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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Jan 01. 2025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

유럽 렌터카 여행기 25 - 10일 차 11월 7일 ①

  오늘은 그린델발트를 떠나는 날이다. 3박 4일 내내 날씨가 좋아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정말 감사한 날들이었다. 아침을 먹고 기념품을 사러 잠시 그린델발트 터미널 역기념품 샵에 가서 남은 스위스 프랑을 소진했다.  


https://maps.app.goo.gl/hUC93ZTqWZPMAgbG9

그린델발트역과 그린델발트 터미널역은 서로 다른 역이다. 혼동하지 않게 주의하시길 바란다. 그린델발트 터미널역이 아이거 익스프레스 곤돌라를 탈 수 있는 역이고 그린델발트역은 기차역이다. 그린델발트 터미널은 쿱 coop마트, 린트 Lindt 초콜릿 샵, 기념품 샵, 아웃도어 샵 등이 모여있는 쇼핑센터라 융프라우를 오가는 길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기에 편리하다. 


  샬레 주인 내외와 짧은 인사를 나누고 길을 나섰다. 어쩐지 짠순이(https://brunch.co.kr/@pfminji/30 참조)로 비친 아주머니는 "어떻게 우리 샬레를 찾았어?"라는 질문을 했다. 자기가 샬레를 운영하며 만나는 3번째 한국인 손님이라고 한다. 나는 https://www.e-domizil.de/ 에서 찾았다고 대답했고 우리가 당신들에게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줬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주머니가 잠시 숙소를 점검하러 들어간 사이 아저씨에게 어제 그림젤 패스에 다녀왔다고 얘기하니 아저씨 표정이 아주 환해지며 소싯적에 오토바이를 타고 그림젤패스를 달리는 걸 엄청 좋아했다며 탁월한 선택이라고 칭찬하셨다. 숙소를 점검하고 나온 아주머니는 완벽하다며 고맙다고 하셨고 나는 둥굴레차와 약과 선물을 전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나까지 짠순이일 필요는 없지, 암. ㅎㅎ 사실 비시즌이라고 해도 코로나가 끝나고 인기 여행지들의 숙소비가 천정부지로 올라간 걸 생각하면 이 내외분은 상식적인 가격으로 엄청나게 깨끗하고 잘 갖춰진 숙소를 제공하는 분들이니 절대로 짠순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그린델발트 숙소 후기들을 보면 컨디션이 훨씬 더 나쁜 데도 비싸게 받는 곳들이 많다. 열심히 검색하시라. 철저한 준비만이 행복한 여행을 보장한다. 

  


  오늘은 스위스에서 리히텐슈타인과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 알고이 Allgäu지방의 작은 소도시 메이어회펜 Maierhöfen으로 가는 날이다. 내일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방문할 계획인데 하루에 300km 이상 운전은 피하기 위해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도시 메이어회펜의 에어비앤비에서 하루 자고 퓌센으로 가기로 했다. 자, 독일로 가기 전에 먼저 루체른으로 가서 점심을 먹자. 



주차장 https://maps.app.goo.gl/Q2ZJgHCRRnVzG1Vu8 - 가격은 저렴하지 않지만 깨끗하고 넓은 주차장. 주차와 출차 시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하자.

GOKI 레스토랑 https://maps.app.goo.gl/ViWjgibNekd2LsqC6 - 위 주차장에서 가깝다. 엄청난 맛집. 여행기에 레스토랑이 몇 개 등장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맛있는 곳, 추천할만한 곳 만 올리기 때문이다. 테이크 아웃 전문이라고 쓰여있지만 홀도 꽤 넓고 깔끔하고 주인아저씨가 친절하시다. 강추!



  융프라우를 벗어나니 해가 구름 속으로 숨기 시작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여행 중 도시를 돌아보려고 계획한 날은 날이 흐리고 자연을 보고자 하는 날은 날이 맑았다. 가족마다 사이즈별로 바리바리 챙겨간 우비를 한 번도 사용할 일이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날씨요정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ㅎㅎ 루체른에 가서 날이 쌀쌀하니 뜨끈한 쌀국수와 고기 듬뿍 카레를 먹고 루체른 기차역으로 향했다.

루체른 역

  오랜만에 도시로 들어오니 사람이 많고 차도 많고 북적북적하다. 루체른 역은 스위스에서 4번째로 큰 역으로 얼핏 어림잡아 보아도 플랫폼이 10개가 넘어 보였다. 렌터카 여행임에도 기차역으로 간 이유는 루체른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가이드북을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가이드북에 초콜릿 무료 쿠폰과 기념 열쇠고리 무료 쿠폰이 있다. 두 가게가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기에 역에서 가이드북을 받아 시내를 관광하면서 들려서 무료 기념품을 받도록 하자. 4명이 다 쿠폰을 내고 기념품을 받기에는 왠지 계면쩍어서 가이드북 2권을 챙겨서 아이들만 하나씩 받도록 했다. 



루체른 역 안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 https://maps.app.goo.gl/hFgmbHNvraxJgxpf6

초콜릿 받는 가게 https://maps.app.goo.gl/KYNFcgYtgstS2foN8

열쇠고리 받는 가게 https://maps.app.goo.gl/kZs27Zwn8QMR695C6



  루체른의 구시가지는 '미드나잇 인 파리' 영화처럼 내가 시간여행을 해서 중세시대로 온 듯한 느낌이었다. 건물마다 프레스코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그 내용도 양식도 다채로워서 눈이 황홀했다. 지어진 지 수백 년은 족히 될법한 건물의 안에는 우리가 들으면 알만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구 시가지를 구경하다가 사람이 북적북적한 작은 빵집이 눈에 띄어 들어가 보니 빵과 구움 과자가 가득이다. 아직 점심 먹은 것도 다 소화가 안되었는데 또 쿠키와 빵을 사서 다리 위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이래서 여행할 때는 하루 2만보씩 걸어도 살이 안 빠지나 보다. ㅎㅎ 



https://maps.app.goo.gl/pPKicZL4NXXYji9m9

  이 베이커리는 로이스교 바로 앞에 있어 다리 위 벤치에서 카펠교의 쌍둥이 동생 같은 슈프로이어 다리를 바라보며 먹을 수 있다. 빵의 속재료도 풍부하고 맛있어 보통의 빵집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1942년부터 32년 동안 콜러 씨가 운영했습니다. Otto Moos는 콜러 베이커리(Kohler Bakery)에서 제빵사 견습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1974년 아내 크리스타(Christa)와 함께 제과점을 이어받았습니다. 2015년부터 이 베이커리는 막내딸 Fabienne Mezzadri-Moos와 그녀의 남편 Marco Mezzadri가 가족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형제 Claudio와 Manuela Moos는 제과점에서 일하며 제과점과 제과 부서를 관리합니다. 모든 종류의 신선한 빵과 다양한 케이크, 제과점, 훌륭한 창작품이 매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만들어집니다. 다른 곳에서는 거의 기계만 있는 반면, 이곳에서는 여전히 제품의 품질이 상당 부분 수작업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오, 역시. 전통이 있는 집이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2대째 이어오는 설렁탕집쯤 되려나. ^^ 

  각자 취향에 맞는 걸 고르시고 하나만 추천하자면 루체르너 비르넨베게 (Luzerner Birnenwegge)라는 전통빵이다. 바삭바삭한 호두를 곁들인 효모 반죽에  햇빛에 익어 육즙이 풍부한 술타나를 곁들인 쇼트크러스트 페이스트리로 만드는 빵으로 루체른에서 생산된 배와 자두를 말려 필링에 듬뿍 넣어 만든다. 루체른은 과일 생산량이 높은데 농부들은 팔고 남은 과일들을 햇볕에 말렸고 늦가을에 여성들은 이 말린 과일로 과일 덩어리를 만들어 반죽에 말아서 빵을 굽고 오븐에 남은 열을 이용해서 구웠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일 년 내내 만들어지는 지역 특산품이 되었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빵과 쿠키를 먹고 카펠교를 향해 걸었다. 카펠교는 1333년 로이스강에 놓인 다리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긴 나무다리길이가 200m에 이른다. 위를 덮고 있는 지붕의 들보에는 스위스 역사상 중요한 사건이나 루체른 수호성인의 생애를 표현한 112매의 삼각형 판화 그림이 걸려 있는데, 이 중에는 17세기 하인리히 베그만의 작품도 10여 점 있다. 이 그림들은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것도 새로 복원이 된 듯한 것도 있었는데 찾아보니 1993년 원인불명의 큰 화재가 있었고 그림의 3분의 2가 소실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남대문 방화사건이나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사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리와 벽화가 가득한 건물들, 구 시가지의 골목길까지... 루체른은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이 되어 과거로 여행을 온 시간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도시였다. 


흐린 날의 카펠교, 애처로운 사연을 품은 듯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https://maps.app.goo.gl/LY2HojV6aX6oUjv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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