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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하 Jan 13. 2024

신혼이혼,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

시작 전,

웬만한 일 정도로는

이혼을 권유하지 않음을 밝힌다.




결혼식 두 달 만에 찾아온 이혼.
혼인신고는 안 했으니 빠르게 정리가 가능했던 게 다행이었을까?




함께 사는 기간이 행복하지 않았다.
나는 늘 그의 눈치를 봤고
그는 늘 소파에 앉아서 잔소리를 했다.
'밥도 차리고 설거지 해라.'

'분리수거 좀 갖다 버려라.'

'리모컨 가져와라.'

'휴지를 갖다 달라면 4장은 가져와야지 왜 한두 장만 가져오냐. 생각이 없다.'

'너무 게으르고 무식하다.'

그가 시키는 걸 안 하면
잔소리는 계속되었기에
나는 반항하다가도 그냥 원하는 걸 해주곤 했다.

어느 날은 내가


'내가 전업주부도 아니고
나도 일을 하는데
왜 내가 더 많은 걸 하고
오빠가 시키는 걸 다 해야 하냐'니까.


'네가 그럼 나보다
더 벌어오던가.'
라는 그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더 적게 버는 게 사실이니
그에 반박할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던 말은 겨우,
오빠도 알고 결혼해 놓고
왜 자꾸 돈으로 날 핍박하냐는 말이었다.
그런 말을 하면
그는 그저 날 비웃고 그 자리를 떠났다.


항상 나보다 돈이 많다는 이유로
날 무시했다.

(그렇다고 그가 집을 해오거나 풍족한 건 아니었다.)
오죽하면 내가 결혼 전에는 안 사던 로또를 사면서
제발 당첨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당첨되면 나도 그를 맘껏 비웃고 떠나는 상상을 하면서.
이런 나쁜 마음이라 오천 원도 당첨이 안된 건가.

하지만 이런 상상이라도 하니

조여 오는 내 숨통이 잠시나마 트이긴 하더라.


분명 결혼 전에는 밝았던 나인데,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는 게 아깝지 않던 나인데,

언제부턴가 나는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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