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임신이라고?
생리예정일이 3일 지났다. 사실 지난번에 화유를 하면서 생리예정일이 미뤄지긴 했는데 원래 내 주기인 35일로 치면 그렇다는 말이다. 검색해보니 생리예정일을 딱 4주 0일차로 본다고 하길래...그럼 나는 지금 4주 4일차다. 벽간소음+커피(디카페인으로 마셨는데 뭔가 잘못된듯) 때문에 잠을 거의 못 자고 새벽부터 일어나 임테기를 해봤는데 하필 원포 902. 대조선도 흐리고 번지는 게 딱 봐도 불량이다. 에잇 어제꺼랑 진하기 비교해봐야 하는데 파이다. 그래도 예비용으로 챙긴 스마일임테기에 역대급(?) 진하게 두 줄이 떠서 마음이 좀 놓였다.
사실 이번에는 임신이 절대 아니라고 철썩같이(또) 믿었었다. 배란테스트기도 안해서 정확한 배란일도 모르고, 지난달에 화유하고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솔직히 임신을 바라지도 않았다. 화유 후 생리통은 얼마나 지옥같던지 10명이 둘러앉아 내 입만 바라보고 있는 미팅방에서 지금 119 불러달라고 해도 될까, 119 오면 일어날 수 있을까, 1분만 참아보자 생각하며 손이 하얘지도록 애꿎은 펜만 쥐어뜯었다. 영 이상해 보였는지 미팅 끝나고 쇼호스트가 따로 연락와서 몸 괜찮냐고 물어봤던. 안 괜찮았지만 괜찮다고 했다.
4주 4일차 예상되는 지금 증상은 아래와 같다.
1. 일주일 전부터 설사가 몹시 심했다.
2. 이번엔 가슴이 안 부풀어서 걱정했는데 그저께부터 확실히 부풀고 딱딱해지기 시작했다.
3. 체온이 오락가락한다. 가끔 오한이 있고 얼굴 홍조가 심해졌다.
4. 오른쪽 아랫배가 땡긴다. 요가할 때 반다 잡으려고 하면 꿈틀! 거린다. 힘이 잘 안 들어간다.
5. 계속 배가 고프다.
6. 불면증..또...너무 힘들다.
7. (NEW!) 뭘 먹든 쓴맛이 난다. 양치한 직후에 귤을 먹는 것처럼 입 안에 막이 하나 씌워진 것 같다. 음식에서 쓴 맛+텁텁한 맛이 같이 나서 뭘 먹어도 많이는 못 먹는다. 근데 배는 고프다...
새로운 증상 추가. 벌써 입덧을 한다고? 싶지만 평소 무지 예민한 성격을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지난번에는 엄마아빠한테 임밍아웃을 너무 빨리 해서 속상하게 했던 터라 이번에는 꾹 참다가 심장소리까지 들으면 말할 생각이다. 마침 4월 5일에 가족모임이 있어서 좋은 식당을 예약해뒀는데 그때 임밍아웃+이사결정까지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사가려고 집을 내놓은 상태인데 3주째 집만 보러 오고 계약은 되지 않아 은근 스트레스다. 그저께는 가계약까지 갔으나 결국 빠그라졌다.
남편이 졸라서 임테기를 해본 날(4일전) 꽤 진한 두줄이 떴고, 두근두근하며 출근해서 일해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부동산에서 전화가 와서 지금 가계약금 넣겠다고 했다.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진 하루였다. 집 때문에 임신에 대한 집착이 좀 덜해져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부터 또 정신병 걸린 것 같다. 원포 902 불량인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연해진 두줄을 보니 얼마나 불안한지.
임테기 역전을 봐야 병원에 가서 아기집을 볼 수 있다. 못 기다리고 내일 피검사 하러 갈 것 같긴 한데... 이번에는 제발. 제발 잘 버텨라 뽀꼬야!!! 사실 아주 옛날부터 아기 이름을 지어놨는데 태명은 따로 없었다. 그래서 지난번에는 아기 이름으로 불렀다가 후회했던 터라 이번엔 태명을 지었다. 뽀꼬 ㅎㅎ 지난번 화유하고 나서 남편이랑 자기 전 얘기하다가 둘이 같이 인사하자고 ㅇㅇ아 잘가...했다가 오밤중에 눈물바람 난 적이 있어서ㅋㅋㅋ이번엔 태명만 부를 테다.
나도 빨리 아기집 확인하고 회사에 임신확인서도 내고 단축근무도 하고 임산부 뱃지도 달고 다니고 싶다. 임테기 두줄은 세번째인데 아기집을 한번도 못봐서...물론 아기집 본다고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리고 이번에도 임신 유지가 되지 않으면 그냥 자연임신 시도는 더이상 안하기로 했다. 자연임신 시도하는 족족 임신은 되는데 계속 화유하면...애는 언제 낳아? 그냥 시험관 해야지... 운명이다 생각해야지.........
그래도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