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나는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문화적으로 다양한 도시 중 하나인 런던에서 생활할 기회를 가졌다. 의심의 여지없이,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지고도 의미 있는 한 해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런던에서 1년 살기'를 항상 꿈꿔왔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곳에서 지내는 1년 동안 나는, 런던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사람들과 건축물들까지 함께 어우러지면서 런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생동감 있고 자석 같은 에너지를 이루어내는 지를 느끼고 경험할 수 있었다.
내가 런던을 더 애정하게 된 건, 작년 런던을 방문했을 때 타워 브릿지를 보던 순간이었다.
아이 둘과 내가 드디어 런던의 히드로 공항을 빠져왔던 8월의 어느 날, 우리를 맞이했던 건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던 햇살이었다. 나중에 생활해 보며 더 실감했지만, 이 날처럼 맑고 화창한... 비가 오지 않는 날은 런던에서도 드문 날씨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우리는 단지 더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었을 뿐, 특히 3명이 운반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부피의 짐들을 가지고 왔었기에, 비좁은 블랙캡이 아닌 다른 곳에 짐을 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택시 기사가 택시에서 내려 우리와 우리의 짐을 보았을 때, 그의 눈빛이 어떻게 그토록 미미하게 떨리는지 알아차리지 않을 수 없었다.(우리의 짐은 실제로도... 많긴 많았다... ㅜㅠ) 하지만 그는 곧 미소를 지으며 우리가 불편함 없이 짐을 택시에 싣고 임시 숙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사실, 내가 런던, 그리고 런던의 사람들과 사랑에 빠진 건 이때부터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런던에서 1년을 생활하면서도 종종 경험할 수 있었다.)
14시간의 비행이라는 피곤한 여정, 여행이 아닌 1년 살기이기에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었던 수하물, 그리고 연고도 지인도 없던 런던이라는 낯선 도시에 잘 입국할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 만으로도 이미 내 등과 어깨에 쌓인 듯한 책임감의 무게는 용량이 초과된 듯싶었지만, 임시숙소였던 호텔로 일단 이 모든 짐들을 무사히 이동시키는 것이 1차 미션이었던 나는 택시에 탑승하자마자 지쳐 잠들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차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나를 잠들게 두지 않았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남아 있었을까?... 드디어 런던에 입성했다는 설렘 그리고 일시적인 흥분이 나의 피로감을 압도했다고 생각한다. 약 30분쯤이 지났을까, 드디어 도심지로 보이는 뷰가 들어왔고, 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창문 밖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지 않기 위해 꽤 애를 썼던 걸로 기억한다. 택시가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동안, 반짝이는 템즈강 위로 보이던 것은 런던 타워와 런던 브릿지였다. 런던에서 내가 만났던 첫 번째 랜드마크였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왜 런던이 다른 도시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토록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무려 몇 백 년 전에 지어졌다니... 이러한 도시의 분위기는 런던의 대부분의 구조라는 것을 나는 곧 깨닫게 되었다. 내가 살던 첼시 지역의 대부분의 건물은 빅토리아 시대의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보존되어 있었고, 일부는 훨씬 더 오래된 건물들도 있었다. 도시 전체가 야외 박물관으로 불릴법한 관경도, 일부 지역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어 반짝이는 고층 건물과 각진 아파트가 예스러운 건물들과 어우러져 있기도 했다.
런던의 매력은 건축물만은 아니다. 사람들 역시 턱시도와 모자만 갖추지 않았을 뿐, 왜 영국을 신사의 나라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요즘은 영국도 예전 같지 않다는 의견도 많지만, 내가 지냈던 1년 동안 알게 된 사람들 중에는, 내가 배울 점이 많은 분들도 있었다.) 동네 마트, 서점, 카페 그리고 동네 거리 구석구석에서도 사람들은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고, 인사를 나누거나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나,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시간을 나누는 점, 사물의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노력하는 분위기는 내가 늘 배우고 싶은 모습 중 하나였다. 때로는 갑자기 30분이나 연착된 버스를 기다려야 하기도 하고, 단 두 문장으로 된 이메일 답변을 받기 위해 1주일을 기다려야 했던 경우도 있었지만... 이 또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나 또한 익숙해지기도 했고, 나 자신도 어느새 예전의 조급한 무드에서 조금은 더 여유로운 성격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판단하고 정답만을 요구하지 않는 성격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에서 소통하는 즐거움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 서로 편견에서 벗어나게 되니 그 과정에서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되기도 하였다. 물론 예외도 있었지만... 어디에서나 좋은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은 공존하는 법이니까. 런던은 내게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 도시가 가진 결점까지도 내가 포용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도시였다.
엄마와 함께 런던에서 1년을 보낸 나의 두 아이들 모두, 런던에서 지내는 동안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느낀다. 한국에서와는 다른 생활과 환경, 학교까지 매일까지 걸어 다니며.. 그리 넓지 않은, 어찌 보면 지금까지 살아왔던 공간 중에서는 가장 작고 좁았던 집에서 둘이 아웅다웅 부딪히면서도.. 불편함을 견디며 생활해야 하는 시간들에서 서로 양보하고 견뎌내는 경험들을 배웠을 거라 생각한다. 런던에 오기 전 한창 사춘기 시기로 민감하던 큰 아이, 감사하게도 큰 아이는 이곳 학교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 같다. 대학에서 전공으로 공부해보고 싶다고 다짐할만한 과목을 정하게 되었고, 현재에도 해당 과목을 열심히 탐구하고 있다. 1년 동안 둘째 아이의 영어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한 점도 나로서는 감사하게 되는 점이다.
내가 지금까지 방문해 본 국내외 여러 지역들 모두, 그 지역 고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 모든 지역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런던은, 다양성과 풍요로움 그리고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런던은 수백 년 전에 사람들에 의해 건설된 곳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람들에 의해 건설되고 있다. 도시가 과거와 현재를 모두 수용하는 법을 배울 때, 도시의 미래는 풍요로울 수밖에 없다.
내가 런던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