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8)
내 전공이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1900년대 작품들만 만나면 내 가슴이 괜스레 뭉클해진다.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에서 여자 주인공의
남동생 나오지는 자살한다.
그리고 유서를 남긴다. 유서에는
"나는 천박해지고 싶었어. 강한 인간,
아니 광포한 인간이 되고 싶었어.
그게 이른바 민중의 벗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어. 술 정도로는 도저히 불가능했지.
늘 눈앞이 빙글빙글한 일이 있었다고. 그래서 마약 이외엔 다른 수가 없었어.
나는 우리 가문을 잊어야 했어. 아버지 핏줄에 반항해야 했어.
어머니의 우아함을 거부해야 했어. 누나에게 차갑게 대해야만 했어.
그러지 않으면 저 민중의 방으로 들어가는 입장권을 손에 넣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
2차 세계대전 후 젊은이들의 방황을 통해
전 세대를 비난하는 동시에, 도래할 시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보여준다.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그네들만의 리그. 나오지의 말을 빌리면 "눈에 거슬리고 점잔 빼는 이방인"
내 가슴을 저미게 하는 이유다.
새롭게 거듭나고 싶은데 이미 전 세대의 유물과도 같은 삶의 패턴이 몸에 꽉 배어버린 모더니스트들.
에곤 실레의 <자화상> 역시 그런 이유에서 사랑한다. 똑바로 정면을 바라보는 에곤 실레의 자화상이다. 강한 빛을 받아 밝게 표현된 왼쪽 얼굴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빛은 실레의 이마, 뺨, 턱으로 쏟아지며 얼굴의 특징을 매우 섬세하고
정확하게 드러낸다.
이들 모더니스트에게서는 내가 배우고 싶은 것, 불편할 정도의 솔직함,
다르게 말해 남들 눈에 비친 천박함.
남들이 드러내지 않는 것을
드러내고 싶다. 학생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