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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니와 알렉산더 Jun 25. 2024

예술가론 (1)

첫 번째 개똥철학 

얼마간 시간을 들여 내가 지금 하고있는 생각을 기록하려고 한다.

작가는 나고, 독자도 나다. 

훗날 스물여섯 살 때 나는 어떤 별나고 철없는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지면, 내가 이 브런치북에 쓴 글들을 다시 읽으려고 한다. 

물론 서른여섯 살 때 내가 지금보다 더 정상적이거나 보편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십 년 뒤에 더 괴이한 생각을 하고 더 철없는 사람이 되어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은 - 근원적으로는 아니더라도 - 얼마간 달라져있을 것이다. 


첫 문단에서 지금보다 더 늙은, 또는 지금보다 더 죽음과 가까워진 내가 이 브런치북의 우선적 독자임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들을 애독해주시는 독자들이 계신다면, 글 쓰는 사람으로서 기쁠 것이다. 

독자께서 나의 생각에 대한 반론이나 이론 등을 댓글을 통해서 제시해주신다면, 곡직한 답변을 드릴 용의가 있는데, 나에게 그런 행운이 주어질 지는 모르겠다.

나를 제외한 독자가 있든지, 나를 제외한 독자가 없든지 관계없이 나는 쓸 것이다. 


내 글들에는 사상과 지식의 빈곤, 모종의 결여 그리고 생득적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자주 현학적이고 자주 사변적일지도 모른다. 

그것들의 일관된 문체는 독일 태생의 관념적인 철학자의 철학서를 한국 태생의 관념적인 철학자가 번역한 철학서의 문체일지도 모른다. 

대중성의 결핍을 극복하기 위해서 더 자주 관찰하고 더 자주 세계를 체험하려고 한다. 


계통 없고, 두서 없고, 화제는 자꾸만 표변하는 에세이들.

나는 그것들을 지금부터 쓸 것이다. 


모든 인간은 다중 정체성을 지닌다. 

인간은 단일한 정체성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범주에 걸치는 다수의 정체성을 지닌다는 뜻이다. 

사회학에서 말하는 주관적 계층의식과 연관성을 지니는 계층적 정체성이 있을 것이고, 출신 지역이나 출신 대학과 관련된 정체성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종사하는 직종도 주요한 정체성의 원천이다. 

"자기규정적 정체성" - 실재하는 표현인지는 모르겠 - 도 있을 것이다.

서론이 긴데, 내가 지금부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의 어떤 자기규정적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나를 예술가로 규정한다. 

우리나라에서 이 말은 위험하다. 

오만방자한 선언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모두 평등하게 예술가의 범주에 귀속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예술가라는 집단을 지나치게 좁게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인 비평적 성취를 이룬 극소수의 예술가들만 예술가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온당치 않은 인식이다.


다른 직업적 집단을 생각해보자. 

"정치인"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은 몇 명일까? 

대통령, 국회의원 300명과 지방자치단체장 17명이 전부일까?

아니다.

정무직 공무원 - 모든 정무직 공무원을 정치인으로 분류할 수는 없지만 - 과 국회의원만 정치인으로 분류할 수 없다.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의회 의원들, 당협위원장들, 일부 당료들과 기초자치단체장 226명도 모두 정치인이다. 

이 명제가 거짓이라고 논박할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사업가"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소위 "재벌"이라고 일컫는 대규모 족벌 기업을 포함해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소수 기업의 총수나 경영자만 사업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모두 사업가로 불린다. 


그런데 왜 "예술가" 집단의 통념적 범주는 그토록 협소한 것일까.

다른 직업적 집단과 예술가 집단의 범주적 영역과 관련한 통념적 차이는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 

나의 해석은 그 차이가 공인성(認性)의 여부 또는 그것의 정도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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