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저출생이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청년세대의 취업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사회 진출도 늦어지며,
돈을 모으기도, 집을 장만하기도, 부모세대로부터 독립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는 전 세계적 문제라고 한다.
미국조차도 캥거루족이 많아진다는 기사가 난다.
지방근무를 하면,
강제로 부모님에게서 독립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지방근무를 선택하면 일자리가 몰려있는 산업단지에 와야 한다. 부모님이 지방에 거주하시더라도, 같은 지역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드물다. 반드시 타지생활을 하게 되기에, 자연히 캥거루족에서 탈출하게 된다.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되면 '자유'를 얻을 수 있다. 간섭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다. 더 이상 엄마 눈치에 야식을 못 먹는다거나, 통금시간을 지키느라 집에 뛰어갈 필요가 없다.
그리고 점차 '정신적 독립'도 가능해진다.
비교적 쉽게, 값싸게,
의식주 중 '식과 주'가 해결된다.
좋은 회사에 들어간다면 대부분 기숙사, 사택, 또는 주거비 일부를 지원한다. 대부분 타지근무를 하기 때문에 당연한 복지로 여겨진다. 현실적인 전세사기라거나, 전세금 마련 등의 걱정도 없다. 밥도 대부분 삼시세끼 먹을 수 있다. 사실 공장 근처에는 밥을 사 먹을 곳조차 없기에, 또한 당연한 복지로 여겨진다.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되기에 간섭도 당연히 더 적어지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빠른 독립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조금씩 '진짜 독립'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엄마 말이 정답인 줄만 알았던
어린 시절과 달리
이미 다 커버린 나는
나만의 답이 생겨버렸다.
나는 엄마와 대화가 많은 편이다. 지금도 2주에 한 번씩 본가에 갈 때면 하루 3-4시간씩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곤 한다. 대화가 많은 만큼 간섭도 적은 편이 아니다. 생활, 행동, 신체 등등 다양한 면에서 엄마가 원하는 '딸의 모습'이 있어 왔다. 대체적으로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부분이겠지만, 당연히 나는 이를 100%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나는 커가며 당연히 가족과도 충돌하는 가치관들이 생겼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면 싸움이 생기기도 한다. 누가 잘못하고 틀린 게 아니라 그저 서로 다른 가치관에 의한 차이.
계속 같이 살았다면 매일 가치관을 부딪히며
누가 옳다 그르다 조율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제 나에게는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굳이 싸울 필요는 없다. 그냥 서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도 되게 되었다. 평일동안 열심히 일하다가 주말에 만나면 반갑고, 어차피 곧 며칠 안 볼 거니까 굳이 싸울 필요도 없어졌다.
가족과도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몸이 멀어지면 오히려 친해진다고 하지 않는가?
맞는 말인 것 같다. 하하.
자유가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독립을 하면 무언가를 직접 책임질 기회가 많다.
벌레가 나오면 내가 벌레를 때려잡고,
지저분해진 내 집을 내 손으로 모두 청소하고,
새로운 가구를 내가 직접 구매해 설치하고,
내가 돈을 모아보고, 공부하고, 굴려보고,
혼자 힘으로
나에게 생긴 문제들을 해결하며
점차 정신적인 독립을 이뤄가는 것 같다.
약간의 부작용이라면, 한번 독립하니 다시 집으로 들어갈 자신이 없어졌다. 다시 서울에서 일을 하더라도 자취를 해야 할 것 같달까? 그때는 월세부터 밥값까지 의식주에 돈이 많이 들게 되겠지?
어쨌든, 지방근무가 아니라면 나는 아직 캥거루족이었을 것이다.
이런 기회가 저비용으로 생기는 것은 지방근무의 큰 장점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