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멍이 짠이와 24시간》 #2
짠이의 몇 안 되는 자랑거리 중 하나는 화장실을 잘 찾아간다는 거였다. 침대에서 자다가도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내려달라고 낑낑댔고, 처음 간 곳이라도 화장실을 잘도 찾아내 꼭 거기서 일을 봤다. 또 어찌나 깔끔을 떠는지 제 발에 묻히지 않으려고 네 발을 번갈아 떼가며 어그적거리는 모습이 기가 찼다.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병원에서는 아직 배변 실수는 안 하냐고 물었지만 여전히 꼬박꼬박 화장실을 찾아갔던 짠이었기에 나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게 불과 작년 초였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어느 날 짠이가 방 한가운데에서 빙글빙글 제자리 돌더니 싹 주저앉아 소변을 보는 거였다.
세상에, 짠이가, 우리 집 거실 바닥에서, 화장실인 마냥, 소변을 보는 것이었다!
너무 깜짝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튀어나갔고 그 자리에서 짠이를 크게 꾸짖었다. 한 번의 실수였길 바랐지만 예상대로 그 일은 시작에 불과했다.
짠이가 화장실이 아닌 곳에 소변을 보는 일은 점차 잦아졌고 거실 바닥, 부엌 바닥, 방바닥 등으로 영역은 확대됐다. 드물게 대변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적응해 갔다. 점차 놀라지 않게 됐고 덤덤하게 짠이가 일을 다 보기를 기다렸다가 닦고 뿌리고 또 닦아 치웠다. 그즈음 짠이는 그나마 어두운 빛을 띠던 한쪽 눈마저 하얗게 멀어 바로 앞 의자 다리도 보지 못해 머리를 콩콩 찧어댔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짠이를 꾸짖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잘 보이지 않는 와중에도 높은 확률로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짠이가 기특하고 짠할 뿐이었다. 치매가 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라고 했던 의사의 말도 떠올랐다. 짠이는 할멍이니까.
그러면서 나는 짠이의 깔끔 명료한 배변습관이 14년 우리 집 평화의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짠이의 소변을 밟는 이벤트가 늘어갔고 슬슬 바닥이 아닌 발매트나 요가타월 위에도 소변을 하면서 빨랫감도 늘어갔다. 직물 위에 일을 보는 모습을 보고 혹시 배변 패드를 쓰지 않을까 싶어 깔아도 봤지만 어릴 적부터 사용 않던 버릇이 지금 들리 없었다. 짠이는 정확히 배변 패드를 피해 일을 봤고 그 모습을 보고 난 역시나, 하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괜찮았다. 치우면 되니까.
그러던 내가 결정적으로 짠이에게 기저귀를 채워야겠다고 결심한 건 짠이가 침대 위에서 실수를 하고서부터였다. 항상 한 침대에서 나와 같이 자는 짠이는 눈이 멀고 바닥, 매트 이곳저곳에 배변 실수를 하고 있었지만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자다가도 일어나 낑낑대며 나를 깨웠었다. 밤 중 두 번 이상은 꼭 깨워서 내 수면의 질은 좋지 않았지만 할멍이의 정정함을 확인하는 듯해서 나는 기꺼이 일어나 화장실을 따라다녔다.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무슨 냄새는 나는데 얼룩은 잘 보이지 않고, 소변이든 토든 짠이가 한 거라면 움직이느라 낌새를 챘을 텐데 기척이라곤 전혀 느끼지 못했던 거다. 그렇게 영문을 모른 채 이불 빨래만 두 차례를 했더랬다.
수수께끼는 짠이가 동생네에서 하룻밤 잔 다음 날 풀렸다. 동생이 자다가 바닥 이불이 축축해지길래 일어나 봤더니 짠이가 자는 채로 소변을 보더라는 거였다. 지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짠이가 움직이지 않았으니 나 역시 깨지 않았고, 넓은 침대에 널찍이 떨어져 자는 짠이가 지리는 순간을 나는 알아채지도 못했던 거다.
그 얘기를 들은 바로 직후 나는 짠이의 기저귀를 주문했다. 무의식 중 실수라면 도리가 없었다. 작년 10월 14일이었다.
지금도 화장실을 잘 찾아가는 편이라 짠이는 주로 밤 시간에 기저귀를 차고 지낸다. 앞으로 조금씩 기저귀를 차는 시간이 늘어가겠지.
이제야 나도 짠이의 기저귀를 채우는 손길이 어색스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