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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온 May 26. 2024

짧아지는 소중한 나의 주말

단점 2. 지방근무를 하면 토요일 저녁부터 기분이 나쁘다.

직장인에게 주말은 정말 소중하다.

일에 현타가 오고 지칠 때면, 주말만 기다리면서 산다는 느낌이 든다.

매주 금요일만 기다리고, 매달 월급날만 기다리는 일상이 챗바퀴처럼 돌아간다.


수도권이 본가인 사람이 지방근무를 하면,

'본가 - 근무지' 왕복에 소중한 주말 일부를 써야 한다.


물론 본가에 자주 가지 않고 새로운 인간관계와 새로운 취미,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 갈 수 있다면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근무지에서 인연을 만나 가정을 꾸리기 않는다면, 대부분이 매주/격주/매달 본가를 오간다. 때문에 지방근무지의 회식도 대부분 목요일이다. 금요일에는 주말부부를 하는 선임들부터 본가에 돌아가는 사원들까지 모두 이동을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산업단지 근처 상권은 목요일이 피크, 금요일부터 주말은 죽어있곤 한다.


나는 안 가고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떨어져 연애를 하는 것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기회 자체가 적은 곳에서 새로운 취미를 만드는 것도, 정말 100% 해소가 가능할까? 심지어 산업단지는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연애를 시작할 생물학적 여성이 없을 수 있다는 뜻) 필자는 보통 2주에 한번 본가를 오간다. 동기가 많은 편인데도 80% 이상이 주말에 없다.




주말의 시간과 체력을 도로에 버리다


나의 경우 본가에서 근무지까지 편도 약 3시간, 도어 투 도어로는 4시간이 걸린다. 한번 본가에 갈 때마다 7~8시간을 도로에 버리는 셈이다. 시간만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체력도 함께 소모된다. 불편한 기차나 버스 좌석에서 3시간 이상을 버티고 나면 집에 도착해 침대에 드러누울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나는 자율출퇴근제를 이용한다.

금요일 3시쯤 일찍 퇴근해 서울에 가고,

일요일 저녁에 다시 기숙사로 돌아온다.


내가 있는 사업장은 자율출퇴근제를 사용하긴 하지만 '진짜 자율'은 아니다. 야근을 통해 모아둔 시간이 있을 때도 3시 퇴근인 일찍 가는 것으로 간주되기에 늘 어느 정도 눈치를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문화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당한 야근에 대한 수당이나 이른 퇴근은 눈치를 준다면 자율출퇴근제는 왜 운영하는지...)


회사 by회사 팀 by팀

대부분의 지방근무자들 패턴이 유사할 텐데, 회사 by 회사, 팀 by 팀으로 더 좋은 조건도 있고, 더 나쁜 조건도 있다. 공기업 지방이전 사업으로 타의에 의해 지방에 끌려온 공기업들은 모두가 금요일에 일찍 가고, 일요일에 늦은 출근을 하기도 한다. 당연히 다른 평일에 근무시간은 채워 일한다. 개인적으로 이 경우 눈치 볼 필요 없다는 것과 일요일 밤까지 서울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더 나쁜 조건의 경우 금요일 퇴근 이후 서울에 올라가면 이미 금요일 10시, 일요일 저녁 내려와야 하는 회사들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현재 금요일 일찍 갈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사하다. 아마도 금요일 빠른 퇴근이 깨진다면 나의 업무 만족도는 급격히 낮아질 것이다.






지방근무를 하면 '근무지에 돌아가는 것'이
일정과 출근 준비에 추가된다.

일요일 밤이 아닌 토요일 밤부터 기분이 나쁘다.



직장인 모두가 공감할 포인트, 일요일 밤이 되면 출근할 생각에 기분이 나쁘지 않은가? 지방근무를 하면 이동하기 전부터 기분이 나쁘다. 덕분에 주말의 행복과 기쁨도 조금 일찍 끝난다.


나의 경우 늦어도 일요일 저녁시간에 기차를 타야 한다.

늦어도 저녁 6시에 기차를 타야 밤 10시에 숙소에 도착한다.

그래야 다음날 아침 8시 출근을 할 수 있다.


일요일 저녁이면 기차를 타야 하기에, 토요일 잠에 들 때부터 다음날 출발을 생각한다.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는 날에는 화장품부터 옷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오가거나, 모든 생필품을 2배로 준비해 양쪽에 구비해 두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이 내 손에 없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거북이 유형인 나는 늘 가방이 무겁고, 짐을 쌀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 렌즈를 끼고 출발해 안경이라도 두고 오는 날에는... 


일요일 저녁 약속은 불가하다. 친구들과 삼겹살에 술 한잔 하는 저녁약속은 토요일 하루가 전부다. 아니면 금요일에 KTX에서 내려 약속에 늦참하거나.


해외여행을 가려해도, 국제 여객 터미널까지 근무지부터 최소 3~4시간이 걸린다. 나의 휴가는 작은데 8시간의 왕복 이동시간을 추가해 고려해야 한다. 유럽여행 13시간 비행을 끝내고 캐리어를 끌고, 공항버스를 타고 집이 아닌 KTX역에 가 다다음날의 출근을 위해 기차에 몸을 실으면 기분이 진짜 나쁘다.


게다가 근처 모든 회사들의 패턴이 모두 똑같다. 금요일 올라가고 일요일 내려오는 기차는 늘 매진이라 2주 전부터 미리 표를 예매하거나, 일정이 바뀌면 아등바등 새로 예매를 해야 한다. 무한 코레일 어플 새로고침을 하는 것이다.


오히려 나는 본가에 다녀온 날이 더 피곤하고 제대로 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2주 간격으로 오가며 한 주는 휴식을, 한 주는 본가에서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는 편이다. 매주 서울을 왕복하며 5일 출근을 감행하면 체력적으로 상당히 부친다. 대체 우리 아빠는 어떻게 이걸 20년 하셨는지 모르겠다.




정말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은근히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를 주는 부분이다.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유동적으로 시간을 조절하기에도, 개개인의 스트레스 조절 측면에서도, 하다 못해 본가로 돌아갈 티켓을 구하기에도,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다. 아마도 이래서 똑같이 타지근무를 하더라도 그나마 본가가 가까운 사람을 회사가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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