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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임신일기 1

뽀꼬야 안녕?

by 이어영 earyoung Mar 22. 2025

어제, 병원에 다녀왔다. 월요일에 피검사했을 때 수치 681이었고 4일을 손꼽아 기다려 금요일 예약된 시간에 남편과 함께 방문. 남편은 굳이 왜 가는 거지? 싶었는데 막상 초음파 보니 반반차 쓰고 오길 잘했다 싶고. 초음파에 작고 까만 강낭콩 같은 게 뿅 보이고 선생님이 아기집이네요! 하는 순간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눈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웃음이 나는 것도 아니고 어쩔 줄 모르겠는. 바로 고개를 돌려 남편을 봤던 것 같다. 남편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고 있었다. ㅋㅋㅋㅋ 왜절애. 아기집은 0.6cm였고 5주 2일 정도 예상된다고 했다. 위치도 좋고 피고임이 살짝 있으나 별 일 없을 거라고. 그동안 병원에서 하도 진상을 떨었던 터라 표정관리를 하려 했으나 그때부터 실실 웃음이 새어나와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사실 원장샘이 환하게 웃는 걸 처음 봤다. 재작년 자궁경부암 의심으로 처음 갔을 때부터 두 번의 화학적유산 때마다 침울한 표정만 지었던 선생님이 "축하드려요~" 하자 1차 고비. 그리고 대기실에 앉아서 우는 나를 두어 번은 지켜봤던(진상 진상) 간호사쌤들이 또 이구동성으로 "축하드려요~" 했을때 또 2차 고비. 그리고 나풀나풀대는(생각보다 종이가 얇은) 초음파 사진과 산모수첩을 건네받았을 때 3차 고비가 있었으나 ㅋㅋㅋㅋ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 남편은 심장소리 듣기 전까지 유산확률이 15%라며 마음을 다잡으려고 하는 것 같았으나 나는 모르겠고 아기집 봤으니 우리 뽀꼬(태명을 벌써 지음)가 11월 초중순에 건강하게 태어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다. 원래 없는 걱정도 만들어서 하는 걱정인형인 내가 이렇게까지 긍정적이라니 스스로도 좀 의아하긴 하지만.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임산부뱃지를 받으러 보건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제일 친한 친구에게 임밍아웃을 했다. 남편은 나한테 너무 빨리 말하는 거 아니냐고 타박을 했지만... 강낭콩 초음파 사진 어떻게 참는 곤뒈? 그래놓고 지는 4명한테 말했다. 어이없어. 친구는 기다리고 있었다며 태명을 수놓은 아기 턱받이를 바로 보내준다고 했다. 힝... 그리구 임신했을 때 맛있게 마셨다는 도밍고 꿀차도 보내주었다. 힝.....ㅠㅠ 주변에 용띠, 뱀띠 아가들이 진짜 많다. 열 손가락으로 못 꼽을 정도다. 뽀꼬는 친구가 많아 좋겠다. 아마 바구니카시트나 자잘한 것들은 다 물려받아 쓸 수 있을 것 같다.


은평구 보건소에 가서 임신확인서 받아서 왔다고 하니 안내해주셨다. 신청할 수 있는 검사들을 안내해주셨고 임신출산진료비 지원제도 팸플릿, 임산부뱃지, 그리고 지자체별로 상이하다는 임신축하키트를 주셨다. 은평구는 아이깨끗해, 치약칫솔, 아기 손톱깎이 세트, 프로&프리바이오틱스, 엽산을 주셨다. 원래 가방을 들고 다니는 편인데 임산부뱃지 달고 싶어서 굳이 가방을 들고 외출을 했다.ㅋㅋ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괜히 혼자... 뱃지가 뭐라고 번이나 받았다구.ㅠㅠ


이제 임테기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파이널체크 임테기를 하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굳이 안하려고 한다. 대신 역전이 되나 궁금해서 병원 다녀온 다음날 아침에 마지막으로 원포 임테기를 해봤다. 확실히,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역전이었다. 이제 임테기를 해도 의미가 없다.


4월 5일에 엄마 생신 기념으로 가족모임을 하기로 했는데 너무 떨린다. 엄마아빠한테 임밍아웃할 생각에 벌써부터 신난다. 엄마는 결혼 전부터 빨리 애기 낳으라고 성화였는데.ㅋㅋㅋ 임밍아웃하면 조리원비 정도는 내주겠지~ 내가 이러고 있으니 남편은 천하의 불효녀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우리 뽀꼬도 나한테 나중에 그럴 텐데 뭐. 원래 사랑은 내리사랑이지~


옆자리 선배(회사선배인데 임신도 선배인)한테 팁을 많이 얻어서 스토케 트립트랩도 주문하려고 하고 ㅋㅋㅋ 일룸 아기침대도 고민없이 사려고 한다. 그리고 분만병원 고민하고 있으니 그냥 수술했던 차병원 가라고 해서 전화해보고 완전 멘붕. 4월까지 다 마감됐고 원했던 선생님은 초진환자는 아예 안 받으신다고 한다. 세상에 세상에...저출산이라면서요... 일단 예약 가능한 남자선생님으로 예약을 하긴 했는데 좀더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다. 세브란스+올리비움 조합으로 갈지 그냥 일산차+마티네차움 조합으로 갈지...사실 올리비움도 그렇~게 끌리진 않는데 산후조리원 알아보다 멘붕와서 잠깐 접었다.ㅋㅋㅋ


임신하기 전에는 무조건 자연주의출산에 조리원은 트리니티 간다고 해서 남편이 뒷목잡았었는데. 막상 임신하고 나니 자연주의출산은 개뿔. 선택제왕까지는 아니지만 굳이 남들과는 다르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 다만 수술이 아니라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리원 2주에 3,000만원 쓰는 건 돈이 너무 아까워서 못할 것 같고 그냥 적당한 곳 가야 할 듯. 태아보험도 왜 굳이 들어야 하나 싶었는데 알아보니 어쨌든 드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나중에 태어나고 나서 어린이보험 가입하려고 해도... 하루이틀 인큐베이터 있다가 나오거나 작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데 유병자로 분리돼서 보험 가입 안 되면 안 되니깐. 뱃속에 있을 때 그냥 가입시켜놔야지.


국민행복카드도 신청했다. 롯데카드만 없어서 롯데로 신청했고 베베폼에서 했다. 14만원 상품권으로 돌려받을 수 있고 임신기간 동안 100만원을 병원 진료비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임신 후 받는 혜택이 무지 많아서 놀랐다. 출산 후에는 더 많다고 하는데 내 세금이 다 여기에 녹고 있었구나. 드디어 나도 타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쁘다.


그리고! 천하의 효녀(자?) 우리 뽀꼬. 시험관하기가 너무너무 싫었는데 마지막이다 생각한 순간에 뿅 와줘서 너무 고맙다. 물론 아직 안정기까지는 한참 남았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낙관적이 된다. 만약 잘못되더라도 이 행복은 어디 가지 않으니 맘껏 행복해야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요즘은 하도 많이 먹어서 남편이 놀란다. 오늘 아침에는 4km을 7분 30초 페이스로 슬슬 뛰고 왔다. 요가할 때 살짝 부담되는 느낌이 있어서 요가는 잠깐 쉬려고 한다. 대신 러닝이나 스트레칭을 하고 출퇴근 때 계단으로 열심히 다니려고 한다.


어디선가 봤는데 임신부들은 절대 안정 빼고 다 하라고 한다. 사실 임신하기 전에는 임신하고 나서도 원래 하던 대로 빡세게 살아야지, 그런다고 떨어질 애면 애초에 안 되지 이런 망언을 했었는데 이건 좀 아닌 것 같긴 하다.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리게 되고, 길 가다가 유기용매나 담배처럼 안 좋은 냄새가 나면 다른 길로 돌아가게 된다. 술도 소주 맥주는 원래도 안 좋아해서 괜찮지만 샴페인을 워낙 좋아해서 먹고 싶으면 한 잔 정도 마시지 뭐, 생각했는데 개뿔. 생각도 나지 않는다. 와인모임에 가서도 안 마실 자신이 생겼다.ㅋㅋ 인체의 신비다.


마지막으로 최근 증상들 정리하면서 기록 마치려고 한다! 오늘 집 보러 두 팀, 내일 한 팀 오는데 제발 나갔으면~~ 이사 좀 가자~~~~~~~



5주 3일차 증상

1. 여전히 설사 심함

2. 많이 먹음 (하루 2,000칼로리 정도ㅋㅋㅋ 그이상...)

3. 영양제 먹을 때, 양치할 때 구역감이 있다.

4. 분비물이 좀 심해졌다.

5. 목마름이 심하다.

6. 항시 졸리다.

7. 숨이 차다.

8. 심장이 빨리 뛴다.

9. 속이 미식거린다. (배는 고픈데 뭘 먹을려고 하면 다 먹기 싫음. 계시가 오면 그것만 먹을 수 있음.)

10. 역류성 식도염 심해졌다. 가슴이 꽉 막혀있다.

11. 소화도 잘 안 된다.

12. (NEW!) 평생 코피 주루룩 흘린 적 없었는데 갑자기 코피 주루룩 남. 이것도 임신초기증상이라는데 어이가 없다.

13. 새벽에 무조건 깬다. 11시쯤 자면 4시반, 5시쯤? 그래서 졸린 것에 비해 잠을 많이 못 자고 있다.

14. 유두 주변 몽고메리 결절이 심해져서 징그럽다.

15. 가슴이 부풀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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