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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우 Aug 26. 2024

#1, 나에게 던졌던 질문

종합심리검사를 예약한 이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는가? 나의 인생은 늘 질문의 연속이었다. 나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러나 질문을 찾는 그 과정은 늘 실패와 맞닿아있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아이였다. 주변에서는 그림을 잘 그리니 만화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나조차도 언젠가는 당연히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나는 항상 중심을 잡지 못하고 무너지는 사람이었다. 계획을 세우지 못했고, 실천을 하지 못했고,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내 환경에 대해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누가 봐도 가난한 집 애였다. 학교 선생님이 뭐 하나 더 챙겨주신다거나 하는. 아빠는 매일 술을 먹었다. 멀쩡한 아빠는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술에 취하면 새벽 내내 말을 했다. 어쩌다가는 엄마에게 소리 지르고 욕을 하기도 했다. 신체적 폭력은 없었다. 우리 집에서 살아본 적 없는 사람들은 그냥 부부 싸움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신체적 폭력만 없었을 뿐, 가정폭력을 당한 거뿐이다. 차라리 때리거나, 술 안 먹었을 때도 언어폭력을 했다면 완전히 연을 끊어낼 수 있었을 텐데. 아빠의 일방적인 화풀이와 폭력은 내가 독립할 때까지 나아지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는 잘 씻지 않는 아이였다. 가난하고 꼬질꼬질해서 선생님들이 뭐 하나 더 챙겨주는 아이.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소외된 아이. 나이를 먹어도 씻는 것은 늘 나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한 후로 씻는 습관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일 만큼 나에겐 어려웠다.

  나는 조용한 학생이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중학교 때 수학과 영어 0점을 맞은 적도 있었다. 국어 수업은 열심히 들었지만, 과학 수업은 잤다. 고등학교는 특성화고로 진학했다. 회계를 처음부터 배웠기에 진도를 따라가기 쉬었고 성적도 상위권에 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늘 한심했다. 스터디플래너도 작성하면서 공부 계획을 세웠지만 결국은 벼락치기로 돌아왔고, 늘 충동질로 일을 망쳤다.

 학교를 다닐 때는 더 큰 난관이 닥칠 거라고는 눈곱만큼도 몰랐다.. 눈치 볼 선생님들이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환경이었으니까. 하지만 사회에 나오자마자 나의 문제는 콜라를 흔들고 나오는 거품처럼 쏟아져 나왔다. 

 19살 8월,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에 나는 방학 대신 취업을 나갔다. 인천이라는 먼 타지로 나가며 자취를 했다. 다행히도 잘 챙겨주는 사수를 만났다. 문제는 나였다. 나는 항상 실수만 하고 일을 효율적으로 못하는 어리바리한 신입이었다. 마음 편한 날이 하루도 없었다. 회사에 가기 싫어서 밤에는 자기 싫었고, 아침엔 일어나기 싫었다.

  퇴사할 때 까지도 상사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늘 자책하며 뭐가 문제인지 꼽씹어보았다. 나는 열심히 한다고 한 건데, 분명 최선을 다 한 것 같은데, 문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팩스 보내는 법 조차 몰랐던 사회초년생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생각해 보아도, 나는 내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계속 고민해 봐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 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 다 느껴진다. 모를 수 없다. 일을 시키려다가도 그냥 자기가 하는 게 편하겠다며 주지 않는다. 어느 날은 이대로만 하자며 칭찬받았지만 다음 날 다시 실수하며 돌아간다. 10개월 차에는 딴짓하냐는 소리까지 듣고 결국 회사를 퇴사했다. 

 회사를 퇴사하고 나는 나를 바꾸고 싶었다. 어떠한 전환점이라도 맞이하고 싶었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미술학원에 가서 크로키를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글쓰기 프로젝트를 신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을 너무 많이 벌여놓은 탓이었을까, 무기력과 우울에 잠겨 압도당하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고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했다. 나의 문제를 고쳐야 했다. 이번에는 잘하자, 이번에는 다를 거야. 하지만 새로운 회사에 가서도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어리바리하고 멍청한 사람으로 보일 뿐이었다.

 나는 스스로 의지가 없고 게으른 사람이어서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도대체 문제가 뭐야? 왜 노력을 하지 않는 거야? 이제는 어떤 것에도 기대가 되지 않았고, 모든 것이 의미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 원인이 내 뇌의 문제였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나는 그 질문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조차 미루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다. 그렇게 종합심리검사를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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