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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래 Mar 14. 2024

집 앞 산책로

겨우겨우... 아무튼 움직임

아침에 일어나 무언가 하기 힘든 날들이 계속 됐다.

컨디션이 나쁜 건 아니었다.


웃긴 건 뭘 하지도 않으면서 무언갈 해야 한다는 강박은 또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이렇게 있어도 되나.

다른 사람들은 휴직하면 다들 알차게 지낸다는데.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쉬고 싶을 땐 좀 쉬어도 괜찮아요. 그 기간이 너무 길어지지만 않으면요. 대신 햇빛은 보고 가끔 산책 정도는 할 수 있으면 해 봐요."


햇빛은 암막 커튼으로 꽁꽁 막아두었고 산책은 하지 않은지 오래였다.

한 번쯤은 나가야 할 것 같았는데 나가야지 생각만 한나절을 했다.


침대 속을 벗어나지 않고 몸을 뒹굴거리다가 저녁 9시가 넘어가서야 주섬주섬 옷을 꺼내 입었다.

이 밤에 산책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야.


후드티 모자를 푹 눌러쓰고 이어폰을 꼈다.

밤공기가 생각보다 따뜻했다. 봄이 오는 듯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고 원래 산책을 자주 하는 사람마냥 걸었다.

땀이 나야 운동이 된다는데 이건 운동은 안 되겠네 생각하며 걷고 또 걸었다.

물이 흐르는 하천을 지날 땐 잠깐 이어폰을 빼고 물이 흘러가는 소리를 들었다.

어두움 속에서 알 수 없는 안정감이 들었다.


꽤 많은 거리를 걷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근처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좋아하는 노래,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고 있자니 눈물이 났다.

난 좋아하는 게 참 많았는데...


한참을 울다 밤바람이 차가워짐을 느꼈다.

집에 가야지. 추운데 집에 가서 울던지 해야지.

바지를 툴툴 털고 일어났다.

내일도 산책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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