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연스럽게 행동하기

#5 자연스러운 행동이 가장 부자연스러웠다.

by 지민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아파왔다.

가끔 찾아오는 두통도 나를 힘들게 했지만,

나를 진짜 힘들게 만든 건 속 쓰림이었다.



처음에는 학교에서만 속이 아팠다.

수업을 듣다가, 친구들과 웃다가,

문득 속이 쓰리고 뒤틀리듯 아팠다.

시간이 지나며 통증은 학교 밖에서도 이어졌고,

어느 날은 새벽에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진단은 급성 위염.

며칠의 입원과 약 처방.

그리고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의사의 답변.

병원에서도 해결할 수 없었다.



나는 사실 아픔의 원인을 알고 있었다.

몸이 언제부터 아프기 시작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나는 너무 오랫동안 괜찮은 척을 했던 것 같다.

늘 밝게 웃으며 맞장구를 쳤고,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게 늘 나를 조정하며 말하고 행동했다.


가족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나는 늘 ‘자연스럽게‘ 보이고 싶었다.

다른 사람처럼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게.

그렇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자연스러움이

결국 나를 가장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원래 주목받는 것을 좋아했다.

어려서부터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나는 그 말이 싫지 않았다.

내가 누군가의 눈에 띈다는 건

내가 특별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점점 알게 되었다.

특이하다는 말 뒤에는 언제나 책임이라는 단어가 붙는다는 것을.

말실수 하나에도 비난은 몇 배로 돌아왔고,

다른 아이들은 쉽게 지나가는 일도 나에게는 늘 어려운 일로 다가왔다.


그래서 평범해지기로 했다.

말수를 줄이고 말투를 바꾸었다.

생각을 숨기고 표정을 조심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조용히 지나갔으면 했다.

나는 그게 ’ 자연스러움‘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몸은 아니라고 말했다.

속이 뒤틀리고 머리가 아프고,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것도 먹기 싫어졌다.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한 나의 행동은 나의 몸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