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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기 Jul 04. 2024

메뚜기는 못난이 김밥보다 유과를 좋아한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사유

", 여기 좀 봐봐."


'찰칵'


 식사를 하던 도 친구 녀석이 난데없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냅다 내 앞으로 들이대더니 자신의 카메라 앨범 속으로 내 사진을 도둑놈처럼 담아간다. 맥락과 허락 없이 촬영한 건 둘째치고 녀석의 황당 무례한 행동에 담긴 저의가 궁금했다.


"뭐 하는 거야? 내 사진을 왜 찍어?"

"기다려 봐. 재밌는 거 하나 보여줄 테니까."


 친구 녀석은 내 추궁에 대한 진술을 거부한 채 뭐가 그리 신났는지 스마트폰 화면 위로 이리저리 손가락을 경쾌하게 튕겨가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야릇하게 짓고 있었다. 잠시 후 녀석은 '박장대소'란 주제가 담긴 행위예술 퍼포먼스를 온몸으로 펼쳤다.


"푸하하하하하. 40점. 존못."


 박장대소는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내 얼굴 가까이에 들이밀었다. 살펴보니 무슨 애플리케이션 화면 같은데 방금 찍힌 내 사진 아래엔 40점이라는 점수가 선명하게 산출되어 있었다. 순간 내 안의 뜨거운 혈기가 양은냄비 안에서 조리되는 라면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40점이 싫었던지, 녀석의 비웃음이 싫었던지, 존못이라는 단어가 싫었던지, 아님 다 싫었던지.


"야, 다시 찍어. 아깐 갑자기 찍어서 내가 미처 준비가 안 됐었잖아. 그러는 넌 몇 점인데?"

"난 70점. 푸하하하하. 이거 인공지능이 판별한 거라 빼도 박도 못해."


 인공지능 따위가 사람 얼굴에 점수를 매긴다고? 백 번 양보해서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어디서 '동물계 절지동물문 곤충강 메뚜기목'처럼 생긴 녀석이 나더러 못생겼다고 하니 더욱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이 상황은 아무리 따져 봐도 전교 100등이 전교 99등더러 왜 렇게 공부를 못하냐고 놀린 거나 진배없었다. 감히 메뚜기 주제에 사람의 얼굴을 논하다니.


 물론 친구 녀석은 테이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장난을 친 것이다. 그 장난으로 인해서 내 마음이 살짝 상한 것도 사실이다. 못생겼다는 말에 흥분하고 있는 나 역시도 어쩌면 외모지상주의에 편승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진정 화가 난 대상은 지금 내 앞에서 인공지능을 찬양하고 있는 메뚜기 녀석이 아니라, 감히 사람의 외모를 수치화시킨 그 빌어먹을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잡범에 불과한 애플리케이션 입장에선 나름 억울해할지도 모른다. 영화, 드라마,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 가엾은 대중들을 외모지상주의라는 왜곡된 사상에 물들게 하는 주범은 따로 있으니까 말이다.


 마음이 못생긴 사람은 응당 꾸짖음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세태 및 풍조는 외모가 못생긴 사람 역시 죄인처럼 치부하려는, 그릇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려 하고 있다.  성형이나 다이어트를 통해 외모를 일정 혹은 많은 부분 바꿀 수야 있겠지만, '나'라는 존재의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럴듯한 외모는 표면적인 자신감이야 올려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자존감까진 높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보단 속이 꽉 찬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오색 유과를 좋아하는 메뚜기에게 못난이 김밥 한 줄  줘야겠다. 내 저의를 알아차리기는 할까?


찹쌀가루, 꿀, 엿으로 버무린 오색 빛깔 유과 본 적 있어? 예쁘게 생겼지만 한입 깨물어 보면 속은 텅텅 비어 있어. 겉에 묻어 있는 화려한 고물에 속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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