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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온 May 12. 2024

"아는 사람이 없다."의 진짜 의미

단점 1. 지방근무, 회사 사람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는 곳

지방근무를 위해 무연고지에 딱 떨어지면, 모든 인간관계를 새로 형성해야 한다.


"괜찮아, 나 원래 친구 없어."


이렇게 단순히 생각했는가? 가족도, 친척도, 학창 시절 친구들도, 아무도 없는 환경은 예상보다는 조금 더 힘들다. 내가 그 지역에서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회사사람'뿐이다. 그들을 안 볼 방법도 없다. 반드시 회사 동료들을 만나야만 한다.




우리는 무인도에 가는 게 아니다.

회사 사람들을 만나야만 한다.


회사에 출근해 동료들과 아침, 점심을 먹고,

8시간 넘게 동료들과 교류하며 일하고 (각종 회의, 보고, 업무 해야 한다.),

퇴근하고 나면 회식도 동료들과 해야 하며, 심지어 동호회 활동도 동료들과 한다.


일이 힘들었던 어떤 날, 퇴근하고 상사 욕을 하고 싶어도 부를 사람이 회사 사람밖에 없다.

아이를 낳고 가족을 형성하면 가족단위 여행도 회사 사람들과 다닌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동료가 곧 공감대를 나누는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 가는 것이다.


게다가 좁은 이 지역 안에서는 어딜 가도 회사에 연관된 사람들을 만날 수밖에 없다.


술집에 갔다가 회식 중인 회사 사람들을 만나고,

카페에 가도 커피를 마시러 온 회사 사람들을 만난다.

시내에 운동할 곳이든 취미를 배울 곳이든 심지어 마트나 백화점까지도, 선택지 자체가 몇 곳 없기 때문에, 회사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환경 자체가 별로 없다.

동료를 직접 만나지 않는다면 동료의 가족을 만날 수도 있다.


오히려, 이러한 가족 같은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강한 I들이 더 괴로울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목격된다면,

비밀이나 사생활은 지키기 어려워진다.

지역 자체가 좁다 보니 소문도 엄청 빠르다.

특히 연애, 가족, 이직 관련 소재는 아주 즐겁다.


작은 장점이 있다면 사람을 잘 거르게 되는데, 이상한 사건이라도 터지는 날에는 신상이 다 털려 블라인드를 포함한 단톡방에 빠르게 퍼지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을 거를 수는 있다.




"나는 집돌이/집순이야. 집에서 혼자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즐거워."


막상 와보니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리 모임을 싫어해도 내가 선택해서 '안' 만나는 것과,

상황 때문에 '못' 만나는 것은 다르다.


지방에 내려온다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이제는 계획을 세워야만 한다. 미리 기차표를 끊어두고,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한다. 하교 후 전화를 걸어 '게임 고?'를 외치고 PC방에서 만나던 때처럼 친구와 놀 수 없다. 다른 친구들이 모일 때  나만 못 가는 상황도 자주 생긴다. 그럼 자연히 거리감이 생기고, 공감대가 줄어들 것이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시기마다 가장 친한 친구가 바뀐다고 한다. 다른 인간관계는 줄어드는 만큼, 회사사람들과 친밀해져 가는 것이다.


사실 이건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회사에서 인간적인 관계가 많이 형성되는 분위기와 환경이라 뜻이다. 회사 사람들과 유대를 쌓기 더 수월하다면, 깊은 유대만큼 업무도 더 유하고 편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단점이 되었다. 가끔은 퇴근해서 회사 내부사정을 모르는 내 찐친에게 회사 욕도 하고 싶고, 누가 들을까 두리번거리지 않고 술집에서 불만을 토로하고도 싶다. 전혀 새로운 풀에서 새로운 유형의 사람들도 만나보고 싶고, 그 풀이 회사와는 겹쳐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부분이 충족되기는 조금 어렵다는 것,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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