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by 화니와 알렉산더

소와 눈이 마주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일주일 이상 소의 살을

뜯어먹지 못했다


소의 눈은 어찌나 크던지

그 큰 눈은 어찌나 맑던지

소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잠깐 동안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착각까지 들었다


곁에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단 한 번 소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 적이 있었다

(말의 내용은 비밀에 부쳐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나는 오늘 어쩌다 소와 눈이 마주쳤는데

모레 회식 메뉴가 소고기라길래

어떤 구실을 만들어 회식에서 빠질지

소처럼 고민하고 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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