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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희 Jun 26. 2024

느리게 가는 기차


회사는 인사이동으로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고 한다.


나는 본가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역이다.

기차는 눈앞을 스쳐 각자의 목적지로 가고

나는 이렇게 기차역에 앉아있다.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며.


본가에서 서울까지는

육지 이 끝에서 저 끝까지지만

나는 느리게 가는 기차를 탈 것이다.

느리게 가면서 천천히 생각할 것이다.

나는 이 기차를 타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런데

느리게 가는 기차가 있을까

기차가 이렇게 빠른데


내가 지금 울컥하는 건

무엇 때문인지

영희야. 사랑해. 엄마의 말 때문인지

잘 올라가. 아빠의 목소리 때문인지.

잘 쉬다 와. 하던 남편의 배려 때문인지

엄마 빨리 와. 아들의 말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미안한 마음. 그럼에도 굳건해야 한다.


내가 아무리 느리다고 우겨도

기차는 이렇게나 빠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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