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평 원룸에서 마포구 아파트까지
2월 말 이사를 결심하고 딱 한 달이 지났다. 지난주 매도계약, 이번주 매수계약 체결로 한 달만에 이사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뽀꼬의 존재를 확인한 3월 13일부터 오늘까지는 정말 정신없이 달려왔던 것 같다. 태아한테 스트레스가 그렇게 안 좋다던데, 이사 때문에 몇 번을 울면서 못난 자신을 자책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이사 얘기를 하려면 2012년부터 14년째 같이 살고 있는 남편과 나의 성장 스토리(?)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학생이었던 나는 통학러였고 대학원생이었던 남편은 신촌에서 자취를 오래 해왔다. 나는 남편과 친구가 둘이 사는 옥탑방 컨테이너(!)에 작은 살림을 차려두고 친구분이 부재중일 때마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내가 교환학생을 다녀온 2015년, 남편이 혼자 살게 되면서 우리는 아예 같이 살기로 했다. 우리가 고른 집은 6평도 안 되는 작은 원룸이었다. 기찻길 옆에 있어서 새벽에는 한 시간마다 땅울림이 느껴졌다. 우르르르. 거기서 우리는 두 마리의 고양이를 임보했고 나는 첫 직장에 인턴으로 취업했다.
취업하기 전 내 꿈은 드라마PD였다. 언론고시라고 불리는 방송국 입사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졸업 후에도 여러 스터디를 하며 공부하고 있었다. 집 나가 뭐하고 사는지 연락도 잘 없는 딸에게 부모님이 용돈을 주실 리 만무... 모자라는 생활비는 남편이 전부 부담했고 가끔 친구 만나러 갈 때는 자기 카드ㅋㅋㅋ도 줬다.
내가 인턴에서 정규직 전환에 성공하고 나서는 남편에게 보답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둘이 갔던 첫 해외여행이 다낭이었다. 그리고 2016년, 우리는 좀더 넓은 원룸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보증금 1,000에 60. 신촌에서 제일 좋아하는 골목(동교동삼거리)에 있던 원룸이었다. 꼭대기층에는 주인할머니가 살았고 우리는 짐이 많다고, 고양이를 키운다고 맨날 할머니한테 욕을 먹었다.
10평 원룸에 공부용 책상 하나, 4인용 테이블 하나, 퀸사이즈 침대 하나, 큰 책장 하나를 넣고 살았으니 짐이 많긴 많았다. 짐이 많은 이유는 변변한 테이블 하나 없이 공부했던 게 한이 맺혀서였다. 그 전에 6평에서 언론고시 준비할 때 맨날 바닥에 양반다리 하고 앉아있느라 복사뼈가 까매지고 골반이 틀어졌었다. 나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이 방에 초대할 정도로 10평 원룸을 좋아했다.
이 원룸이 누추하게 보이는 데는 3년이 넘게 걸렸다. 여기 살면서 남편도 병특으로 군복무를 마쳤고 제대로 된 첫 직장에 취업을 했다. 우리는 결혼을 결심했다. 그리고 내 명의의 아파트에 들어가려고 했으나...돈이 없었다.
갑자기 왠 아파트? 2017년, 나는 퇴직한 아빠를 꼬셔서 은평구 아파트 하나를 갭투자로 매수했다. 사실 아빠 퇴직금이 다 동생 주머니로 들어가는 게 억울하고 고까워서 딸은 안 챙겨준다고 서러워 죽겠다고 아주 난리난리를 쳤다. 세상 그런 불효녀가 없지만 결과적으로 이 집이 우리 부부와 뽀꼬 세 식구가 이사가는 데 든든한 보탬이 되어 주었다.
아무튼, 세입자에게 줄 돈이 어떻게 해도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짱구를 굴리다가 염창동에 15평 정도 되는 풀옵션 오피스텔 전세를 2.5억에 구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빠가 그 얘기를 듣더니 그럴 바엔 (역시 갭투자로 사둔) 동생 명의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오라고 했다. 우리는 오피스텔 살 돈에 목동 비단지 25평 아파트 전세로 살게 되었다.
그 집에서 2년, 결혼식도 올리고 나는 이직도 했다. 둘이 같이 버니 돈이 좀 모여서 드디어 내 아파트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난생처음 세입자에게 내용증명도 받아보고... 반셀프인테리어로 부엌, 욕실, 도배, 바닥을 하는데 딱 700만원이 들었다. 방문은 남편이 치수를 재서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직접 달았고 콘센트, 조명, 페인트칠, 필름시공 모두 직접 했다. (남편이) ㅋㅋㅋ 현관 타일도 자기가 깔았다.
그렇게 이사 온 집에서 이제 4년을 살고 이사를 가는 것이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민망할 지경인데 6평 원룸에 살던 우리가 '마용성'의 마포구로 이사를 간다니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서 TMI 남발을 안할 수가 없다. 솔직히 완전 YOLO로 사느라 소득 대비 저축을 많이 못해서 아쉬운 부분도 많이 남지만... 와인과 여행에 쏟아부은 돈은 모두 경험치로 돌아오니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입덧때문에 뭘 먹으러 가야해서 급 마무리...
다음편은 은평구->마포구 갈아타기 그 험난했던 과정을 하나하나 적어보려한다.
-Preview-
우리가 가고 싶은 지역은 명확했다. 마포구. 그 더웠던 작년 여름부터 남편과 둘이 땀을 바가지로 흘리며 공덕 아파트 그 언덕들을 오르고 내리며 임장을 다녔다. 사실 엄마아빠가 있는 목동아파트 앞단지로 가고 싶었지만 애기까지 셋이 20평~22평 되는 작은 공간에서 살 자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