 호수들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도로를 달리는 와중 차 창문밖으로 보이는데 무서운 느낌마저 들었다. 


https://maps.app.goo.gl/NGFjP3eC3NaowdZM9

https://maps.app.goo.gl/evHz12kpwKc4GDif7


 우리는 구글맵에 있는 전망포인트(https://maps.app.goo.gl/YbmN1S36fbxZJins8)까지 가서 거기에 차를 대고 내려서 그림젤패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내 1등 조수구글맵이었다. 많은 여행자들이 장소를 표시해 주고 리뷰를 남겨놓아서 가고 싶은 장소들을 정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여행할 때 가장 어려운 점 중에 하나가 구글맵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법으로 지도데이터의 해외반출을 금하고 있고 구글은 지도데이터를 해외에 있는 구글서버로 이전하여 사용하고자 하기 때문에 둘의 줄다리기가 끝날 때까지 우리나라에 여행 온 외국인들은 구글맵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장관을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어서 아쉽다. 

  이 길을 자전거로 오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가 차를 댄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잠시 라이더가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기에 나는 얼른 차에 있는 초콜릿을 좀 주려고 차에 가서 얼른 꺼내왔는데 그 사이 라이더는 벌써 내려가고 없었다. 남편 왈, 쉬면 몸이 식기 때문에 최대한 쉬지 않고 계속 타야 한단다. "와아~~~~" 정말 오늘 가장 많이 한 말 1위 "와아~~~~!!"였다. ㅎㅎ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야 하니 멋진 풍경은 눈으로 담아 마음에 저장해 두고 얼른 출발했다. 오늘은 저녁으로 라클렛을 먹을 계획이다. 라클렛이 뭔고 하니, 라클렛(raclette)은 스위스 발레지역의 라클렛 치즈를 녹여 감자, 피클과 함께 먹는 스위스 전통요리이다. 우리가 묶었던 샬레에는 8인용 라클렛 그릴이 있었기에 마트에 들러 라클렛 치즈를 구입하기로 했다. 


https://maps.app.goo.gl/foYGgkBvxNbMko149


  여기는 미그로스라고 스위스에서 쿱 coop다음으로 많이 볼 수 있는 마트이다. 인터라켄에 위치한 이 미그로스는 유료지만 지하에 주차가 가능하고 1층에 덴너 Denner라는 디스카운트 마트까지 함께 있어서 편리하다. 특이한 점은 미그로스에서는 그 어떤 종류의 술도 팔지 않고 덴너는 술에 특화된 매장으로 온갖 종류의 술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곳이다. 사실 선물할 요량으로 와이너리 투어 때 산 와인을 남편이 다 마셔버림 이슈가 발생하여 덴너 Denner에서 다시 와인을 구입했다. ^^;; 

라클렛 그릴
1. 그릴용으로 잘라서 파는 라클렛 치즈 2. 라클렛용 감자(알이 작고 삶았을 때 부드럽다) 3. 실버스킨양파 피클

  라클렛 치즈는 팬사이즈에 맞게 잘라져 있어 그걸 조그만 팬에 올려 굽고 삶은 감자와 피클을 곁들여 태어나서 가장 많은 양의 치즈를 한 번에 먹고 내일을 기약하며 잠이 들었다. 와이너리 투어 때는 비싸서 양껏 못 사 먹었는데 직접 요리해 먹으니 실컷 먹을 수 있어 좋았다. ㅎㅎ(예쁘게 담아 먹지를 못하고 중구난방이라 차마 사진을 못 올리겠다. ^^;;)


  여행기를 쓰며 이 날을 돌아보니 하루에 온천, 폭포, 호수, 출렁다리, 그림젤 패스를 모두 돌았다. 자유여행이 아니라 패키지여행과도 같은 일정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패키지에서는 가지 않을 코스다. 유명하지도 않고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에 올릴만한)한 곳도 아니다. 가는 곳마다 사람이 없어 "어떻게 여길 찾았어?"라고 남편이 물었을 정도다. 여행을 계획하며 날씨만 허락한다면 스위스 알프스 지역에서는 최대한 자연과 가까이 있고 싶었고 날씨가 좋았던 덕분에 기스바흐 자연공원에서 하이킹도 하고 폭포 안에도 들어가 봤으며 브리엔츠 호수의 에메랄드 물빛도 보고 알프스 첩첩산중 협곡에 지어진 출렁다리에도 올라가 보고 그림젤 패스도 달려봤다. 네이버의 여행카페에 가서 보면 빈번한 질문 중에 하나가 "여기 가야 해요? 시간을 투자해서 갈만한 곳이에요?" 묻는 질문이다. 물론 한정된 시간과 예산 안에서 효율적으로 여행하고자 하는 여행자의 마음은 나도 십분 이해하지만 <갈만한 곳>이라는 것은 스스로의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술에 관심이 없는데 유명하다고 해서 미술관에 가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다고 생각한다. 파리에 왔으니 루브르 박물관은 가야지?! 아니다. 파리에 갔어도 루브르에 가지 않아도 괜찮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