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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elsoft Apr 05. 2024

프롤로그

Feelsoft의 호주에 내 둥지 만들기

호주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

......

여행 중에 내 마음을 움직였던 찰나의 동요는 기어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렸다,


2006년 4월 한창 사스(SARS)가 창궐하던 때 결혼 1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로 가족들과 해외여행이라고  온 곳이 바로 이곳 호주였다. 반값 항공권에 홀려 예정에도 없이 온 곳이었는데 그동안 여러 다른 나라를 다녀보았던 내게 전혀 느끼지 못했던 그런 마음의 동요가 왜 하필 그때 이곳에서 생겼던 것일까.


조금 부족하고 경쟁에 조금 뒤처져도 괜찮은 나라.

돈이나 명예보다 가족과 자기 자신에게 더 가치를 두는 나라.

내 아내와 두 딸들이 살기에 한국보다 더 괜찮은 나라.

그리고 깨끗한 하늘과 환경을 가진 나라.


그래... 이런 곳에서 산다면 더 좋겠어.


짧은 여행기간에 느꼈던 작은 울림은 결국 나의 마음을 호주로 향하게 하였고 수 십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결국 이곳 호주의 시민권자가 되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인생이란 그렇게 자신이 뜻하는 대로 흘러가는 듯하면서도 뭔가에 홀려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부동산

사실 난 왜 내가 부동산 쪽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참으로 의아한 일이다.


철들어 세상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 이후 난 줄곳 부동산은 그냥 머리 좋고, 말 잘하고, 그리고 잘 차려입은 인텔리 같은 사람이 하는 세상의 다른 분야로 치부하고 살았다. 더욱이 나 스스로 그들은 뭔가 자신의 이문을 위해 뭔가 꿍꿍이가 있고, 정직하지 못할 때가 많고, 그래서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말이다. 


그런데 어른이 될수록 세상은 나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보아왔고 이상하게 삼성에서 부동산 관리를 하는 삼성에버랜드라는 회사를 나왔다고 하면 다들 부동산 잘 알겠다고 믿어왔고 직장을 주고 일을 시켰으며 또 그렇게 나는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샌가 부동산 쪽의 전문가 소리를 듣게 되었고 호주에 와서도 가장 하기 쉬웠던 것이 부동산 쪽의 일이라 공부를 좀 해서 Valuer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냥 KFC 알바 뛰다 그냥 주변에서 너 닭 잘 튀기잖아 하니 치킨집 차린 그런 인생이라 하면 이해가 쉬울까.

자신이 닭을 좋아하든 말든...


내가 호주 부동산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무슨  작가나 전문가처럼 글을 잘 쓰거나 말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누구에게 읽힐 목적도 아니었다. 먼 나라 와서 영어로 보고 배우는 것들이 답답하고 정리가 안돼 나 스스로의 이해를 돕고자 그 내용들을 한글로 풀어서 설명을 곁들여 네이버의 카페에 한 개씩 올려놓은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내가 배우고 연구하던 내용을 온라인에 차곡차곡 올리다 보니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또 여러 가지 궁금한 사항에 대해 질문을 해오기도 하였다.


낯선 나라에서 딱히 부동산 분야의 지식도 없고 물어볼만한 사람이 없을 때 나 같은 사람은 참으로 아마도 그들에게 참으로 편한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다 보니 매매, 송금, 증여, 상속, 대출, 개발, 세금, 투자, 렌트, 공사, 법적쟁송 등 참으로 다양한 곳에서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나 이슈들에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고 실전지식들을 쌓게 되었다.


물론 카페를 통해 문답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때로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또 어떤 경우에는 자료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세미나를 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네이버 카페는 조금씩 질적으로 그리고 양적으로 커져나갔고 그와 병행하여 몇 년간의 학업을 마친 나는 마침내 Property Valuer라는 자격을 취득하여 호주 현지 종합부동산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10년이 넘게 부동산 평가업무를 하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인스펙션을 한 부동산의 수만 해도 일만 채가 넘었고 나 자신 또한 30대 중반의 청년에서 어느덧 5학년이 넘는 중년의 인생이 되었다.



정보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

난 부동산이라는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한다.


우선은 '부동산'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나 이미지가 이미 오랜 세월에 걸쳐 내 머릿속에 부정적으로 세뇌된 터라 그 단어에서 파생되는 냄새나는 편견이 싫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동산'이라는 단어 자체가  '돈이 되는 재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사고를 그 편협한 범주에 붙들어 매는  것 같아  더더욱 '부동산'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앞으로 내내 이 단어를 써야 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마 그런 '부동산'을 보고 또 보다보면 어느 순간 그 안의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몇 세대가 한집에 모여 시끌벅적한 사람들, 온갖 호화가구에 최첨단 자재를 둘러놓고 집부심에 사는 사람들, 자식들을 기다리며 공허한 수영장과 테니스장을 관리하는 중년의 부부, 알아듣기나 하는지 모르는 K-드라마를 틀어놓고 몰입하는 사람들, 갖난 아이들과 함께 놀며 세상의 행복을 다 가진듯한 엄마들, 게으름에 쪄들어 빛도 안들어오게 커튼으로 창문을 막아놓고 집을 엉망으로 만드는 젊은 사람들, 동거인지 부부인지 알 수 없지만 사랑이 뿜뿜 솟아나는 동성애자들, 이불밖은 위험하다며 모든 이를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오지 히키코모리들, 늙고 병든 가족을 돌보는 사람들, 물도 하수도 없지만 끝도 안보이는 커다란 대지에 오로지 말달리는 것이 취미인 카우보이들, 보트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절벽위의 주택에서 물만 보며 사는 아쿠아맨들...


부동산은 사람의 이야기고 또 삶의 터전의 이야기고 또 가족의 이야기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둥지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호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건물'이 아닌 '집'에 대한 이야기, '주택'이 아닌 '가정'의 이야기, '재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사람'에 대한 이야기, '정보'가 아닌 '지혜'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것이다.


태평양 너머 지구 반대쪽의 멀고 먼 남쪽 나라 호주에서 집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고 또 그 집에서 가정을 꾸미고 살아간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사람이 사는 삶의 '둥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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