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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타들어가는 초

#27 인생

by 지민

*글 마지막에 있는 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Calm and love playlist - offweb)




사실 '나도 모르게 어른'이라는 주제의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오늘 드디어 이 글을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평소처럼 퇴근 후 저는 버스에 타게 되었습니다.

제가 타고 몇 정류장 더 움직인 후에 우연히 한 노부부가 버스에 탑승하셨습니다.

정정해 보이셨고 머리가 흰 평범한 노부부셨습니다.

퇴근길이라 다들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었고 버스에는 한 자리만이 남아있었습니다.

솔직히 저 역시 피곤했던 터라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었지만 그래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자리를 비켜드렸습니다.

할아버님은 할머님을 먼저 비어있던 자리에 앉히시고는 저에게 웃으며 괜찮으니 다시 자리에 앉으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자신은 할머님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며 같이 가는 것이 좋다고 말이지요.

마치 10대, 20대 청춘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재밌게 수다를 떠시며, 웃으며 가시는 두 분을 보고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내 몇 정거장 가지 못하고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아직 집까지는 걸어서 30분 이상이 남았는데도 말입니다.

저는 집까지 걸어가며 생각했습니다.

“나도 저런 삶을 살고 싶다.”



저는 '나도 모르게 어른'이라는 글을 쓰며 어른에 대해 계속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답을 찾지 못했지요. 문제도 몰랐으니 말입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제 자신도 모른 채 어른이 되어가며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방법 같은 것을 줄곧 고민하고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좋은 어른이나 좋은 사람 같은 게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노부부님을 만나고 ‘인생은 타들어가는 초’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단어인 꿈, 사랑, 우정과 같은 단어들도 그리고 저라는 사람마저도 언젠가는 모두 녹아 작아져버린 초처럼 끝을 맞이하겠지요.


어른은 흔들리며 변해가는 작은 촛불처럼 한 사람이 변해가며 지나가는 인생의 크고 작은 시기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는 아름다운 빛을 내지만 조금씩 타들어가며 언젠가는 결국 아름다웠던 빛도 꺼지게 됩니다.

때로는 일찍 꺼질 수도 있고 말입니다.



저는 줄곧 아름답게 빛나는 촛불에만 집착하고 있었나 봅니다.

언젠가는 아름다운 촛불은 꺼지고 가느다란 연기와 녹아버려 작아진, 원래의 모습을 잃은 초만이 남게 됩니다.



물론 타기 전 새것 같은 모습의 초와 흔들리며 타들어가는 촛불의 모습도 아름답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모두 다 타버리고 불빛이 꺼졌을 때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다 타버리고 작아진 초만이 남더라도 행복했다고 기억될 수 있는 삶.

그것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요.

처음 모습이 어땠는지 지나가는 모습이 어땠는지 모두 중요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웃는 모습으로 인생의 마침표를 찍고 싶습니다.



솔직히 아직 어리기만 해서 어른이라는 단어의 답을 찾기에는 부족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모든 분들이 꼭 부자가 되거나 유명해지지 않아도 때로는 어른이 아닌 어린아이의 모습이더라도 늘 즐겁고 행복한 삶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봄이라 이미 따뜻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시겠지만 누구보다도 더 따뜻한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의미 있고 좋은 글들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인생은 타들어가는 초.

어른은 그 사이 흔들리며 변해가는 작은 촛불.

나도 모르게 어른.

끝.




https://youtu.be/EfoRBLR1XA0?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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