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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민 Jun 25. 2024

삶에 작은 쉼표가 되어준
퍼머컬쳐 농장.

자연을 경작하는 우들라농장

1988년 강원도 원주 서곡리 숲 속에는 화전민들의 터전이었던 다랭이 논과 밭이 있었다. 이 곳에서 시작된 한아름농장은 깨끗한 계곡 물이 흐르는 청정지역으로 아이들에게 농업과 숲에 대한 교육을 하기 최적의 공간이었다. 숲 속의 농장에서 친환경으로 아이들과 농사를 짓고 토끼, 닭, 오리 등 다양한 동물을 기르던 한아름농장은 30여년 후 우들라(스웨덴어로 경작하다)라는 이름의 퍼머컬쳐 농장이 되었다.     


연장자(年長者)

한자로 장(長)자는 형용사로 ‘길다’, ‘오래되다’라는 뜻이다. 자료에서 찾아보니깐 동사로는 성장이라는 뜻이고, 명사로는 ‘사장(社長)’이나 ‘교장(敎長)’처럼 우두머리라는 단어로도 사용한다. 

연장자(年長者). 

예전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먼저 태어났다는 것이 존중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농경민족으로 정착해 살면서 농사를 짓는 데는 나이를 먹은 어르신들의 지혜가 정말 귀중했고, 이들의 경험으로부터 농사를 지어왔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저절로 경험이 쌓이고, 지혜로워지지는 않는다. 연륜만을 앞세우며 고집을 피우면 그 사람은 ‘꼰대’가 된다.

‘올해 처음으로 우프 호스트가 됐고, 농부의 경험이 풍부하지도 않고....’라는 선입견으로 우들라농장의 장은석 대표를 만났다.

나는 이번에 하마터먼 ‘꼰대’가 될 뻔 했다.    

  

우들라농장 장은석 대표. 굳은 땅처럼 딴딴하고, 생각이 깊은 농부다.

견고하고 강한... 심지가 굳은 농부

솔직히 한자는 잘모른다. 한자 교육을 듬뿍 받은 세대이지만, 잘 안 쓰다 보니 어느새 잘 읽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가면서 단어를 찾아봤다.

固(굳을 고)는 ‘성이 견고하다’라고 쓸 때 사용하는 단어. 굳을 견(堅)는 ‘땅이 굳음’이라는 뜻, 剛(굳셀 강)은 ‘단단하다’라는 뜻, 마지막 强(굳셀 강)은 ‘활시위가 강하다’란 뜻이다. 

젊고, 속도 깊고, 생각도 건강하고, 몸도 무척이나 건강한 우들라 농장 장은석 대표의 첫인상은 견(堅) 하기도 하고, 강(剛)하기도 하다.     


“부모님께서 30년 전에 이곳에서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농장을 만드셨습니다. 어려서부터 이곳에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원주에 내려와 처음에는 캠핑장을 시작하게 되었고, 찾아오는 손님들과 캠핑장을 활용해 프로그램이나 체험 같은 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캠핑장 주위에 밭이 있으니까 거기서 주말농장이나 가드닝도 하고, 수확한 농산물로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주말농장 개념으로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좌)오디를 수확하고 있는 장은석 대표, (우) 우들라농장의 로고도 장은석 대표가 직접 디자인 했다.


퍼머컬쳐(Permaculure)는 지속가능한(Permanent)+농업(agriculture)의 합성어이다. 단순히 지속 가능한 농업이라는 뜻보다는 먹고사는 문제와 가장 밀접한 농업을 통해 삶 전반적으로 지속가능한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운동이다. 우들라농장의 장은석 대표는 2022년 처음으로 퍼머컬쳐를 교육하는 홍보자료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는 생태계를 만들고, 자연이 이렇게 해준다’는 퍼머컬쳐의 키워드에 매력을 느낀 장 대표는 퍼머컬쳐 교육을 받으면서 ‘부모님이, 내가, 지금까지 해온 농사가 바로 퍼머컬쳐였구나’하고 깨달았다고 한다.

장 대표의 부모님은 30여 년 동안 이 땅에 농약 한 방울, 화학비료 한 톨도 사용하지 않고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지었고, 이 땅에서 장 대표는 건강한 토양을 만들고, 빗물을 활용하며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농장을 만들고 있다.     


우프마켓그리고 기후미식

숲속의 아름다운 정원 같은 우들라농장은 올해 우프호스트 농장에 선정됐다. 

올해 시작한 호스트이지만 벌써 10명의 우퍼가 방문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퍼머컬쳐에 많은 우퍼들이 관심을 보였으며, 우들라농장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한 우퍼들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올해 우들라농장에는 벌써 10명의 우퍼들이 찾아왔다. 우들라농장의 식료품점에는 원주지역에서 생산한 다양한 농산물과 가공품을 만날 수 있다.


우들라농장은 매월 세 번째 주말 우들라이프마켓이라는 소규모의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10명의 셀럽이 자신이 수확한 자연재배 달걀, 농산물, 나무 카빙, 자작나무 바구니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곳을 찾아온 소비자들과 같은 눈높이로 소통을 하고 있다. 또한, 마켓에서는 ‘기후미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음식들의 재료는 내가 있는 곳에서 얼마나 먼 거리에서 온 것들일까요? 내가 직접 기르거나 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면 탄소배출을 줄여 지구와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은 우들라농장에서 수확한 호두를 사용해 호두타코를 만든 것이었습니다. 최대한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로 음식을 만들었고, 이런 방식의 식생활을 우리 스스로 ‘기후미식’이라 명명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찾아온 Felix와 Helene가 만든 choux farcis. 우리나라의 배추말이 전골과 비슷한 프랑스 전통음식이다. 6월달 우들라이프마켓 기후미식의 주인공이 되었다.

     

장 대표는 우들라이프마켓을 열 때 ‘기후미식’으로 만든 요리를 이곳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판매도 하고 함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찾아온 Felix와 Helene는 이곳 원주가 자신들이 온 프랑스 중남부 지역의 기후와 풍경이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원주에서 자란 농산물을 능수능란하게 요리를 하고, 잡초라 생각했던 풀들까지도 모두 활용해서 choux farcis라는 프랑스 전통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배추말이 전골과 비슷한 프랑스 전통음식인데, 우들라이프마켓에서 좋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저희 목표는 이 농장을 캠핑, 농사, 교육, 로컬 마켓의 기능을 하는 퍼머컬쳐 타운을 만드는 것입니다. 숲의 공간 일부를 잠시 빌려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사람의 이익을 위해 생태계를 해치는 활동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고 숲에서 하는 여러 가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우퍼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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