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키웠어요, 기다림에 대한 면역력

유학원 없이 엄마 혼자 준비하는 영국 조기유학 : 학교 선택 2

by 효유

영국 사립학교 입학을 위한 절차부터 입학 허가를 받기까지




런던 조기유학을 위해 셀프로 정리해 본 학교 목록들, 약 20여 개 학교 연락처로 입학 문의 이메일을 모두 보냈다.


영국의 사립학교들은 통상 매년 가을 시즌과 봄 시즌에 Open house 이벤트를 연다. 해당 학교에 관심 있는 학생과 학부모를 초청해 학교를 소개하고 학사 과정 등을 안내하는데, 입학 의사가 있는 경우는 이때부터 소정의 입학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이미 4월 후반, 봄 시즌 Open House 행사도 지난 뒤에야 연락을 시작한 상황이어서, 아이들이 입학하게 될 각 학년에 여석(occasional place)이 있는지 여부만 문의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을 20개나 보냈으니, 내심 이 중에서 1/3만 가능하다는 답장이 와도 6~7개의 학교에서 가고 싶은 학교를 선택해서 보내면 되겠지라는 나의 생각은 그야말로 경기도 오산... 그저 '자리는 있어요'라는 답장만을 기다리는 나에게 속속 도착하는 이메일들은 대부분 '자리가 없다', 혹은 '아이 둘 중 한 명의 학년에 해당하는 자리만 있다'는 답변들이었다. 그나마 자리가 없다는 내용의 답장은 비교적 회신이 빠른 편이었다. 영국 학교들의 행정 프로세서는 매우 느리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가 있어서(유럽의 느린 행정절차에는 이미 익숙해진 상태였지만), 이메일 회신조차도 시간이 오래 걸리면 어쩌나 걱정도 있었는데, 문의 이메일을 보낸 다음날이면 거의 대부분의 회신(자리가 없다는 내용일 경우)이 도착했다. 발신자가 아이들이 입학할 학교의 자리를 구하는 학부모인 만큼 얼른 답변을 해줘야 다른 학교로 또 컨택을 해 볼 수 있도록 하게 하려는 일종의 학교들의 배려였을지? 그리고 일부 학교는, 9월 입학까지는 시간이 부족하니, 다른 학교들을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며 몇몇 유용한 레퍼런스들을 알려주기도 했다.


오히려 나를 초조하게 만든 건,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가 없는, 아예 답변이 없는 학교들이었다. 회신이 없을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싶어, 재차 문의하는 이메일을 보내지 않은 채, 일주일 정도를 더 기다려 보았다. 그러나 역시 회신은 오지 않았고, 내가 문의하는 이메일을 또 보내면 또다시 기약 없는 회신을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아까운 이 시점에서 시간만 더 허비하게 될 것만 같은 생각이 스며들었다. 결국 나는 아직 회신이 오지 않은 학교로 직접 전화를 걸었고, 그 결과 일부 학교는 '담당자가 연이은 회의에 참석하느라 이메일 확인을 제 때 못해서 당신이 보낸 이메일이 너무 뒤로 넘어갔다', 또는 내 이메일에 대해서 '행정 담당자끼리 연락을 주고받다가 뭔가 착오가 있었다'는 답변 등등...(역시 전화로 통화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는지?!)


최종적으로 5곳의 학교에서 아이 두 명 모두에게 해당하는 자리가 있다는 답변을 들었고, 이 중에서 2개 학교에 지원해 보기로 결정했다.


이 후로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절차는,


1. 해당 학교에 정식으로 어플리케이션 등록 + 서류 제출 : 학교에서는 제출 된 서류를 검토하고, 해당 학생이 입학 가능성(이라고 쓰고, '이 학생은 우리 학교에 다녀도 괜찮다'라고 읽으면 될 듯 ㅡ.ㅡ)이 있다고 판단될 시, 학생에게 필기시험과 인터뷰를 볼 수 있도록 연락을 함. 즉, 학교에서 시험을 봐도 좋다는 허가를 받아야 시험을 볼 수 있는 셈

2. 필기 (수학 + 영어) 시험을 본 뒤,

3. 각 학교(주니어 + 시니어) 교장 선생님과 인터뷰를 통과하면 입학 허가를 받는 순서였다.


어플리케이션은 해당 학교의 홈페이지에 있는 양식을 작성하고 필요한 서류(꽤...많다..)를 첨부하면 된다. 필기시험은 현재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선생님의 감독하에 치르거나, 그게 여의치 않은 상황일 경우는 해당 국가에 있는 영국 문화원 등의 정식 시험센터에서 치러야 한다. (영국 문화원에서 시험을 치르게 되면 별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현재 아이들이 재학 중인 학교에 문의하자니, 처음에는 조금 주저하게 되었다. 시험시간 동안 한 선생님이 따로 시간을 내어, 별도의 장소에서 시험을 감독하셔야 하는데, 이건 부탁드리기에도 다소 죄송할 수 있는 상황 같아서 문의 메일을 드리기도 망설여졌지만..... 아이들 학교의 선생님들에게서 돌아온 회신은, 나의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매우 친절하고 협조적인, 아주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는 뉘앙스의 답변이었다. 아마도 입출이 빈번한 국제학교 특성상, 이런 일은 특별한 경우는 아니었던 듯싶다. 나와 비슷한 상황이 있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아이들의 해당 학교에 협조 메일을 보내셔도 좋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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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기로 결정한 학교와 본격적으로 이메일로 연락한 날로부터 최종 CAS를 받게 된 때까지 주고받은 이메일 횟수... 이 이메일 37통은 단지 CAS를 발급받을 때까지 주고받았던 이메일들이고, 이 이후의 다른 문의에 대해서는 따로 이메일을 적기 시작했다. 저 이메일에 더 이상의 thread를 만들기도 피곤했던 상황..ㅎㅎ



시험 일자와 시간이 정해지고 나니,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스파르타 모드의 엄마로 바뀔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ㅜㅠ 아이들이 우선 시험에 붙고 봐야지 않겠는가? 게다가 영국 사립학교 입학시험은 일반 국제학교 입학시험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고 들은 바 있어, 시험을 앞두고 폭풍 수집한 아이들 학년별 영국 사립학교 입학시험 예상 문제들을 연습하는 데 집중시켰다. 집에서도 틈틈이 인터뷰 연습을 병행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시험일이 되어 각 학교에서 필기시험을 무사히 치렀고, 이후 별도로 가진 인터뷰 면접도 무난하게 통과하게 되었다.


자, 이제 남은 것은 아이들이 학교로부터 최종 입학 통보를 받는 것과, 학교에서 아이들 이름으로 CAS( Confirmation of Acceptance for Studies)을 발급해 주는 일이다. 이걸 발급받아야 아이들 비자를 신청하는 것은 물론, 엄마인 나도 보호자로서 함께 동반입국 할 수 있도록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한국으로 들어가야 한다(내 경우는, 영국 비자는 한국에서만 발급받을 수 있는 상황). 이미 한국행 티켓은 발권을 해 놓은 상태였다. 이때까지는 아직 우리가 런던으로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이니, 일단 리턴 티켓을 현재 거주하는 도시로 예약을 해놓았는데, 이는 변경할 수 있는 옵션이었기에 만약 런던으로 유학이 확정되면 리턴 행선지는 변경하면 되는 일이었다. 다만, 우리가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여야 (런던으로 복귀하는) 항공권으로 변경할 텐데, 아주 아주 아주 만약의 경우,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면, 우리는 다시 원래 거주하던 도시로 복귀하거나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편도 항공권으로 변경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아이들이 인터뷰 면접을 본 것은 6월 19일.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자는 6월 26일. 인터뷰까지 끝냈으니 이제 학교로부터 입학 확정 여부 이메일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는데, 하아...... 이때부터 하루에도 이메일 계정을 얼마나 자주 확인해 봤는지 모르겠다. 6월 25일까지도 아무 소식이 없는 이메일함... 아이들이 인터뷰할 때 내가 옆에서 (멀찌기) 지켜본 바로는, 필기시험까지 통과했다면 인터뷰에서 문제가 될 정도로 아이들이 뭘 실수하거나 못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왜 연락이 없을까... 고민에 고민이 더 해져, 밤잠도 못 이룰 정도로 긴장되는 나날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출국 전날까지 학교로부터 회신을 받지 못했기에, 출국 당일, 한국 가는 아이들과 내 짐을 정리한 후,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체크해 본 메일함.


아이들의 입학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다는 이메일이 와 있었다. 출국하기 5시간 전 ㅜㅠ 꺄아.. 뭐야.. 왜 이메일 하나 보내주는 건데.. 며칠만 더 일찍 보내주면 안 되셨었나요... 사람을 들었다 놨다 드라마를 찍냐고요 ㅜㅠ


이제 한 고비 넘었네. 얼른 한국으로 가쟈. 드디어 학교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다는 안도감과 너무너무 가고 싶었던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이 더해져 이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던 것 같다. 공항으로 가는 길 내내 구름 위에 떠 있는 듯, 입가에서는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때까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 펼쳐질 비자 신청과 집 구하는 미션에 비하면 학교 입학하는 절차는 아주 베이직한 단계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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