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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온 May 05. 2024

뽑아만 주신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방근무를 선택한 이유

"집이 서울인데, 지방근무 괜찮은가요?"

"나중에 본사로 가게 되더라도, 얼마나 있다가 갈 생각이죠?"


공대생이 지방근무에 지원했다면, 면접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될 단골 질문이다. 취준생은 간절하다.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할 것이다.


"저 집순이/집돌이라 괜찮습니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편이에요."

"평소 운동이 취미입니다. 혼자 운동하고, 주말에 여행 다니고 하면서, 잘 지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면접관들이 이 대답을 믿지 않았던 이유를 알겠다. 이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도 이 대답을 했던 시절의 나는 진심이었다. 내가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공대생이 엔지니어의 길을 택한다면 지방근무를 안 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본사에 1개뿐인 자리가 공장에는 두 자릿수로 있었고, 그게 더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




마냥 취업이 잘 된다고 생각해 공대에 진학했다.


보통 공대를 졸업하면 '제조업'으로 취업 방향을 잡게 된다. 기술을 활용할 곳은 곧 현장이고, 제조업의 현장은 곧 공장이며, 공장은 부지가 싸고 바다에 인접한 지방 산업단지에 몰려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연결된 중소, 중견 회사들이 몰려있는 산업단지는 제조 원가를 낮추기에 최적화된 환경이다. 물류비, 땅값, 제조비, 인건비 등 모든 것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학과를 선택했던 20살에는, 이 선택이 내 삶의 본거지와 연결될 줄 전혀 알지 못했다. 공대가 업이 잘 된다는 것만 알았지, (지방에) 취업이 잘 된다는 말인 줄은 몰랐다. 벌써 서울에서 3시간쯤 걸리는 곳에서 지방근무를 시작한 지 1년 하고도 몇 개월이 지났다.




사실 '명예' 나 '돈'을 포기하면 '지역'을 챙길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탈락의 두려움 속에서 나의 우선순위는 자꾸만 바뀌었다. 돈, 명예, 지역, 워라밸 중 나의 진짜 우선순위는 뭘까?


취준을 할 때 나는 정말 많이 떨어졌다. 100개가 넘는 서류를 썼고, 13개의 인적성, 21번의 면접, 서탈, 인적성탈, 면탈까지 실패를 많이 한 편이었다. 자꾸 떨어지다 보니 자존감은 계속 깎여나갔다.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합격할 만한 일'을 찾아 쓰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우선순위는 내 선택의 기준에서 멀어져 갔다. 애초에 오래 고민할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일단 붙고 고민하자."라고 생각했다.


'이건 T.O. 가 많아야 한 자리겠지?'

'나보다 스펙 좋은, A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있겠지?'

'지방 사업장 이 직무가 사람을 더 많이 뽑을 테니까...'


명예라는 것은 생각보다 별 게 아니었다. 정계에 진출하고, 남들의 박수를 받는 것만이 명예가 아니었다. 그저 부모님의 자랑이 되고, 떳떳하게 어디에 취업했다 SNS에 올리고, 신나게 명함을 내미는 것도 명예였다. 내가 쿨하게 포기할 수 있다 생각했던 명예라는 가치는 생각보다 나에게 중요했다. 취준이 길어질수록 남들의 시선과 부모님의 기대가 신경 쓰였다.


'이렇게 오래 준비했는데 이것밖에 못 간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다들 공대는 취업이 쉽다던데.. 누구는 어디를 갔다던데...'


그렇게 지방사업장에서 돈과 명예를 챙긴 나는 대기업 지방공장 엔지니어로 일하게 되었다.




직접 해보기 전에는 크게 체감하지 못할 부분이 있다면, 지방근무에는 지역 별로 난이도가 있다. 본인 고향 (나의 경우 수도권)으로부터의 거리, 걸리는 시간, 인프라 수준 등등. 거리가 가까워도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면 자차 없이 왕복이 정말 어려울 수도 있고, 인프라가 부족하면 근처에서 할 게 정말 없어서 심심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 서울에서 KTX편도 약 3시간 소요, 대신 주변에는 어느 정도의 인프라가 있는 곳이다. 음식점, 마트, 편의점, 카페 등 선택지는 꽤 있는 편이나 집에서 거리가 먼 편이다.


이 브런치북을 통해 지방근무의 장점과 단점을 하나씩 남겨 보면서 스스로의 생각도 정리해보려 한다. 진짜 나는 이직을 원할까, 사실 이곳의 삶도 좋은 점이 있지 않을까, 너무 내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지방근무를 고민 중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길 바라며. 브런치 북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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