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용기
이번에 음식물 쓰레기봉투 크기 줄이기를(3리터->2리터) 계획했다. 일반 종량제 봉투도 마침 떨어졌길래 같이 사려고 마트에 들렀다.
"여기, 음식물 쓰레기 봉투 3L만 있나요?"
"2리터가, 아! 지금 없네요. 희연 씨? 주문 넣었어? 음식물 쓰레기봉투 2L짜리?"
"어머.....! 깜빡했어요!"
"괜찮아, 어차피 화요일에 물건이 오니까. 오늘 주문 넣자."
"이거, 국물욱수 내는 건데, 드셔봐요!"
"와, 감사합니다!"
집 앞 마트 여사님과는 안면을 튼 사이다. 동네 마트 '덤' 덕을 톡톡히 보는 탓에, 나는 인사를 열심히 한다. 언제나 잘 받아주시기도 하고, 또 고맙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진짜 반가워서 일부러 얼굴 들이밀고 인사한다. 여튼 그런 사이다.
다음 주에 다시 들르기로 하고, 본래 사려던 일반 종량제 봉투와 오랜만에 분홍소시지를 담았다. '덤'이 더해준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집에 들어섰다. 제일 시급했던 종량제 봉투를 펼쳤는데, 응? 크네? 평소 쓰던 10리터가 아니라 두 배, 20리터 봉투였다. '덤'에 꽂혀 엉뚱한 것을 집어 들었구나. 작은 흥분으로 인한 실수였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자책을 곱씹으며 쓰레기통에 봉투를 장착(?)하는데.
'잘 맞네?'
쓰레기통 옆면을 보니, 커다랗게 쓰여 있는 "20L" 글자. 내가 그동안 20리터 크기에 10리터 봉투를 넣어왔구나. 그래서 쓰레기통 입구와 맞지 않고, 나중에 버릴 때는 내용물을 꾸역꾸역 밀어 넣어 억지로 묶느라 손가락 조화를 부리는 애를 썼구나. 뭣 때문에 애를 쓰면서도 그 이유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봉투가 쓰레기 통보다 적다는 생각은 늘 했는데. 쓰레기는 자주 버리는 것이 좋으리라는 단순한 마음이었는데, 희한하게도 정말 더 자주 치워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봉투는, 넉넉히 쓰자는 마음으로 3리터를 사용해 왔네?
현실은, 이거나 저거나 빵빵하게 채우느라 애쓰기는 마찬가지였다. 20리터 쓰레기 통에 20리터 봉투를 넣으니, 맞는 짝을 맞추니 많은 것들이 쾌적해졌다. 상단 비닐을 꿰매는 재주를 부리느라 손가락이 아프지 않았고 (시간 절약, 체력 절약) 그 상태가 야기할, 엘리베이터에서의 민폐 사고를 염려할(정신적 스트레스)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다 어제는 사무실서 쓰던 머그컵을 작은 것으로 바꿨다. 회사카페에서 역시 안면으로 '덤'을 노렸던 내 컵은 473ml였는데,
-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