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아홉
by
화니와 알렉산더
Jul 28. 2024
소와 눈이 마주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일주일 이상 소의 살을
뜯어먹지 못했다
소의 눈은 어찌나 크던지
그 큰 눈은 어찌나 맑던지
소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잠깐 동안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착각까지 들었다
곁에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단 한 번 소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 적이 있었다
(말의 내용은 비밀에 부쳐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나는 오늘 어쩌다 소와 눈이 마주쳤는데
모레 회식 메뉴가 소고기라길래
어떤 구실을 만들어 회식에서 빠질지
소처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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