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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모든 게 아름다웠다

#26 안경

by 지민

*글 마지막에 있는 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August Rush - Dept)




나는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좋았다.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평범한 풍경들도 나에게는 매일이 달랐고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내가 보는 세상이 마냥 아름답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아름다운 모습 이면에 추악한 모습도 함께 보였으니까 말이다.

시간이 흐르며 어느새 아름다운 모습보다 어두운 모습에 더 눈이 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아름다운 모습을 자세히 보기 위해 조금 더 눈을 크게 뜨면 어두운 모습 역시 조금 더 크게 보였기 때문이다.

어두운 세상의 모습을 무시하며 밝은 세상만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는 안경을 벗고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시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안경을 벗으면 세상이 뿌옇게 보인다.

처음에는 안경이나 렌즈가 없으면 세상을 볼 수 없다는 스트레스가 있었으나 이제는 좋지 않은 시력이 축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선명한 세상 그리고 흐린 세상 두 가지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경을 벗고 보는 세상은 흐리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다.

뚜렷한 형태는 볼 수 없지만 대신 보이는 흐린 형태와 색감 덕분에 안경을 벗고 보는 세상은 마치 파스텔로 그린 그림처럼 더 따뜻하고 아름답다.

자세히 보아야 이쁘지만 눈을 감고 흐리게 본 세상은 모든 게 아름다워 보였다.

안경을 벗고 세상을 보았을 때 나를 방해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오히려 감정을 느끼는데 조금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세상이 너무 어둡게만 느껴진다면 가끔은 안경을 벗거나 눈을 감고 조금은 흐리게 세상을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https://youtu.be/8BpFEWKHIIs?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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