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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부장 Sep 29. 2024

정서행동 특성 검사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초등학교 정서행동검사는 1, 4학년에 2차례 실시한다. 정서행동검사 결과 기준치를 넘을 경우 교육청에 있는 상담기관과 연계된 상담 절차를 진행한다. 교사가 판단했을 때 전문적인 상담이나 외부기관의 도움이 꼭 필요한 학생이 정서행동검사 결과를 받아보고, 보호자의 뜻에 따라 심층 상담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학교 생활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 오히려 기준치 이상의 점수를 받아 2차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왜 이런 문제가 여러 학급에서 매년 발생하고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정서행동검사를 실시하는 주체가 담임교사가 아닌 학부모이기 때문이다. 평가자가 여러 명이다 보니 일관적인 평가가 어렵고 평가자의 주관성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문제 행동을 자주 보이는 학생의 보호자는 문제 행동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높아서인지 아니면 학생의 문제 행동에 익숙해져서인지 점수를 너그럽게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보호자가 판단할 때 학생 행동이 정상 범주를 넘는 경우가 잦아 심층 검사가 필요한 점수가 나왔지만, 교사가 교실 상황에서 보기에 정상적으로 잘 생활하고 있는 학생도 있다.     


  실제 학생의 모습과 검사 결과가 상충될 경우 '둔감한 보호자', '예민한 보호자' 모두에게 알려 재검사를 요청해야 하지만 실제로 연락을 받고 2차 검사를 요구받는 집단은 학교 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데, 검사 결과 정서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나온 '예민한 보호자'이다. 교사 입장에서 교실 행동으로 보아 보호자가 학생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쪽으로 평가를 한 것 같으니 '둔감한 보호자'에게 다시 정직하게 검사해 보라고 권유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예민한 보호자'가 담임의 재검사 의견에 쉽게 수긍하고, 협조적이어서 정상 범위 내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심층 상담이 필요한 학생은 상담을 받지 않고, 오히려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학생은 관심군으로 분류될 수 있는 현재의 역설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담임이 반 학생들에 대한 일괄적인 평가권한을 갖고 평가를 하면 된다. 보호자가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제3의 상담기관에 연계해 심층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되 교사에게 일차적인 평가권을 부여해야 한다.     


  담임 입장에서 보면 기존의 ‘좋은 게 좋은 거지’ 평가 체계가 오히려 행정적으로 편할 수 있다. 정상 범주의 결과를 받아 든 문제 학생을 2차 상담기관과 연계지도할 필요도 없고, 실제와 달리 관심군 결과를 받은 보호자에게 전화해서 2차 검사 실시 후 아무 문제없는 아름다운 반으로 평가 결과를 조작(?)해 눈 감기는 쉽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그 학생은 지속적으로 다른 학생을 괴롭히거나 여전히 수업을 방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 학생들이 문제학생의 언행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 학생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따갑고 검사 전후로 바뀐 것은 없다.       


  기존의 정서행동검사가 문제 학생과 보호자가 불편한 진실을 직면할 수 있도록 교사에게 평가권을 주는 방식으로 바뀌지 않고, 지금처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검사로 지속된다면 평가의 신뢰성을 무너뜨리고, 교육행정력을 낭비할 뿐이다.     


  정서행동검사 평가 결과는 담임들이 양면 인쇄로 손수 인쇄한 뒤 한부씩 접어 창봉투에 넣어 가정으로 우편 발송한다. 보호자가 평가할 때 온라인으로 하고, 담임은 검사 결과도 온라인으로 즉시 볼 수 있는데, 서면으로 제공한다는 원칙 때문에 전국의 1, 4학년 교실에서 담임교사들이 평가 결과지를 인쇄해 일일이 접어 발송하는 일에 소중한 시간을 쓰고 있다. 기존 정서행동검사는 학교에서 보이는 학생의 정서, 행동상의 특이점을 찾아 개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지는 못할 망정, 담임이 인증번호 배부, 재검사 독촉, 검사 결과지 인쇄 후 발송이라는 부수적인 일에 시간을 빼앗기도록 설계되어 있다.      


  학교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은 단 한 번만 그 행동을 보이는 경우는 없다. 다양한 상황에서 문제 행동을 관찰하는 담임이 그 학생을 평가하는 정서행동검사의 주체가 되어야 실효성 있는 검사로 거듭날 수 있다. 지금의 방법으로는 정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선별하기조차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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