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2)

나의 아버지와 진의 아버지

by giant mom

글쎄, 항상 아버지에 대한 로망, 남편에 대한 로망이 있다. 내 주변에 괜찮은 남성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일까. <앵무새 죽이기>는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지만, 여기서 화자(9살짜리 백인여자아이, 진 루이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참 흥미롭다. 내내 읽으며 내 마음은 진 루이스의 아버지, 변호사 애티커스에 꽂혀 있었다.


대학 시절, 술주정이 심한 아버지 곁을 어떻게 하면 빨리 떠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명문대 법대를 나오셨고 일제강점기 때 할아버지가 검사 셔서 온갖 호위호식을 누리고 사신 분이다. 대저택에 방만 스무 개가 넘었다고 한다. 그런 아버지는 남 밑에서 일할 수 없었고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허영 부리는 것을 즐겨했기 때문에 보증 또한 잘 서주셨다. 그러다가 날려버린 돈과 유산이 얼마나 많은지, 자신의 실패로 술을 드시면 자녀들을 그렇게도 괴롭히고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았다. 어릴 적에 집으로 가는 그 시간이 항상 두려웠고 내가 자살을 하면 아버지의 술주정이 멈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날을 잡아 학교 근처 약국을 돌아 신경안정제를 모으기로 마음을 먹기도 했었다.



결혼해서 지금의 남자를 만났지만,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아내인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페미니즘을 가르친다는 내가 이렇게 산다는 것은 이론과 실제의 간극이 쉽게 좁혀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나의 변명일 수 있다. <앵무새 죽이기>에서 진의 아버지, 애티커스는 내가 상상하는 멋진 남성이자 아버지이자 변호사다. 이런 남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아버지가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가까이에만 없을 뿐이지.. 그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가 강간범으로 오해를 받는 흑인 톰을 변호하자, 학교에서 두 아이들은 대단한 모욕과 위협을 받기 시작한다. 진은 아버지에게 친구들이 아버지를 욕하기 때문에 참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학교 친구들은 어느 누구도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이성을 지키지 않는데, 내가 왜 이성을 지켜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아버지는 이렇게 아이들을 설득시킨다. "글쎄,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너와 잼(진의 오빠)이 어른이 되면 어쩌면 조금은 연민을 느끼면서, 내가 너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이 문제를 되돌아볼 거라는 사실이야. 이 사건, 톰 로빈슨 사건은 말이다. 스카웃, 내가 그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난 교회에 가서 하나님을 섬길 수가 없어" 모든 사람들이 나를 틀렸다고 할지라도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이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

이런 남성을 만나고 싶었다. 아버지로든, 남편으로든. 아버지에게 남편에게 채워지지 못한 것을 내 아들에게 투영하진 않을 것이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 고결한 인간의 양심을 언급할 수 있는, 잠자기 전 밤마다 책을 가까이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그런 가장... 한 가정의 진정한 리더를 만나고 싶었다. 빌어먹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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