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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이지우 Jan 15. 2024

ADHD를 진단받기 전, 나에게 던졌던 질문

나는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나는 늘 내가 의지가 없고 게으른 사람이어서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조차 미루는 이유가 ADHD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늘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도대체 문제가 뭐야? 왜 노력을 하지 않는 거야? 의지만큼은 남들보다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무지 무엇도 되지 못했다. 그것이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내 뇌의 문제였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나는 그 질문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초등학교 때는 잘 씻지 않는 아이였다. 가난하고 꼬질꼬질해서 선생님들이 뭐 하나 더 챙겨주는 아이.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소외된 아이. 그게 나였다. 나이를 먹어도 씻는 것은 늘 나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한 후로 씻는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솔직히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조용한 학생이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중학교 때 수학과 영어 0점을 맞은 적도 있었다. 국어 수업은 열심히 들었지만, 과학 수업은 잤다. 고등학교는 특성화고로 진학을 했다. 회계를 처음부터 배웠기에 진도를 따라가기 쉬었고 성적도 상위권에 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늘 한심했다. 스터디플래너도 작성하면서 공부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은 벼락치기로 돌아왔고, 늘 충동질로 일을 망쳤다. 어쩌면 나의 질문들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19살 8월,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 나는 방학 대신 취업을 나갔다. 인천이라는 먼 타지로 나가며 자취를 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회사는 너무나도 좋았다. 잘 챙겨주는 사수도 있었다. 문제는 나였다. 나는 항상 실수만 하고 일을 늦게 하며 어리바리한 신입이었다. 당연히 퇴사할 때까지도 상사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늘 자책하며 뭐가 문제인지 꼽씹어보았다. 나는 열심히 한다고 한 건데, 분명 최선을 다 한 것 같은데, 문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팩스 보내는 법 조차 몰랐던 사회초년생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생각해 보아도, 나는 내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계속 고민해 봐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 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 다 느껴진다. 모를 수 없다. 일을 시키려다가도 그냥 자기가 하는 게 편하겠다며 주지 않는다. 어쩌다 잘했던 날, 이대로만 하자며 칭찬받았지만 다음 날 다시 실수하며 돌아간다. 10개월 차에는 딴짓하냐는 듯한 소리까지 듣고 결국 회사를 퇴사했다.               


 퇴사 후, 나는 우울과 불안 속에서 허우적 됐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결론적으론 20만 원그림 강의도 미루기만 하고, 50만 원 책 쓰기 프로젝트는 실패했으며, 글쓰기 과외는 한 달 동안 과제를 제대로 못해서 그냥 그만둬버렸다. 제대로 한 건 하나도 없었다.     


 오래된 습관들을 한순간에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이 상태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 기본적인 것부터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들자!라고 생각했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해보자고, 계획을 세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개기, 매일 일기 쓰기, 배드민턴 가기, 잘 씻기. 문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지치고 보상받고 싶어 했다. 사람들은 만나기 싫고, 집안일은 밀리고, 할 일은 쌓이고, 정리는 안되고, 새로운 회사에도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잘하자고 다짐했는데, 결국 업무에 지장을 줬다. 우울하고, 불안하고, 초조해서 집중은 더 되지 않았다. 나는 정말 뭐가 문제일까?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다. 그렇게 종합심리검사를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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