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의 나오미처럼 솔직해지면 뭐 안되나?!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에서 여자 주인공의 남동생 나오지는 자살한다. 그리고 유서를 남긴다. 그의 유서에 "나는 천박해지고 싶었어. 강한 인간, 아니 광포한 인간이 되고 싶었어. 그게 이른바 민중의 벗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어.. 술 정도로는 불가능했지, 늘 눈앞이 빙글빙글한 일이 있었다고. 그래서 마약 이외엔 다른 수가 없었어. 나는 우리 가문을 잊어야 했어. 아버지 핏줄에 반항해야 했어. 어머니의 우아함을 거부해야 했어. 누나에게 차갑게 대해야만 했어. 그러지 않으면 저 민중의 방으로 들어가는 입장권을 손에 넣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
이 책의 배경은 패전 후 방황하는 일본인 귀족 청년 나오미와 가즈코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눈에 들어온 문장은 바로 "천박해지고 싶었어"라는 단어다. 천박해지고 싶다는 의미는 귀족이었던 그 남성이 귀족스러움을 버리고 싶다는 것을 말한다. 즉 가문을 잊어야 하고 핏줄에 반항해야 했던, 더 나아가 어머니의 안일한 우아함을 거부해야 했던...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 역시 내 삶을 돌아보는 데 있어 더 솔직해지고 싶다.
얼마 전 명절 전 '대 갈비 사건'이 있었다. 요즘 어머니가 전과 같지 않게 많이 아프시고 노쇠하셔서 함께 갈비를 재기 위해 언니 집으로 넘어갔다. 어머니는 갈빗대에 금이 가셨는데도 언니 집에서 집안일과 조카를 돌보고 계셨다. 오랫동안 하신 일이다. 갈비를 재워두고 왔는데 어머니께서 전화가 왔다. 대 갈비 사건이 있었다고. 형부가 갈비가 먹고 싶다고 해서 구워서 주었는데 그 갈비를 깨끗하게 뜯어먹지 않아 본의 아니게 우스개 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언니는 퇴근하고 들어오면서 왜 갈비를 안 먹고 이렇게 두냐, 어머니는 갈비를 깨끗하게 뜯지 않으면 옛날에는 구워주지 않았다네 등등의 그런 말들을 말이다. 형부는 그 말에 화가 나서 언니에게 밤새 분을 풀었다고 한다. 그리고 명절날 그 가족은 엄마께 오지 않았고 형제들을 보지도 않았다. 형제들이 다 간 후 밥을 먹을 때도 갈비를 쳐다보지 않았다는..
이런 이야기를 듣는 나는 어머니께 화를 냈다. 어머니가 갈비가 나가도 그 집 재활용을 다 버리러 다녀야 하고 일하는 식모처럼 대우를 받는 것은 다 어머니 탓이라고 말이다. 어머니가 상대를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그러니 그런 말들을 나에게 하지 말라고. 이 세상에는 아니, 가족 안에서는 귀족이 없다. 누구는 그 일을 하고 누구는 그 일을 안 하고. 과거에 내 남편이 그랬다. 앞으로도 그럴지 모른다. 그래서 내 안에 남편의 존재를 죽이는 연습을 한다. 어머니처럼 무의적으로 남편을 섬겼던 것들(어머니에게 보고 배운 것)이 나에게 화가 되어 돌아오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말이다. 그 세대의 아버지들이 당연하게 받았던 것들을 그 아들들도 받아 되는 것인 양, 사회 곳곳에 가정 곳곳에 끈덕지게 붙어 있다. 천박해 질지라도 이 공간은 그렇게 해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