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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임 Mar 01. 2024

고양이는 그루밍을 합니다.


 아침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창가,

하몽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에서 다.

하얗고 부드러운 털을 가진 하몽이는

매일 아침 꼼꼼한 몸단장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먼저 앞발에 혀를 싹싹 적셔 얼굴을 닦는다.

작은 혀가 살포시 움직이며 눈, 코, 입 주변을 꼼꼼하게 씻어다.

얼굴은 새하얀 수건처럼 반짝이며,

촉촉한 코는 핑크빛 생기를 띠기 시작한다.



다음은 포동포동한 허벅지 차례다.

하몽이는 허리를 구부리고 혀를 능숙하게 사용해

둥글고 부드러운 뒷다리를 핥는다.



혀 끝에는 작은 가시가 있어

털 사이에 묻은 먼지와

이물질을 깨끗하게 제거한다.


샤악 샥샥 소리가 들려오며,

하몽이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뱃살도 빼놓지 않는다.

하몽이는 몸을 살짝 둥글게 말아 혀끝으로 꼼꼼하게 배 부분을 핥는다.


그렇게 꼬리 끝까지 깨끗해진 후,

하몽이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하몽이가 몸단장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다른 고양이들도 몸단장을 하지만,

하몽이는 유독 더 긴 시간 정성스럽게 털을 고른다.


혀끝으로 꼼꼼하게

 털을 하나하나 핥아내리는 모습은

마치 예술가가 작품을 만드는 듯 섬세하다.

(물론 결과물은 사진과 같이... 침 범벅이다...)



마치 온몸으로 “세상에서 내가 가장 소중해!”라고 외치는 듯한 하몽이의 모습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그래, 배가 나와서 포동포동하면 어떻고,

모공이 넓고 잡티가 있으면 어떠리.

하몽이를 따라서 나도 나 자신을 아끼며

그루밍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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