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렌터카 여행기 26 - 10일 차 11월 7일 ②
루체른의 카펠교를 건너 조금만 걸으면 예수회 교회가 보인다. 이 교회는 스위스에 세워진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 중 가장 규모가 큰 종교 건축물이다. 그동안 보았던 성당들은 고딕양식의 엄청난 높이의 첨탑이 서있었다면 이 예수회 교회는 하얀 바탕의 밝은 색 외관에 우아한 두 개의 탑이 돋보였다.
외관만 봐서는 바로크 양식이라기보다는 르네상스 양식에 더 가까운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그동안 봤던 성당들과는 대조적으로 밝고 화려하다. 바로크 양식의 건축과 마찬가지로 바로크 시대의 음악도 장식이 많고 화려하고 규모가 큰 것이 특징이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밝은 색의 벽의 부조 장식들이 고딕 양식의 성당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루체른에 왔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권한다.
https://maps.app.goo.gl/zGpBp4SAV6c4NPX48
이제 루체른에서의 마지막 포인트 <빈사의 사자상>을 보러 간다. 독일어로는 Löwendenkmal. '빈사'라는 말은 들어가 있지 않고 그냥 사자상이다. 하지만 직접 이 작품을 보고 나니 왜 '빈사의'라는 말이 붙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자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입은 다물힘도 없어 벌어져 있고 눈은 간신히 뜨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상징인 백합이 그려진 방패 위에 엎드려 있고 스위스 국기가 그려진 방패가 옆에 세워져 있다. 이 사자는 프랑스혁명 때 끝까지 싸우다 전사한 스위스 용병을 상징하는데 어째서 이들은 조국이 아닌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위해 싸우다 죽어야 했을까. 지금은 스위스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나라이지만 18세기 프랑스혁명시기에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라 각종 산업이 발달하기 어려웠고 유럽의 강대국들 사이에서 스위스는 아주 작고 가난한 농업국가에 불과했다. 마땅한 자원이 없었던 스위스는 용맹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강한 용병을 유럽 각국에 수출해서 그 목숨값으로 나라살림을 꾸려나갔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스위스의 용병들은 자신들이 도망칠 경우 스위스 용병의 대외적 신뢰와 평판이 떨어질 것이고 결국 나라도 무너지게 될 거라는 마음으로 타국에서 목숨을 바쳐 마지막까지 싸웠던 것이다. 유명한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이 조각상을 보고 "루체른의 사자는 어디에서나 인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있는 이곳 만큼 인상적인 곳은 없다. (The lion of lucerne would be impressive anywhere, but nowhere so impressive as where he is.)"라고 적고 있다. 나도 그의 말에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흔히 '백문이 불여일견 百聞不如一見'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이 조각상이 그랬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보던 작은 사진 속의 사자는 이런 감정을 일으키지 못했다. 기념공원의 연못 앞 커다란 암벽(6m X 10m)에 새겨져 있는 사자의 표정이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졌고 나라를 생각하는 개인의 신념, 애국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https://maps.app.goo.gl/ao8eMs1L26SoNqbR6
여행을 하던 11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될 줄은 몰랐다. 물론 거짓말을 일삼는 대통령과 불안정한 경제상황, 끝 간 데 없이 떨어지는 대외적인 국가의 평판... 열거하자면 끝이 없는 문제점 투성이었지만 지금 여행기를 쓰는 2025년 1월 1일 대한민국은 어디에 와있는가. 비상계엄이 내려졌을 당시 국회 앞으로 내달렸던 시민들의 그 마음. 그것이 나라를 생각하는 개인의 신념, 애국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국가가 위험에 빠지면 왕은 나라를 버리고 도망가도 전국 각지에서 의병이 일어나서 나라를 지켰다. 스위스 용병들이 나라를 생각하며 굳은 신념을 가지고 목숨을 바쳤던 것처럼 우리 국민들도 애국심으로 버티고 있다. 내란의 우두머리와 잔당들을 몰아내고 어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