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감히 균열을!?

<레미제라블>의 자베르는 곧 나다!

by giant mom

학기 중에 다수의 고전을 맛보기식으로 만난다. 한 클래스에 60명에 가까운 학생들과 함께 작품들을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토론시간이 있긴 하지만, 작품들을 깊이 있게 보는 것은 각자의 몫이 된다. 따로 시간을 내어 작품을 다시 읽거나, 아니면 교수자가 제시하는 텍스트에서만 캐릭터를 분석하고 읽어야 한다. <레 미제라블>에서 젊은 친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인물은 당연 "자베르"이다. 자베르가 자살을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법과 질서를 생명과 같이 준수하는 그의 냉혹함 혹은 철두철미한 성격 때문일까.


한 학생이 <레미제라블>을 읽고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써내려 갔다.

" 저는 자베르의 자살 파트에 계속 눈이 갔습니다. 자신이 믿어온 것이 무너졌더라도 끝까지 다른 세계관을 부정하는 모습은 문학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었기에 이에 관해서 다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의 세계관이 깨져버린 뒤, 기존과 다른 새로운 세계관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주제로 삼게 되었습니다. 새내기 시절 저는 ‘익명에 숨지 않고 직접 얼굴을 보고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믿 을 수 있다’는 세계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무례한 표현을 쓰는 것은 자신의 신분이 전부 가려져있기 때문에 책임을 쉽게 회피할 수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만큼 현실에서 직접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고 직접 만날 정도의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당당한 사람인 것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자베르가 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놓았던 것처럼 당시 저는 익명의 유무를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친구에게 일이 생겼다. 설문조사 중에 자신이 관심을 두었던 여성과 가까워지면서, 자신의 판단이 옳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확실한 대면을 통해 알게 된 여성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갖고 있었으나, 그 여성이 사이비종교에 빠져 자신을 포교하기 위해 의도적인 접근을 했다는 것.


결과적으로 저는 자베르와는 다른 판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는 제게 있어 익명의 유무가 그저 사람을 판별하는 하나의 기준일 뿐이었지만, 자베르에게 있어서 법과 정의는 부모님의 위치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세계관이 장발장에 의해 부정당하는 것은 무게감이 더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자신의 세계관이 깨져버린 뒤, 기존과 다른 새로운 세계관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의 유무는 세계관의 중심 요소에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의 사유의 과정을 사랑한다. 자베르의 자살의 과정을 보면 장발장이 자신의 세계에 침투한 것을 견딜 수 없어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사람도 자신의 삶의 순간에 누군가가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견딜 수 없어한다. 견딜 수 없어하는 것에 조금씩 균열을 내는 일, 내가 만난 고전이 한다. 그리고 우리 친구들이 만난 고전이 이것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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