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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hola Feb 28. 2024

홍이 A

내게는 애완 햄스터가 한 마리 있다. 이름은 홍이. 수컷이다.

2022년 8월 5일 생후 2주 때 데리고 왔으니, 오늘로 나와 만난 지는 321일째이고 태어난 지는 335일이 되었다. 

홍이는 햄스터 종류로는 드와프의 블루 사파이어 종으로 수명은 2년 정도 된다고 한다.

이 녀석을 키우기 전에도 햄스터를 키운 적이 있었는데 두 번이었고 같은 드와프 종의 펄과 정글리안 이었다. 햄스터는 야행성이라서 밤에 일어나 쳇바퀴를 타고 눈도 더 또랑또랑해지며 크고 맑게 뜬다. 사람과 함께 살면 어느 정도 낮에도 활동하고 밤에는 잠을 자기도 하는 등 조금씩 사람의 생활 패턴에 맞춰 변화되기도 한다. 나의 햄스터들도 조금씩 야행성의 습성을 잃고 변화되기도 하였으나 그래도 대부분 밤에 움직이고 낮에는 쉬는 행동을 보여줬다. 그 전 녀석들도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특별히 홍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따로 있다. 홍이가 다른 햄스터와는 매우 다른 특이한 점들 때문이다. 보지 않고는 믿지 못할 일들이다. 첫 번째는 이름을 부르면 어디에 있던 나에게로 온다는 것이다. 풀어놓고 키우지는 않고 가끔 온  

방안을 10 여분씩 달리게 하는 게 고작이지만 집안이든 밖에 있든 간에 부름에 응답을 한다. 물론 집안에 있을 때 확률이 훨씬 높다. 홍이 집은 3층 집에 외부 침실 2개 그리고 그것들은 집 안과 밖이 투명 관들로 연결이 되어있다. 늘 부르는 소리는 같다. “쭛쭛쭛,쭛쭛 홍아. 홍이 어디 있니~~, 홍아~~ 홍아~~” 라고 부르면 90% 이상으로 손살 같이 내게로 달려와 “왜~~왜 불렀어~~”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행동을 보여준다. 달려와서는 얼른 내 손바닥 위에 오르거나 집 문의 철창을 그 조그만 손으로 꼭 잡는다. 일전에 지인들이 놀러 와서 홍이의 재주를 보고 매우 놀라며 ‘이럴 수가. 사람과 햄스터와 교감이 되는군요.’라며 신기함을 보았다 라고 했었다. 두 번째는 비싼 견과류를 찾아내는 것이다. 호두, 피칸, 피스타치오, 해바라기씨, 캐슈너트, 땅콩을 주면 가정 먼저 먹는 것이 피칸이다. 그리고 항상 해바라기씨가 가장 나중에 남겨진다. 견과류는 호불호가 있기에 가격이 비싸다고 선호하는 것은 분명 아닐진대 홍이는 여러 가지를 다르게 섞어줘도 늘 그 중 가장 비싼 것을 먼저 먹는다. 정말 신기하다. 

세 번째는 애견 간식을 먹는다. 우연히 강아지 소시지를 주게 되었는데 너무 잘 먹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즐겨 먹는 햄스터도 있다고 조금씩만 주라고 되어 있기에 그 길로 마트 가서 애견 육포를 구매하여 먹기 좋게 잘게 잘라서 줬더니 매우 잘 먹는다. 견과류보다 가끔은 더 잘 먹어서 이젠 애견 코너에 가서 우리 홍이의 간식을 사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외출 후 들어오면 사람이 왔는지 알고는 “지금 왔어? 왜 이제 오는 거야?”라고 말하듯 자신의 집 철창에 매달려 뒷다리를 방방 뛰는 것 같은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만 같다. 물론 매번 이런 행동을 보이지는 않고 20~30% 미만이긴 하지만 이 같은 행동으로 홍이는 나의 사랑받는 가족이 되어 서로 교감하고 마음에 위안도 받는 사이가 되었다. 

얼마 전 동화책을 이용한 미술치료 중에서 동화책의 내용은 자신이 호두알만큼 작아져 집안의 여기저기를 다니는 내용으로 미술치료 주제는 ‘집안 어디로 갈 것이며 이유는’ 이었다. 난 생각을 해봤다. 나라면 어디로 갔을까? 호두알 만한 크기로 변한 내 몸은 가장 먼저 우리홍이에게 가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함께 살면서 불편함은 없는지. 요구사항이 있다면 들어주고 심리적으로 불편함이 있다면 치료해 주며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사는 것이 행복한지, 만족스러운지를 묻고 싶었다. 비록 5000원을 주고 데려온 작은 생명이지만 돈의 가치를 떠나서 나에게 위안을 주고 때론 웃음을 주며 교감을 할 수 있다면 이는 분명 가족임에 틀림 없는 것이다. 

‘나를 이해해 주고 말을 터놓을 수 있는 이가 한 사람만 있어도 큰 불행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내겐 홍이가 그런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유난히 덥다. 

홍이가 완전히 납작해져서 2층 바닥에 엎드려 있는 모습이 너무 짠하게 느껴졌다. 며칠간 물에 적셔 냉동실에 꽁꽁 얼린 물티슈 덩어리를 넣어줬더니 용케도 알고는 껴안고 물어뜯고 하며 더위를 식힌다. 더위를 식히는 홍이의 모습에 안도감과 만족감을 얻었다. 슬며시 미소 지으며 ‘홍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라고 속삭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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