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soft의 호주에 내 둥지 만들기
시드니 서북쪽에서 Valuer로 일하고 있는 Feelsoft입니다.
Valuer로 일한 지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찾아가 본 주택의 수가 일만 채가 넘었음을 이미 이전 글에서 밝혀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본 그 많은 집들이 전부 부동산 광고에 나오는 것 같이 예쁘고 잘 관리된 집일까요.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여러분들이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없을 뿐이지 여러 가지 이유로 처참하게 외면받고 이곳저곳 상처를 입은 채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집들도 상당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런 집들을 몇 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이제 호주에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계시거나 혹은 막 도착하여 정착 중인 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런 모습을 굳이 왜 보여드리나 싶으신 분도 계시겠지만 호주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불편한 팩트를 접해보시는 것도 제가 해야 할 기능 중의 하나라고 생각을 하기에 올려봅니다.
보시고 인간이 어떻게 집에 감정을 표현하는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상처받은 집들... 그 안에 상처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들은 거주자들이 고의로 파손을 한 주택의 실제 모습들입니다.
어떤 경우는 거주자들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 집을 파손한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경우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갈등이 커지며 임차인들이 고의적으로 파손한 경우도 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물리적 파손은 물론 혐오와 비난을 표현한 낙서까지 그 격앙된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벽체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고, 유리창을 부수고, 심지어는 천장까지 파손시키며 누군지 모를 그 어떤 대상에게 자신의 분노를 의도적으로 표출한 것이죠.
만일 이것이 이곳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 사이에 갈등이 있어서 그랬다면 그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그게 만일 부부사이였다면 서로에게 준 마음의 상처는 얼마나 컸을까요. 그리고 만의 하나라도 어린아이들이 지켜보았다면 그 아이들에게 남아있을 폭력의 잔상은 또 얼마나 오래갈까요.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도 다르지 않습니다.
단순한 자산의 손실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믿음에 상처를 받게 됩니다.
이제 어떻게 또 렌트를 줄 수 있을까요. 어떻게 앞으로 비슷한 부류의 사람과의 원만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어떤 집은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또 어떤 사람들은 집 때문에 상처를 받게 됩니다.
집을 평가하며 그 속의 사람을 봅니다.
위의 사진을 보며 그 속에서 살았을 사람들의 마음을 볼 수 있는 분이라면 아마도 제 말을 이해하실 겁니다.
사람과 집은 닮아갑니다.
분노를 가진 사람의 집은 그 분노의 상처를 가지고 있고 또 사랑과 배려의 마음을 가진 사람의 집에는 그러한 사랑과 배려가 집안에 걸려있는 작은 액자 하나에서도 고여있고 스며들어 있습니다. 여유와 낭만이 있는 사람의 집에서는 흐드러진 가든과 사람을 반기는 반려동물의 모습에서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상속문제로 집을 평가하러 갔을 때 벽에 곱게 걸려있는 가족사진을 보면 그분이 얼마나 가족을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노년의 부부가 떠난 집의 수영장과 테니스장이 유난히 깨끗한 걸 보며 얼마나 자식들과 손자들을 기다렸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그 집은 그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에 저는 오늘도 이 호주에서 사람을 보는 일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