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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카 Dec 26. 2024

유럽 렌터카 여행 21 - 샬레가 뭐예요?

7일 차 11월 4일 ④

  나는 비행기 티켓을 예약한 후 여행 일정을 짜며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다가 우연히 그린델발트 Grindelwald의 사진을 보고 완전 반해버렸다. 

아름다운 그린델발트의 풍경. 어디를 찍어도, 대충 찍어도 절경이다.
'저기 가보고 싶어.'


  그때부터 열심히 그린델발트에 대해 공부해 보니 이곳은 산악리조트 마을로 호텔이나 호스텔도 있지만 '샬레 Chalet'라고 부르는 수많은 스위스의 전통가옥이 있는 곳이었다. 샬레는 경사가 급한 지붕이 있는 가옥으로, 스위스와 같은 눈 많은 고산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장식 목조 가옥을 말한다. 그리고 절망적 이게도 인기가 많은 샬레들은 1년도 전에 이미 예약이 다 마감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린델발트에 간다면 호텔이 아닌 샬레에 묶고 싶었다. 쉽게 포기할 내가 아니지. 나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최선을 다해서 검색을 시작했다. 샬레는 부킹닷컴이나 아고다와 같은 사이트로는 예약이 불가능하고 주로 샬레의 호스트와 직접 이메일로 연락하여 예약을 잡는 아주 구시대(?)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독일어로 검색을 하니 몇 개의 사이트를 찾을 수 있었는데 여기를 통해서 직접 예약이 가능한 샬레도 있고 또는 샬레의 주인에게 예약문의를 보낼 수도 있다. 


https://www.e-domizil.de/

https://www.interhome.ch/schweiz/berner-oberland/grindelwald

https://chalet.myswitzerland.com/holiday-rentals/grindelwald/


  샬레는 주로 일주일 단위로 예약을 받는데 최소 4박 이상인 곳이 대부분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2주 일정에서 4박을 여기서 보내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11월은 비수기이니 3박이라도 예약을 받아줄 샬레 주인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에 드는 모든 곳에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대답이 오는 곳도 있고 아예 대답도 없는 곳도 많았다. 그중에 3박이 가능하며 전망이 아름답고 심지어 가격까지 착한 샬레 마모슈타인 Chalet Marmorstein의 주인이 답장을 보내왔다. 


https://chalet.myswitzerland.com/holiday-rentals/grindelwald/marmorstein-apartment-with-4-beds-321530/


  이곳은 시즌에 따라 130프랑부터 160프랑 사이의 가격을 받고 있는데 11월은 비수기라서 1박에 130프랑 (21만 원)이다. 주인은 3층에 살고 2층이 우리 숙소, 1층은 세탁기, 건조기, 보일러와 같은 것을 보관하는 세탁실 & 다용도실이고 집 앞에 바로 주차장이 있고 그린델발트 터미널역까지 걸어서 10분이었다. 완벽한 곳이다. 내가 여길 찾아내다니, 그리고 예약을 성공시키다니. 뿌듯함이 차오르는 순간이다. 4박이 아닌 3박이 가능한지, 내가 원하는 날짜에 가능한지, 가격은 얼마인지 여러 통의 메일이 오갔고 예약이 확정되었다. 샬레마다 다르겠지만 이곳은 전혀 예약금을 받지 않았는데 이렇게 예약을 진행했다가 노쇼가 나면 어쩌려고 그러나 하는 마음과 제대로 예약이 된 게 맞는지 불안한 마음 두 가지가 공존했다. 


  인터라켄에서 양조장에 들러 위스키를 사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해가 진 뒤에나 숙소에 도착하였다. 주인 내외는 곧 인터라켄에서 출발한다던 우리가 많이 늦어서 걱정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마트에만 가면 새로운 식료품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쏙 빠져서 매번 생각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인터라켄에 위치한 마트 Lidl https://maps.app.goo.gl/RgMELwRhKsRzqUAKA - 60분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마트 주차장도 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가는 그린델발트 역에 위치한 쿱coop마트도 주차비를 내야 한다. 구글리뷰를 보면 쿱보다 저렴하면서 물건의 종류가 더 다양하다는 평이 많다.


  샬레는 생각보다 훨씬 더 넓고 엄청나게 깨끗했다. 주인 아주머님이 결벽증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주방기구도 크기별로 오와 열을 맞춰 서랍 안에 정리되어 있고 퐁듀세트와 라클렛기계까지 모든 게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커피와 샴푸, 린스, 바디샴푸가 없었다! 그리고 아주머님은 집을 간단하게 소개해주면서 커피 캡슐을 원하면 자신한테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을 하였다. 지금까지 묶었던 숙소에는 당연하게 이 모든 게 준비되어 있었기에 좀 뜨악했다. 일단 마트 문 닫기 전에 얼른 나가서 사 오자 싶어 가까이 위치한 쿱마트에 가서 커피와 샤워용품을 사 왔다. 다행히 마트가 열었기에 망정이지 편의점도 없는 스위스 산동네에서 비누도 없이 물로만 씻고 잘 뻔했다. 3박 4일 지내는 동안 주인 아주머님과 얘기를 종종 나눴는데 대화를 할 때면 세상 친절한데 커피, 세안용품, 세탁세제는 제공하지 않는 우리네 생각으로는 치사한(?) 짠순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혼란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금 생각해 보면 짠순이라서가 아니고 애초에 제공하겠다고 한 적이 없으니 필요하면 본인에게서 구입하라는 매우 합리적인 사고의 결과물이 아닌가 싶다. 정이 넘치고 달라고 하지 않아도 챙겨주는 우리의 국민성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 것 같다. ㅎㅎ

출처 : e-domizil.de

  스위스 알프스 아이거 북벽 기슭에 자리한 산속 마을 그린델발트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어간다.


게스트 카드 https://www.registration-jungfrauregion.swiss/en/home/label:2-grindelwald/

  그린델발트 지역의 호텔이나 샬레에 묶으면 1박에 어른 1명당 5.20 프랑의 세금을 내는데 이는 샬레주인에게 숙박비와는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게스트 카드를 받는데 이는 그린델발트 지역 내의 버스를 무료로 탑승할 수 있고 수영장이나 피트니스 센터와 같은 곳들의 입장료가 할인이 된다. 할인이 되는 품목이 매우 다양하므로 위 링크에 들어가서 검색해 보시길 바란다.


커버사진 출처 : https://www.chalet-marmorstein.ch/ 샬레 마모슈타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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