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라니 May 12. 2024

거울과 촛불

힙합을 비추는 두 가지 빛


ㅋㅋㅋㅋ 이 감성 어케 집어낸 거야 ㅋㅋㅋㅋ

  요즘 가장 힙한 래퍼 '맨스티어'입니다. 근 10년 내로 이만큼 영향력을 끼치는 래퍼가 있었나 싶은데... 그게 하필 개그맨의 부캐라는 건 좀 슬픈 사실이네요... 힙합에 관심을 끊은지(간간이 소식을 듣긴 하지만... 힙찔이를 벗어던지지가 맞을까요?) 10년도 더 넘었는데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이 좀 황폐해져 있는 느낌이라 슬펐네요. 분명 내가 떠날 땐 쇼미더머니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였는데... 어쩌다 'Ak 47'이 국힙 원탑이 될 수 있었던 건지...


'찐따'

 '뷰티풀너드'는 메코클을 좋아해서 알던 채널이지만... 좀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좀 많이 구려서... 좀 부끄러워서 보기가 힘들었네요. 아무래도 채널 지향점이 '사회의 폐급'에 대한 풍자여서 그런지... 너무 구린 캐릭터가 많아서 다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노골적인 풍자가 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저는 '피식 대학'같은 느낌의 코미디를 좋아하지 이런 너무 동물적인 코미디는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징병 남녀 같은 건... 쇼츠로 좀 봤는데... 진짜 너무 씹덕 겨냥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좀 그랬네요... 우엑.

아니 이거 ㅋㅋㅋㅋㅋ 너무 천박한데 왜케 웃기지

  근데 맨스티어는 약간 그 선을 넘어버린 것 같습니다.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아예 저 편으로 날아가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 같은 느낌. 너무 천박하고 구린데 왜 이렇게 웃긴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들의 노골적인 풍자가 누군가에겐 상처로 남았나 봅니다.

긁혔나?


PH-1 < BEAUTIFUL>

i seen your video

they're really funny

나 또한 좋아했어 i'm fan of comedy

근데 이제는 한번 물어볼까

대체 어디까지 허락되는 거야 풍자?

...

지켜줘 문화에 대한 존중

그 선을 넘으면 머리에 조준

맨스티어 아닌 제우, 경민


 요즘 힙합씬이 많이 뜨겁네요. 개그맨 부캐 때문에. 힙찔이라면 슬퍼해야 할 일 아닌가 싶기도 한데... 







  제가 중1 때니까...  이젠 몇 년 전인 지도 계산하기가 어렵습니다. 학교 청소시간에 틀어주는 어떤 노래에 저는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신나는 사운드와 힘 넘치는 가사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 노래가 다이나믹 듀오의<불꽃놀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저는 그때부터 힙합을 많이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쇼미가 나오기 전에 흔히 힙찔이라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런 아이들 중 하나가 되었었네요.



  그렇게 썩 밝진 않았던 제 학창 시절에 힙합은 언제나 큰 힘이 되어줬습니다. 저의 인격 형성에도 좀 영향을 끼쳤을 지도 모를 일이네요. 옳은 것에 대한 강박과 열심히에 대한 강박은 여전히 저에게 강렬하게 남아 있었으니까요.


ㅅㅂ 오랜만에 보니까 눈물 나네. 뭐지. 다들 잘 지내나 오버클래스.

   스윙스 빈지노 이센스 버벌진트 다이나믹 듀오 타이거 jk 비기 쌈디 도끼 산이 릴 보이 크루셜스타 제이통 리미 블랙넛(그때는 MCxxx)... 딱 힙합이 격동하는 시기에 저는 그들과 함께였습니다. 믹스테입도 찾아 듣고 노래방에서 랩도 막 질러보며 래퍼의 꿈을 키우던 시기도 있었네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힙합을 잘 안 듣게 되었습니다. 가장 친했던 동료가 배신자가 되면 더 무서운 것처럼 저는 거의 일부로라도 힙합을 멀리했던 것 같기도 했네요. 재수 때문에  생긴 인생의 1년간의 공백도 좀 컸지만.. 저는 쇼미더머니가 제가 힙합을 떠나게 하는 계기가 되었지 않나 싶습니다. 분면 힙합 씬의 판을 1000배는 키워준 은인 같은 프로그램이지만... 지금 흔히 보이는 '힙찔이'를 양산한 것도 분명 쇼미더 머니의 역할이 컸으니까요.


MZ 힙찔이 절망편 케이셉 라마

  또 다른 꿈이 생긴 저는 간간이 소식만 들을 뿐 힙합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뭔가 열렬히 사랑했지만 떠나간 연인을 보는 그런 애정 섞인 짜증이 많이 들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최근 우연찮게 빈지노가 새 정규를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노비츠키>를 들어봤는데... 오랜만에 힙합을 듣고 좀 감동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미 안 들은 지 한참이라 막귀가 다 되어서 별 가치도 없는 명반이네 마네 좋네 아니네 평가를 하려는 건 아니고... 제가 옛날에 알던 그 위태롭던 형이... 이젠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어른이 된 기분이 들어서... 뭔가 울컥했네요. 젊어서도 멋있었지만 나이 들어도 그만의 멋을 또 찾는 그런 모습이 참 부러웠습니다. 빈지노 많이 컸네... 멋지다...




빈지노 <Camp>

날 막아줬던 벽의 힘이 놀라워

이젠 아무것도 없어 옆에 애들 빼면

I f_ked it up

I f_ked it up for so long

너무 내 멋대로

I f_ked it up

I f_ked it up for so long

너무 커진 어깨로

그 어깨로 이 돌도 못 들면서

너무 내 멋대로

고작 몇 킬로 걷지도 못하면서

I feel so f_king dark tonight


ㅋㅋ 군대 갔다 오면 철들지. <change>도 좋습니다.  



  그렇게 그런 아련함이 남아 있던 차에 유튜브에 이상한 노래가 울려 퍼지는 걸 봐버렸네요. 맨스티어의 <ak47>. 총기 불법인 나라에서 할머니가 총 맞아 죽은 이야기를 쓴 기믹 가득한 랩이 국힙 판을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듣고 보았을 때는... 그냥 ㅋㅋㅋㅋㅋ 존나 웃긴새끼들이라 생각했네요. 저런 병신 같은 래퍼들이 어딨냐 너무 심했다 ㅋㅋㅋ. 정도로 생각하고 있던 저였는데... 다른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꽤나 파급력이 커져버렸네요.

ㅋㅋㅋ 아니 근데 랩은 좀 발렸어도 가사 센스는 진짜 압살 아님?


맨스티어 <HP-1>

차라리 내가 깔게 내 디스 소재

흘려듣지 말고 받아 적어

메모는 꼭 해

step1 케이셉은 안 갔어 군대

...

step2 난 놀고 안내 앨범

...

돈 떨어지면 다 팽개치고

티셔츠나 팔면 돼


  PH-1의 꽤나 정중한(ㅋㅋ 사실 이것도 웃김) 디스에 맨스티어는 원색적인 디스로 대답했습니다. 다들 랩 실력으로는 PH-1이 이겼다는 분위기지만... 아니 개그맨 이겨서 뭐 할 건데 ㅋㅋㅋ. 


  근데 그것 말고는 아무리 봐도 맨스티어가 훨씬 제가 예전부터 알던 힙합에 더 부합한 멋진 맞디스랩을 한 게 아닌가 싶었네요.


 1. 디스곡이 나온 지 몇 시간도 안 돼서 바로 맞디스

 2.다들 욕먹을까 봐 하지도 못하는 말 시원하게 뱉고

 3. 다른 래퍼보다 훨씬 허슬하고 훨씬 더 의미 있는 걸 만드는데....


 이게 진짜 힙합 아님? (진짜 모름)


  물론 이게 기믹 방패, 무조건 지는 싸움... 이런 식으로 말하는데.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가짜한테 진 것부터가 이미 큰 문제가 있는 상황 아닌가 싶네요. 가짜가 더 진짜 같은 문화라면 좀 그렇네요. 



  제가 볼 때 대다수의 래퍼들이 긁힌 건 맨스티어가 극단적인 조롱을 해서라기보단... 그들을 옹호해 주고 지지해 주는 대다수의 대중의 역할이 컸다고 봅니다. 우르르 몰려와서 '이게 맞지', 'ㅋㅋㅋ 긁혔누' 이런 개초딩 댓글을 쓰고 있는 걸 당사자들이 보면 좀 화가 날 수밖에요. 하지만... 자신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잘 모르는 '대중'이 보기엔 대충 맞는다고 느끼게 만드는 게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자꾸 가불기에 걸릴 수밖에요.

 '너희 옛날에 아이돌 출신 래퍼들 욕했잖아. 너희는 욕먹으면 안댐?'

 '산이 가지고 그렇게 돌려먹더니 ㅋㅋㅋ 이제는 지네가 욕먹으니까 발끈하네?'

 'ㅋㅋㅋ 얘네 양산형 발라드 가수도 깠는데 왜 너희만 지랄임?'

   대중들의 댓글에 반박할 말이 산더미인 힙찔이 들이겠지만... 대중들은 별로 들을 맘은 없는 듯합니다. 


  사실 힙합씬은 옛날부터 되게 마이너 한 요소가 많았습니다. 쇼미더 머니가 좀 많이 바꿨을 뿐. 힙합을 좋아하던 저 역시도 그런 힙찔이적인 요소가 많았네요, 괜히 잘 모르면서 힙합을 욕하면 제가 욕먹은 것처럼 발끈해서 싸웠습니다. 랩을 무시하던 고등학교 선생님과 거의 맞짱 뜨기 직전까지 갔으니까요. 그렇게 잘 모르면서 왜 지껄여...라고 생각했었던 때도 있었네요 ㅋㅋ. 왜냐면 제가 좋아하는 힙합은 충분히 멋있고 의미 있고 가치가 있다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거의 쇼미라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원래도 좀 있던 중2병 요소들이... 너무 거대하고 과해져서 보기가 싫어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허슬과 의미, 솔직함은 없고... 가오와 돈만 찾는 그런 것들. 그래서 힙합과 멀어진 저는 맨스티어를 봐도 그렇게 열받진 않았네요. 이젠 아무것도 모르는 대중들과 비슷한 시선에서 보고 있는 제가 봐도... 그냥 씬에 문제가 있어 보일 뿐.


/

최근 한국 힙합 씬에선 맨스티어(뷰티풀 너드 부캐)의 래퍼와 힙합 비하 논란이 한창인데,

힙합을 사랑하는 아티스트이자 장르 팬으로서 그들의 콘텐츠에 기분 나빠하는 건 (이전에도 밝혔듯이 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맨스티어 때문에 한국 힙합이 비하당한다거나 이미지에 해를 입는다는 의견엔 생각이 다르다. 적확하게 말하자면, 해를 입을 순 있으나 그 정도는 매우 경미하다고 본다.

평소 한국 힙합에 관심 없던 대중이 뷰너의 콘텐츠를 보고 한국 힙합에 관심이 생기고 부정적 측면만 받아들여서 한국 힙합 비하에 동참하고 그것 때문에 한국 힙합이 타격을 입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한국 힙합에 대한 비판과 조롱은 이미 [쇼미더머니]가 방영되는 십수 년 동안 발단 - 전개 - 절정- 결말 단계를 다 거쳤다.

[쇼미더머니]는 힙합에 대한 역사, 용어, 정보, 특성 등을 지속적으로 왜곡하고, 여성 혐오를 비롯하여 사회적 약자 혐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그것이 힙합의 특성이니 이해해 달라.'라며, 힙합을 혐오 음악으로 만들었으며,

온갖 악마의 편집과 칭찬 배틀, 마이크 차지해서 랩하기, 불구덩이 탈락 등의 우스꽝스러운 미션을 통해 래퍼들을 웃음거리로 전락시켰다.

프로그램이 흥행하고 한국 힙합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사실상 매우 소수의 래퍼만 돈을 버는 구조였음에도 언제든 생계를 위해 입시를 치러야 할 많은 래퍼들과 미래의 래퍼들이 대부분인 힙합 팬들은 [쇼미더머니]가 한국 힙합의 파이를 키웠다는 주장에만 천착한 채 비판하기를 멈췄다.

혹자는 왜 [쇼미더머니] 이야길 결부하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한국 힙합 역사에서 긍정적 영향이든 부정적 영향이든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할 수밖에 없는 [쇼미더머니]는 래퍼들을 먹고 살게 해준 동시에 앞서 설명한 이유로 한국 힙합과 래퍼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닥으로 내리꽂은 프로그램이다.

이미 한국 힙합은 거대한 세력에 의해 (힙합 씬 외부에서의) 이미지가 깎일 만큼 깎였다는 소리다. 더 깎일 부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오늘날 뷰너의 콘텐츠에 한국 힙합의 안위를 걱정하는 의견들을 보면 허망하다.

지금 뷰너의 콘텐츠에 힘입어(?) 한국 힙합과 래퍼들을 조롱하는 이들 대부분은 뷰너 때문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미 [쇼미더머니] 시즌 동안 한국 힙합에 반감을 품었던 사람들과 평소 한국 힙합의 민낯을 느껴온, 역시 한국 힙합을 사랑하는 또 다른 힙합 팬들이다.

뷰너가 힙합을 돈벌이로만 이용한다? 누구보다 돈을 위해 힙합을 이용한 게 쇼미더머니와 거기에 동참한 수많은 래퍼들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건대 '내가 좋아하는 힙합을 조롱해서', '내 밥그릇에 위협이 될까봐'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의 심경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개인을 넘어 그 대상을 한국 힙합으로 확장하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자 자기기만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때문에 한국 힙합이 들썩거릴 정도의 씬이라면 너무 불안하고 구슬프지 않은가.

-리드머 강일권 (개인 sns에서)

/


매우 매우 비슷한 생각이네요. 






  어쨌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른 몇몇 개의 다른 래퍼들의 맨스티어에 대한 디스들도 관심이 있어서 들어 봤습니다만... 딱히 제 귀에 들어오는 건 없었습니다. 왜케 좀 구린 것 같지... 제가 맨스티어를 맘에 들어 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이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막귀가 되었나 싶을 때... 


스카이민혁의 <촛불>을 만났습니다.


스카이민혁<촛불>

열다섯 살 때 처맞고

집에 가는 날에 처음 들은 랩

자존감 개박살 났던

왕따를 일어나게 해 줬거든

어느 새부터

힙합에 매료되어 평생토록

Spit my life

그렇게 사랑하는 나의 문화가

욕보이는 게 너무 마음 아파

...

그래 그래서 맨스티어 난 너무 싫었네

돈 때문에 우리의 어두운 면만

팔아대는 게

근데 그 역겨운 모습이 

곧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어

그래 우리가 그랬다고

군대도 빼고

인스타로 팬 꼬셔대고

비트 페이 대패로 퉁쳐 공연

안 잡히면 랩 레슨 or 쇼머니 예능

...

우리 애기 랩으로 하는 게

우리가 존재하던 way

다시 만들어가면 돼

개그맨들이 우리를 놀려대도

좋은 음악으로 세상을 밝힐 태도


이게 힙합이지. 멋있네 너.


ㅋㅋㅋ 차라리 조용히 있던 스윙스가 1승.

인정한다. 스윙스 한테 '난 너희 세대가 싫어' 듣던 그 스민 맞냐;;


  물론 과거에도 힙합은 멋있는 것도 있었지만 구린 부분도 많았습니다. 근데 그건 모든 분야가 똑같이 짊어지는 문제죠. 발라드도 수많은 명곡들이 있고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지만 요즘은 '양산형 발라드'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뷰티플 너드는 '양산영'이라는 부캐로 그걸 꼬집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발라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딱히 긁히질 않았죠. 물론 사랑하는 정도의 차이라 건방지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더 긁힌 이유는 아무래도... 케이셉이나 포이즌 같은 양산형 랩퍼들이 힙합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아닌가 싶습니다.



스카이민혁<현주소>

사실 MC들은 rap 안 해, 하는 건 똥꼬쇼

정신보단 money, rap 빼곤 본토죠

이것저것 뭘 따져, 걍 돈에 취해서 overdose

개그맨들 뒤어서 알랑방구 떠는 최장상 국힙의 현주소

...

H-I-P와 H-O-P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어

H-I-P와 H-O-P

그때 그 시절은 추억 속에 잠겼어

우린 hip-hop을 잊어야 해

...

CJ 시다바리인 너에겐 나는 적일뿐

넌 이 문화를 진정으로 사랑한 적이 없거든

왜냠 너에겐 hip-hop 그저 돈벌이

형님들 진짜 rap이 재밌나요 여전히?


  물론 사람마다 힙합을 대하는 감성은 다 다릅니다. 사랑과 우정, 불안과 같은 수많은 뜻을 가진 단어니까요. 저는 옛날부터 스윙스 같은(후기엔 지코 같은) 허슬 래퍼를 좋아했고 누구는 할 말 다 하고 잘 처박는 이센스 누구는 세련되고 센스 있는 빈지노 누구는 스웩이 미친 도끼나 박재범... 취향은 다양합니다. 


버벌진트 <바른말 고운말>

그만하자. 어차피 다 각자만의 

입맛이 있다잖아. 누군 well-being only.

누군 정감 있는 음식물 쓰레기 봉지


ㅋㅋ 결국 자기에게 돌아온 말이더라도. 그때는 이분이 일짱이었으니까. 취향이 아닌 쓰레기라 말할 수 있었겠죠. 


  힙합은 항상 진짜 가짜 논쟁이 있을 만큼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문화입니다. 왜냐면 정체성 그 자체가 다양성이니까요. 물론 거기에서 더 좋고 나쁨이 있는 건 인정하지만... 요즘같이 힙합에 자격증이라도 있는 것처럼 행동했던 적이 있나 싶네요. 그렇게 하면 진짜 구린 찐따 문화처럼 보이기 마련인데... 그게 흐름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절대 오래갈 순 없을 겁니다. 쇼미가 없어진 것만 봐도 끝은 뻔하니까요. 


  가짜들에게 이렇게 흔들리는 힙합씬이라면... 이젠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물론 힙합이 끝난 것도 절대 아니고 끝나는 걸 바라는 사람은 더 아니지만... 자정작용 없는 썩은 사회가 어떻게 되는지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우상화 성역화된 것들이 어떻게 썩어 문드러지는 역사책만 펴봐도 수두르 빽빽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스카이민혁같이 허슬하고 발전하고 성장해서 흐름을 바꾸는 래퍼들을 좋아합니다. 그의 개화는 확실히 지금인 것 같네요. 쇼미더머니에서 꺼지라고 구리다고 그렇게 욕먹었던 래퍼가 이 악물고 성장해서 <해방>같은 명반을 내고 할말을 하고 그게 영향력을 가지는 것... 영화의 한 장면 같네요. 이 영향력이 새로운 국면을 만들 수 있기를 그리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그들을 다시 존중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맨스티어는 확실하게 작금의 한국 힙합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너무 과장되었다 생각하면 화가 안 났겠지만... 다들 알잖아요. 너무나 많이 닮아있다는걸. PH-1이 여론전에 밀리는 것도. 그는 맨스티어의 풍자에 어느 정도 떳떳한 한 사람이지만(자의적 논란이 거의 없는 편이니까)... 결국 그렇게 깨끗한 그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힙합씬을 순환을 끊고 썩게 만든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놈의 인맥 힙합. 진짜든 아니든 이미 프레임은 씌어 버렸네요. 물론 모든 예술에서 동업자들은 매우 중요하고 썩은 사회에서 내부고발자(휘슬블로어)가 되는 것도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힙합은 원래... 멋있으려고 하는 거 아니었나 싶네요. 


아니다 싶으면 1대100도 하는 게 힙합이지. (블랙넛 아님)


  씨잼의 <신기루>처럼. 다들 진짜 멋은 찾지도 않고 겉멋만 찾는 게 대중이 보기에도 좀 같잖은 모양입니다. PH-1의 디스도 이해는 되었지만... 암만 찾아봐도 멋은 없네요. 총대를 멘 행동인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좀 아쉬운 느낌입니다. 결국 진상과 만나는 건 피하고 자기 열받은 것만 말하고 있으니.



  그래서 저는 <촛불>이 맘에 들었습니다. 힙합 신을 비추는 건 거울밖에 남은 건 아닌듯했으니까요. 단지 촛불 하나 들고 무엇인가 더 있기를 바라며 똥꼬빠지게 뛰는 스카이민혁 같은 간지맨도 남아있다는 걸 알았으니 다행입니다. 이 사람이 어디까지 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끝엔 본인이 말한 대로 <8마일> 같은 멋진 영화 한 편이 남아있기를.


  최근에 디스전을 보며 느낀 건... 아무래도 저는 아직 힙합을 좋아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때의 뜨거움이나 저항의식, 반발심 같은 게 아직 남아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스카이민혁이 맘에 들었나 봅니다.


  저처럼 힙합을 오래 끊은 분들이면... 스카이민혁 <해방> 한번 들어보시는 걸 추천하네요. 뭐 듣고 맘에 안 들 수도 있지만... 제가 아젠 막귀가 되어 버렸나 봅니다. ㅋㅋㅋㅋㅋ 옛날 힙플하던 힙찔이 시절에는 그 말이 진짜 개빡쳤는데. 이제는 왜 쉬운지 모르겠네요. 늙었나..?


<노비츠키> 다음으로 가슴을 뛰게 만들었네요


  제가 볼 땐 맨스티어도 스카이민혁도 둘다 진심으로 힙합씬을 사랑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둘 다 지향점과 표출 방향성이 다를 뿐. 그리고 그건 꽤나 성공적일지도 모르겠네요. 쇼미가 사라진 이후 이렇게 다시 힙합씬이 뜨거워진 적은 없으니. 이게 단지 단발성이 그치는 게 아니라... 더 좋은 계기를 만나 더 강한 파급력이 생기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또 작은 소망으로는... 옛날의 멋있는 힙합의 시대가 다시 한번 오는 것도 좋지 않나 싶기도 하고.


이딴 소리에 고개 끄덕거리지 않게.
작가의 이전글 핵개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